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출처=제네시스 미국법인
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출처=제네시스 미국법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순수전기차(이하 전기차) 모델의 가격 경쟁력이 최근 오른 기준금리 때문에 더욱 약해질 전망이다. 특히 양사 전기차 전체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혜택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새로운 활로로 선택한 할부나 리스 판매에서 할부금리와 리스비용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양사는 그동안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자체 할인수단(인센티브) 없이 전기차 판매실적을 일정 수준을 달성했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인센티브 확대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가진 뒤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 범위가 5.00~5.25%로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차량을 할부 구매하거나 리스하는 데 드는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차량을 할부 구매할 때 차량 제조사의 제휴 금융사나 은행에서 대출할 때 적용되는 금리가 기준금리에 맞춰 오르기 때문이다. 매월 지불하는 리스요금에도 이자율(interest rate)이 적용되고 있어 리스 고객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대출 솔루션 업체 레이트지니어스(Rategenius)는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이 자동차 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면서도 “궁극적으로 대출 기관이 대출자에게 제공하는 금리를 변경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동차 대출) 금리가 오른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6.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6.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차 대출금리, 1년새 1.9→5.9%

현대차와 기아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양사는 이날 현재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등 전기차 모델을 각각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소비자가 아이오닉5(SE 스탠다드 레인지 트림 기준) 모델을 48개월 할부 구매할 때 적용되는 이자율은 5.9%로 기준금리보다 최대 0.9%P 높다. 지난해 3월 기준금리가 0.50%일 당시 이자율이 1.9%(CarsDirect 발췌)였던 데 비해 크게 인상됐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따라 할부 금리와 리스비용이 증가할수록 차량의 전반적인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비영리단체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가 지난해 미국인 8027명을 설문한 결과 전체 인원의 3분의 2가 높은 가격 때문에 전기차를 구매·임대하기 꺼려진다고 응답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IRA 조항에 따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전기차 세제혜택(7500달러)을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어 금리인상 악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전기차는 미국이나 미국 FTA 체결국에서 확보한 핵심광물을 적용하거나 같은 지역에서 만든 부품으로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하지 못해 세제혜택 대상에서 배제됐다. 전기차를 해당 지역에서 최종 조립하지 않고 한국에서 대부분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점도 세제혜택을 놓친 사유다.

IRA 조항에 따라 리스 차량과 같은 상업용 차량에 세제혜택이 전액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 기조가 해당 조항의 이점을 갉아먹을 수 있는 점도 현대차·기아에 악재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분기 미국에 판매한 전기차의 전체 물량 중 30%를 리스 상품으로 채워 전기차 판매실적을 늘리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양사의 전기차 판매량은 현대차 7592대, 기아 6242대 등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현대차 26.3%, 기아 30.8%씩 감소했다. 반면 포드,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은 두 자리수 이상의 실적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리인상 이후 양사 전기차의 구매 비용이 인상되면 여러 모델에 걸쳐 세제혜택을 적용받는 미국 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전기차 제조사가 IRA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더 많은 차량이 세제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기준이 엄격해짐에 따라 반대 상황도 예상된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내년부터 세제혜택 아닌 대리점 할인혜택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아 화성공장(오토랜드 화성)에서 전기차 EV6가 만들어지는 모습. 출처=기아
기아 화성공장(오토랜드 화성)에서 전기차 EV6가 만들어지는 모습. 출처=기아

현대차·기아, 인센티브 확대 가능성 시사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인센티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양사는 내년 하반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재편하고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해 IRA에 대응할 수 있기까지 남은 기간 인센티브 전략을 확대 전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차는 이날 현재 군인, 대학 졸업생, 최초구매자 등을 대상으로 수백달러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프로모션을 일정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프로모션에 따른 할인 대상을 확장하거나 할인액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25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뒤 “아이오닉6가 (지난 1분기) 인센티브 경쟁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파워 덕분에 판매량이 많이 줄지는 않았다”면서도 “경쟁 심화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상황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도 지난달 26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에서 리스 물량으로 세제혜택을 활용하고 이것으로 부족하면 인센티브(전략)를 조금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