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1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분기별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국내외 시장에서 상품성과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아 SUV, 제네시스 등 고부가 제품을 활발히 판매한 결과다. 달러 강세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등 우호적 환율 효과의 덕도 봤다.

다만 고금리,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에는 본격적 경기침체가 발생할 우려 역시 제기됨에 따라 현대차의 호조가 지속될지는 다소 불투명하다. 

현대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차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조9289억원) 대비 86.3% 증가한 3조592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전년 동기 30조2986억원에서 24.7% 증가한 37조7787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역대 분기 최고 수준이다. 또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분기(90만2691대)대비 13% 늘어난 102만316대의 차량을 판매해 매출액을 늘렸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고가의  차종을 활발히 판매한 덕분에 수익성도 크게 높였다. 지난해 말 신형 그랜저를 국내 출시해 인기를 모았고, SUV와 제네시스 등 차종도 많이 팔렸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도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등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음에 따라 판매실적을 꾸준히 늘렸다.

지난해까지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으로 인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차량을 공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 대부분 해소된 것도 현대차에 호재로 작용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1분기 차량 생산계획의 99%를 달성했다”며 “반도체 이슈가 국지적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생산현황에 영향받을 수준은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아이오닉 5이 생산되는 모습.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아이오닉 5이 생산되는 모습. 출처=현대자동차

세계 1위 토요타 실적 전망치 웃돌아

현대차가 지난 1분기 기록한 영업이익은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일본 토요타의 같은 기간 실적 전망치를 넘어선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토요타는 지난 2월 2023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의 세 번째 분기 경영실적을 기록한 보고서에 올해 1~3월 실적 전망을 제시했다.

토요타는 2023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2조4000억엔(약 23조9508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세 분기 누적 2조981억엔을 기록한 점을 적용하면 지난 1~3월 영업이익을 3019억엔(약 3조128억원)으로 예측한 셈이다. 토요타는 내달께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이어감에 따라 최근 한국 무역 수지의 손실분을 일부 방어하는 등 국가 경제에도 적잖게 이바지하는 중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자동차의 무역 수지는 수출 171억달러, 수입 41억달러 등 13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흑자 규모는 반도체(51억달러) 뿐 아니라 석유제품(74억달러), 석유화학(89억달러) 등 주요 수출품목 중 가장 큰 수치다. 자동차 품목은 이에 따라 같은 기간 224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전체 무역수지의 손실폭을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초 발표한 연간 실적 가이던스(전망치).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올해 초 발표한 연간 실적 가이던스(전망치). 출처=현대자동차

서강현 부사장 “실적 전망치 수정할 수도”

현대차가 사상 최고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마음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2분기 이후 국내외 경기 전망이 엇갈리는 등 자동차 소비 추이에도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로 갈수록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시장 실적과 관련된 정보기술(IT) 산업의 경기 부진 기조가 완화하고 중국 경제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데 따른 전망이다.

반면 미국에서  하반기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대차에게 부정적인 소식이다. 현대차의 최대 시장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최근 발표한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108.4로 2년 4개월만에 가장 낮게 나왔다.

경기선행지수는 실업보험 청구 건, 제조사 수주 성과, 민간주택 신규허가 등 10개 항목을 토대로 수개월 뒤 경기흐름을 전망하는 지표다. 연방준비제도가 그동안 물가를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온 만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경기침체 내지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강현 부사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아 (차량 할부금융) 이자율 상승세가 멈췄다고 보기 힘들다”며 “현대차는 하반기 경기침체 전망도 만만치 않은 만큼  실적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 상황이 돌파할 수 있을 만하면 그렇게 하겠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업체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며 “3분기 시장상황을 판단해보고 연초 제시했던 실적 가이던스(전망치)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시장과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6.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6. 출처=현대자동차

신차 출시하고 고부가 차종 판매비중 확대 추진

현대차는 2분기 이후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실적이 지속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국가간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영향을 비롯해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인상, 수요위축 등 우려요인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 아이오닉5N, 신형 코나 일렉트릭, 신형 싼타페 등 주요 신차를 국내외 시장에 활발히 판매하고 고부가 차량의 판매비중도 높여 수익성을 방어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향후 여러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공장)가동률 개선에 따른 생산 정상화를 바탕으로 판매 물량을 늘리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믹스를 개선해 실적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