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쉐퍼 출처=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마르쿠스 쉐퍼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멤버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처=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E클래스의 이전 모델이 워낙 훌륭해 더 좋은 신형 E클래스를 만드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결국 해냈다”

마르쿠스 쉐퍼(Markus Schäfer)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멤버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최근 한국 취재진을 화상으로 만나 건넨 말이다. E클래스는 벤츠의 주력 세단 모델이자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지속적으로 누려 온 차량이다.

지난 2016년 6월 첫선을 보인 E클래스 10세대 모델은 2022년 11월까지  국내 수입차 사상 최초로 단일 모델 누적 판매량 20만대를 돌파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디자인과 주행성능, 브랜드 감성 등을 모두 인정받은 결과다.

벤츠는 E클래스가 유독 사랑받는 한국에서 차세대 모델을 출시하기 전 차량의 특성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쉐퍼 CTO는 지난 1991년 엔지니어로 벤츠에 몸담은 뒤 올해까지 30여년동안 승용차 관련 조직을 거치며 최고경영진에 합류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0년대 후반 시작된 벤츠 한국사업의 역사와 함께 해온 세대이기도 하다. 쉐퍼 CTO는 “E클래스 시장 중 가장 중요한 곳인 한국에 인사를 건네고 신모델을 소개해 기쁘다”고 말했다.

더 뉴 E클래스의 익스클루시브 모델. 출처=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더 뉴 E클래스의 익스클루시브 모델. 출처=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더 뉴 E클래스, 역사상 가장 편안한 E클래스”

쉐퍼 CTO는 본격 인터뷰에 앞서 내년 1분기 중 출고할 ‘더 뉴 E클래스’의 주요 특징을 간략히 소개했다. 벤츠는 지난 2016년 E클래스 10세대 모델을 출시한 후 7년만인 올해 11세대 모델인 더 뉴 E클래스를 공개했다.

벤츠가 ‘럭셔리 리무진’(luxury limousin)이라고 수식하는 더 뉴 E클래스는 엔진룸을 덮는 보닛을 앞으로 길게 빼고 탑승 위치를 차량 뒤쪽으로 많이 뺀 형태를 갖췄다. 이에 따라 종전 모델에 비해 웅장한 인상을 풍긴다.

벤츠는 더 뉴 E클래스를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내연기관 버전 뿐 아니라 마일드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전동화 버전으로도 제작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 일조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다양한 차량 선택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더 뉴 E클래스에는 이와 함께 기존 E클래스의 장점인 ‘편안한 승차감’을 한번 더 극대화하기 위한 신기술이 적용됐다. 새롭게 개발한 현가장치(노면충격 대응부위·서스펜션)는 성능이 전보다 개선됐고, 앉았을 때 더욱 부드럽고 편하게 느껴지는 시트도 개발했다. 쉐퍼 CTO는 이번 모델을 두고 “E클래스 역사상 가장 안락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차량에는 이밖에 국내 규제 등을 고려해 레벨2나 레벨 2+ 등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레벨2는 앞차와 간격을 스스로 조정하며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내에서 달리는(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의 수준을 갖춘 자율주행 단계를 의미한다. 레벨 2+는 이에 더해 차량 스스로 다른 차의 속도를 고려해 차선을 변경하거나 나들목을 지나 다른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다.

더 뉴 E-클래스의 1열 전경. 출처=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의 1열 전경. 출처=메르세데스-벤츠

자체개발 ‘MBOS’ 최초 탑재

쉐퍼 CTO가 더 뉴 E클래스를 설명하는 동안 가장 강조한 부분이 차량에 탑재된 소프트웨어(SW) 관련 요소들이다. 벤츠는 이번에 자체 개발한 차량 운영체제(OS)인 ‘MBOS’를 더 뉴 E클래스에 처음 탑재할 계획이다. MBOS는 차량의 각종 기계적 장치(하드웨어·HW)와 연동해 고객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MBOS가 장착된 신차는 외부 SW가 적용된 기존 모델과 비교해 벤츠만의 서비스와 기술이 더욱 폭넓고 깊이 있게 적용될 수 있다. 벤츠가 더욱 ‘벤츠 차’답게 발전하는 셈이다.

MBOS는 더 뉴 E클래스의 크래시패드(대시보드)에 장착된 화면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기능(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가장 먼저 결합됐다. 신형 스마트폰에 쓰이는 통신망인 5G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MBOS는 기존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구동하는 것은 물론 운전자나 동승자의 상황별 기능 이용패턴까지도 학습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개발된 사용패턴 학습기능 ‘루틴’을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영상 10도의 실내 기온에 열선시트와 히터를 켜면 차량은 추후 같은 조건에서 먼저 해당 기능을 자동으로 활성화하게 된다. 벤츠는 MBOS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가장 먼저 제공한 뒤 구동장치(파워트레인), 자율주행, 차체(바디)·충전(편의) 등 범주별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쉐퍼 CTO는 “더 뉴 E클래스를 개발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MBOS”라며 “원격(OTA)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MBOS를 지속 업데이트한 더 뉴 E클래스는 갈수록 고객 각자에게 최적화한 차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르쿠스 쉐퍼 벤츠 CTO. 출처=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마르쿠스 쉐퍼 벤츠 CTO. 출처=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추후 티맵도 제공…“세단은 벤츠에 중요한 차종”

한국 소비자들이 더 뉴 E클래스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 부분이 티맵모빌리티의 길안내 서비스 앱 ‘티맵’이 장착되는 점이다. 벤츠는 구체적인 일정을 못박지 않았지만 추후 한국에 판매할 차량에 티맵을 탑재하기 위해 현재 티맵모빌리티와 협업하는 중이다. 더 뉴 E클래스는 티맵을 갖춘 벤츠 신차 중 하나로 선정됐다. 벤츠는 현재 국가별 소비자에게 양호한 수준의 SW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와 활발히 협업하는 중이다.

쉐퍼 CTO는 “벤츠는 차량의 영혼이자 심장인 SW를 다른 사람 아닌 우리가 직접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지 맞춤형 전략을 위해서는 외부 업체와 협력할 여지를 언제나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벤츠는 내년 1분기 더 뉴 E클래스를 출고할 예정이지만 한국 판매일정은 현재 벤츠 코리아와 조율하고 있다.

쉐퍼 CTO는 “MBOS를 탑재한 더 뉴 E클래스는 고객들에게 편하고 고급스러우며 똑똑한 차량으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SUV와 전기차 등이 최근 괄목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벤츠는 여전히 많은 고객이 찾고 브랜드에게도 중요한 세단 모델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