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자체 개발한 e-코너 시스템을 장착한 아이오닉5를 시연하고 있다. 출처=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자체 개발한 e-코너 시스템을 장착한 아이오닉5를 시연하고 있다. 출처=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e-코너 시스템을 장착한 현대차 아이오닉5가 옆으로 이동하는 크랩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e-코너 시스템을 장착한 현대차 아이오닉5가 옆으로 이동하는 크랩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지난 주말 놀라운 신기술을 공개했다. 일렬 주차장에서 좁은 빈자리에 주차를 하는데 여러번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방식이 아니라 차량이 게처럼 옆 걸음으로 수평이동(크랩 주행)해 주차 공간으로 쏙들어가는 모습을 시연한 것이다.  

차량의 4개 바퀴를 동시에 90도로 회전시킨 후 수평이동하는 이 묘기와도 같은 동작은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e-코너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e코너 시스템을 장착하고 이날 시범 주행에 나선  아이오닉5는 크랩주행 뿐 아니라  앞바퀴나 뒷바퀴를 중심으로 뱅글뱅글 도는 피봇턴(pivot-turn), 네 바퀴를 각기 다른 각도로 틀어 마치 피겨스케이팅의 스핀 동작처럼 제 자리에서 회전하는 ‘제로턴’ 도 선보였다. 또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달리는 ‘사선 주행’ 역시 가능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e-코너 모듈의 구조. 출처=현대자동차그룹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e-코너 모듈의 구조.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지금도 전기차에 적용가능, 상업 차량용으로 먼저 개발

그럼 일반 소비자들은 이런 e-코너 시스템을 갖춘 차량을 언제나 타볼 수 있을까.  24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전기차 아이오닉5로 시연했듯이 현재 출시된 전기차에는 이런 시스템을 당장 탑재할 수는 있다. 

e-코너 시스템은 차량 바퀴에 모터, 브레이크, 조향장치(스티어링), 충격대응장치(댐퍼) 등 차량 주행 관련 기능을 전자식으로 한번에 적용한 장치를 지칭한다. 운전대(스티어링 휠), 페달 등 운전 관련 장치와 물리적으로 연결된 기계식 구조를 갖추지 않고 전자신호를 주고받으며 작동하는 특징을 보인다.

다만 적용범위는 제한적이다. 차량이 고속 주행할 때도 안전하도록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여러 기능을 집약하느라 무거워진 e-코너 모듈을 경량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e-코너 시스템에 적용된 네 가지 기능을 별도 기계식 장치로 수행해야 하는 내연기관차에 적용하는 데는 더 큰 어려움이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재 기술발전 수준을 고려해, 승용차보다 느리지만 본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상업용 전기 차량에 e-코너 모듈을 먼저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e-코너 모듈이 적용된 상업용 차량은 좁은 골목을 다니며 화물을 운반하는 용도나 차의 실내 공간을 카페, 병원 등으로 쓸 때 평행주차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의 이 같은 쓰임새를 예상해 현재 직진 50㎞/h, 크랩주행 10㎞/h 등 주행방식별 속력을 낼 수 있도록 e-코너 모듈을 개발 중이다.

민경원 현대모비스 연구원은 “e-코너 모듈 적용으로 인한 장점으로 무게 감소보단 공간 활용성과 차량 거동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더욱 비중이 실린다”며 “현대모비스는 다양한 콘셉트와 사양으로 개발할 수 있는 e-코너 모듈의 응용법을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말 진행된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석한 뒤 자율주행 기술, e-코너 시스템 등이 적용된 콘셉트카를 방문객들에게 소개했다. 출처=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말 진행된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석한 뒤 자율주행 기술, e-코너 시스템 등이 적용된 콘셉트카를 방문객들에게 소개했다. 출처=현대모비스

자율주행 기술 결합추진, 2027년 개발완료 목표

현대모비스는 오는 2025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e-코너 모듈과 자율주행 제어 기술을 결합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e-코너 시스템의 초기 수요를 더욱 많이 창출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e-코너 모듈의 다양한 이동능력과 자율주행 기술을 차량에 함께 탑재하면 서비스의 범위와 질적 수준이 더욱 높아져 고객 편익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기술을 접목한 차량에는 운전자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고 차량을 상시 운행하는 등 운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구역이 넓어지고 유휴 차량을 주차, 충전하는 등 관리하는 것도 더욱 편해진다.

현대모비스는 2027년 e-코너 시스템 개발활동을 완료하고 고객사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해당 시점에 현대차가 택시(로보라이드), 배달(로보딜리버리) 등 서비스별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수준을 레벨4로 확보할 계획이기 때문에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전망이다. 레벨4는 특정 구간에서 차량 스스로 달릴 뿐 아니라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지칭한다.

현대차그룹이 현재까지 e-코너 시스템의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적은 없다. 다만 이번에 아이오닉5로 e-코너 시스템을 실증한 것처럼 그룹사별 신기술을 서로 연동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여지는 존재하는 상황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재 e-코너 시스템에 관해 공개한 시점별 목표는 상용화 목표가 아니라 기술개발 목표고 이를 상용화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발표한 시점에 맞춰 e-코너 시스템을 테스트한 데이터를 지속 축적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