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 기반 대화형 AI 챗GPT(ChatGPT)가 글로벌 빅테크 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최근 업계 전체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챗GPT의 등장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생성형AI와 더불어 시장 전체를 강타한 언어모델에 대한 회의감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AI 전체로 보면 개인정보보호 및 가짜뉴스 등에 따른 대안 모색도 이뤄지는 중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아무리 AI와 같은 기술 트렌드의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챗GPT가 등장한지 이제 겨우 반 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치게 많은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AI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갈무리
AI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갈무리

AI 춘추전국시대
오픈AI의 챗GPT는 유료모델인 플러스 서비스까지 런칭하며 파죽지세로 돌진하고 있다. GPT-4까지 출현한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시장을 사실상 집어삼키는 중이다. 지난해 트렌드를 주도했던 메타버스와 NFT 및 블록체인 키워드를 침묵시켰다. 지금 이 순간에도 GPT를 활용한 AI 서비스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중이다.

챗GPT가 등판한 가운데 빅테크의 AI 총력전도 벌어지고 있다. 구글은 람다 기반의 바드를 출시했으며 최근 미국과 영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시범 테스트에 돌입했다. 

메타도 AI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난 2월 LLaMa(Large Language Model Meta AI)를 일부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블로그를 통해 LLaMA 공개 사실을 밝히며 "텍스트 생성부터 대화와 요약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한편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오픈 소스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의 '연구 사용 사례에 초점을 맞춘 비상업적 라이선스'에 따라 대학 등 다양한 곳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번역 측면에서는 딥엘(DeepL)도 각광을 받고 있다. 독일에서 설립된 딥엘은 AI를 통해 일반은 물론 기업, 조직 및 번역가를 위한 전문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알파고를 만들었던 딥마인드는 2800억 파라미터를 자랑하는 고퍼를,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는 5300억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메가트론을, 구글은 무려 1조6000억 파라미터를 가진 스위치 트랜스포머를 공개한 상태다. 네이버는 2400억 파라미터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는 300억 파라미터의 코지피티와 민달리를 등판시켰고 LG는 그룹 차원에서 3000억 파라미터의 엑사온을 출격시킨 바 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생성형 AI 모델 제품군인 어도비 파이어플라이(Adobe Firefly)까지 등판했다.

최근에는 AI 스타트업 시그니피컨트그래비타스가 오토GPT(AutoGPT)를 공개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GPT-4를 기반으로 하며 사람의 개입이 없어도 AI가 스스로 모든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챗GPT 인터페이스와 비슷한 공간에 작업에 필요한 키워드만 입력하면 AI가 바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시장 현황은?"이라는 질문을 남기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 현황과 상위 회사의 모델명, 각 자동차의 특징과 가격까지 일목요연하게 등장하는 식이다. 기업 전략을 위한 기획안을 제작하거나 미래 기술 흐름을 추측하는, 일부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도 진행할 수 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 사진=갈무리
샘 알트만 오픈AI CEO. 사진=갈무리

AI 쇼크
챗GPT의 등장과 동시에 AI가 기존 산업의 틀을 부수는 작업도 벌어지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와 협력해 포털 빙에 챗GPT를 도입한 가운데 구글도 AI를 자사 검색엔진에 덧대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구글은 프로젝트 메자이도 가동하는 중이다. 삼성전자가 자사 모바일 단말기 기본 검색엔진에 챗GPT와 만난 빙을 탑재하는 방향을 검토하자 부랴부랴 AI와 검색엔진의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분위기다.

만약 삼성이 갤럭시의 기본 검색엔진을 빙으로 변경할 경우 구글은 30억달러에 달하는 계약비용을 허공에 날리는 한편, 추후 모바일 검색엔진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기의 구글이다.

챗GPT가 일으킨 쇼크는 제조 후방산업에도 영향을 키치고 있다. 엔비디아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베이에서 판매되는 엔비디아 H100 가격은 지난해 3만6000달러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4만56000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고스란히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메타버스 트렌드의 시발점으로 활동하며 트렌드를 주도한 바 있다. 여세를 몰아 이제는 AI 비전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GPU 기업 엔비디아의 충격적 비즈니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갈무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갈무리

변화 하나. 속도조절, 언어모델의 한계
폭풍처럼 질주하는 AI 시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AI 기술 방향성의 미묘한 변화다.

먼저 속도조절론의 대두다. 

최근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LI)’는 “최첨단 AI 시스템의 개발을 일시 중단하자”는 공개 서명에 돌입해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강력한 AI 시스템은 그 효과가 긍정적이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개발해야 한다"면서 "세계의 모든 AI 연구소는 GPT-4를 압도하는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챗GPT의 등판으로 언어모델 전략이 부상하는 가운데 이에 선을 그으려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오픈AI의 샘 알트만 CEO는 수 차례 AI의 부작용을 경고하면서 언어모델 이상의 AI 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GPT-5를 당장 출시하지 않을 것이며, AI 기술 개발 속도조절에는 반대했으나 최근 기술 트렌드가 언어모델에만 집중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멀티모달 등 더 다양한 영역으로의 균형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당장 바드를 자사 검색엔진에 지원하지 않고, AI 기술 자체를 다양한 형태로 기간 인프라에 녹이려는 프로젝트 마자이의 구글 입장과 비슷하다.

변화 둘. 개인정보 및 규제 이슈 부각

챗GPT의 등장으로 개인정보 유출 및 데이터 유용에 따른 규제 이슈가 부각되는 것도 문제다.

먼저 개인정보 유출 및 데이터 유용에 대한 논란이다. 오픈AI의 초기 멤버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챗GPT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빨아들이고 있으며, 정당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API 유료화 정책을 추진하는 그는 데이터를 무단으로 가져가 학습을 시도하는 오픈AI의 방식을 강하게 비판한 셈이다. 머스크는 "그들은 트위터 데이터를 이용해 불법으로 훈련했다"면서 "(MS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MS에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챗GPT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유용했다는 이유다. 나아가 미국 소셜미디어 레딧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딧을 긁어 가치를 창출하면서 이를 사용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역시 MS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을 시사했다.

개인정보유출 및 데이터 유용에 대해서는 각 국 정부도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1일(현지시간) 앞으로 새로운 AI 모델이 출시될 경우 '잠재적인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 몇몇 책임 조치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상무부 산하 국가통신정보국(NTIA) 주도로 AI에 대한 규제 검토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기업들은 자신들의 AI 기술이 공개되기 전 안전하게 만들 책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나아가 일부 유럽국가들은 이미 챗GPT를 금지했거나, 혹은 금지를 시사하고 있다.

한편 머스크는 AI의 가짜뉴스 및 기타 거짓말 콘텐츠 논란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머스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 투나잇' 인터뷰를 통해 "챗GPT는 진실하지 않은(untruthful) 방식"이라며 "거짓말을 하도록 훈련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 초기 멤버였던 그는 "오픈AI는 AI 기술을 발전시키면서도 그 위험성까지 경고하려고 했다"고 말하면서 "(현재의 오픈AI의 나쁜 방식에 대항할 수 있는)진실된 AI를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AI 기술이 발전하며 편향성 및 가짜뉴스 등의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챗GPT의 등장으로 AI 기술 자체의 비전이 더 선명해졌고,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머스크의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사진=이코노믹리뷰DB

AI 판세가 달라지고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AI 시장은 단기간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에는 AI의 흐름, 즉 '언어모델 일변도의 트렌드가 과연 옳은가?'부터 시작해 'AI 기술 발전 속도는 적당한가?' '데이터 유용 및 개인정보 유출, 가짜뉴스 논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이지만 앞으로의 AI 발전이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일부 해결하거나, 최소한 의식은 해야하는 방향으로 수렴될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AI 기술 시장의 그림자가 이제 코 앞에 드리운 셈이다. 이를 해결하는 자가 최종승자다. AI 판세가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