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사실 마케팅 목적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기나 부정 이슈 같은 것은 없어서 그런 아젠다가 꼭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저희 사업분야가 위기나 이슈와 관련이 적은 유형이라서 앞으로도 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위기관리가 꼭 필요한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인 케이스로 답변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 회사에게는 위기가 없다’라는 주장을 하는 회사의 경우는 크게 몇가지로 그 이유를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상당히 운이 좋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십년 또는 수십년에 이르기까지 회사에게 큰 위기나 이슈가 없었다면 그것은 참으로 희귀한 케이스입니다. 회사 구성원들의 운이 참 좋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둘째 이유라면 회사에게 일부 위기나 이슈로 보이는 케이스들은 있었지만, 그것이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운이 좋았던 것이고, 그와 함께 일상적인 위기관리 실행이 계속 이어져 왔을 것입니다. 해당 위기관리 노력들이 위기관리라는 개념으로 정의되지만 않았을 뿐이지, 내부적으로 일관된 노력의 방향성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이유라면 회사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위기나 이슈가 발생 했었지만, 그것을 사후에 위기나 이슈로 정의하지 않았던 것일 수 있습니다. 실제 회사 내부에서 어떻게 위기와 이슈를 정의하는가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외부에서 현재 상황이 당신 회사에 위기라고 평을 해도, 회사 스스로 그것은 별 위기가 아니라 정의한다면 그 상황은 위기가 아닌 것입니다. 일종의 골치 아팠던 일, 고생 좀 했던 일, 해프닝 등으로 대신 정의되곤 합니다. 소위 말하는 탄력성(회복가능성)이 좋은 기업의 경우 이런 이유가 많습니다.

넷째 이유는 해당 담당자나 실무자들이 위기나 이슈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실무자가 입사하기 전에 큰 위기나 이슈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해당 실무자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런 위기나 이슈는 없었던 것이 됩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지난 위기나 이슈로부터 배우자’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새로 입사한 직원은 회사에게 어떤 일이 발생 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것은 모르는 것이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잘 못 알고 있는 것이지요.

이상의 이유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기나 이슈를 경험하지 않은 기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그런 상황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에 이르러 상당기간 사업을 진행한 기업에게 아무런 일도 발생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아무런 위기나 이슈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나 이슈관리에 대한 준비는 필요 없다는 주장은 상당히 위험한 것입니다. 만에 하나 너무 운이 좋아서 아무런 불상사가 없었다고 해도 위기관리와 이슈관리에 대한 준비는 필수적입니다. 세상에 위기관리나 이슈관리에 대한 준비와 역량 확보가 필요 없는 기업이나 조직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준비와 역량을 확보 하는데 관심이 적거나 귀찮아 하는 기업이나 조직이 있을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