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렌터카가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 주가를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전기차 렌탈 확대, 온라인 서비스 등을 소재로 한 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 관광 수요 위축전망 등 요인으로 인해 렌터카 사업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 개선에 나서고 있다.

SK렌터카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삼일빌딩. 사진=이코노믹리뷰
SK렌터카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삼일빌딩. 사진=이코노믹리뷰

6일 렌터카업계에 따르면 SK렌터카는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모기업인 SK네트웍스의 류성희 지속경영본부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해당 기업에서 상시 근무하지 않지만 기업 경영에 필요한 역할을 수시로 수행하는 임원을 지칭한다. 류성희 지속경영본부장은 앞서 지난해 말까지 9개월 동안 SK네트웍스의 또 다른 자회사인 SK매직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근무했다.

류성희 본부장은 당시 SK매직이 고객 개개인의 니즈에 최적화한 일반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기조를 쇄신하던 중 선임됐다. SK매직은 앞서 렌탈 상품을 확장해온 데 이어 서비스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후 종속회사로 고객 서비스 부문을 담당하는 SK매직서비스가 지난해 순손익 항목에서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류성희 본부장은 앞서 SK네트웍스에서 SK매니지먼트시스템(SKMS) 실천팀장, 사업법무팀장 등을 역임하는 동안 법무와 경영 업무 등을 맡아왔다. 류성희 본부장이 기업의 신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SK렌터카는 “류성희 기타비상무이사가 법무·경영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당사의 사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며 “SK렌터카의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SK렌터카는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승용 차량 부문 ‘2022년 무공해차 전환 실적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며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김현수 SK렌터카 EV Infra 개발본부장, 금한승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 출처=SK렌터카
SK렌터카는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승용 차량 부문 ‘2022년 무공해차 전환 실적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며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김현수 SK렌터카 EV Infra 개발본부장, 금한승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 출처=SK렌터카

2030년 전기차만 렌탈…데이터 사업으로 수익창출

SK렌터카가 신사업 리스크 관리에 관한 전문성을 입증한 류성희 본부장을 선임한 배경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행보가 반영됐다. SK렌터카는 현재 전기 렌터카 도입, 디지털 기반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재계 트렌드인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동시에 고객의 상품·서비스 경험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SK렌터카는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서 운영하는 렌터카를 모두 순수전기차로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전기차 운영대수를 점차 늘리고 있다. SK렌터카가 운영 중인 순수전기차 대수는 2019년 419대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16배 넘게 증가한 6798대에 달했다. SK렌터카는 전기차를 늘릴 뿐 아니라 전기차 렌탈 고객들이 차량을 더욱 편하게 이용·관리할 수 있도록 전용 서비스인 EV링크를 출시하는 등 편의성을 강화했다.

SK렌터카가 주행한 거리만큼 렌터카 이용료를 부과하는 서비스 타고페이를 출시했다. 사진은 타고페이 홍보 영상의 한 장면. 출처= SK렌터카 공식 홈페이지 캡처
SK렌터카가 주행한 거리만큼 렌터카 이용료를 부과하는 서비스 타고페이를 출시했다. 사진은 타고페이 홍보 영상의 한 장면. 출처= SK렌터카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와 함께 SK렌터카는 디지털 기반 사업의 일환으로 렌터카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판매하는 경로를 지속 확장하고 있다. 차량을 운행한 만큼만 요금을 청구하는 렌터카 서비스인 타고페이를 비롯해 중고차 장기 렌탈 상품을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용 과정을 간소화하는 등 방식으로 고객 편의를 지원하는 중이다.

SK렌터카는 또 다른 디지털 기반 사업으로 그동안 렌터카 사업을 영위하며 축적한 데이터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업용·공공용 차량 관리 솔루션 ‘스마트 링크’를 개발·출시했다. 법인이나 공기관이 운영 중인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행·점검이력을 열람할 수 있고, 주유비나 통행료 등 차량 운행관련 비용을 손쉽게 관리하도록 만들어졌다.

SK렌터카는 지난 2021년 스마트링크로 18억원 매출액을 기록한 뒤 지난해 이를 2배에 가까운 32억원으로 신장하는데 성공했다. 렌터카 업체가 데이터 사업으로 수익을 거둔 것으로는 이례적인 사례다. SK렌터카는 공공기관, 택시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링크 제휴 상품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6만대에 달하는 차량 계정을 확보했고 올해 10만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수립했다.

SK렌터카가 제주 소재 사업장에서 고급 전기차 등 다양한 차량을 단기렌탈용 상품으로 도입했다. 출처=SK렌터카
SK렌터카가 제주 소재 사업장에서 고급 전기차 등 다양한 차량을 단기렌탈용 상품으로 도입했다. 출처=SK렌터카

한국신용평가 “SK렌터카, 수익원 확장해 시장지위 고수할 듯”

SK렌터카가 사업 전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최근 경영실적을 장기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SK렌터카의 주가는 코로나19 창궐 시점인 2020년 초 1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후 질병 확산세가 완화하고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난이 이어진데 따른 반대급부 효과를 얻어 2021년 5~7월 기간 1만5000원대를 넘나들었다. 당시 국내 렌터카 1위 브랜드 롯데렌터카를 운영하는 롯데렌탈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는데 성공한데 편승해 기업가치를 높이기도 했다. 렌탈 외 SK렌터카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중고차 매각 사업이 중고차 가치 상승세로 인해 각광받은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불확실한 렌터카·중고차 사업 전망으로 인해 롯데렌탈의 주가가 시장 기대치를 밑돈 뒤 SK렌터카 주가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 규제가 해소됨에 따라 시장 확장에 대한 업계 기대감으로 인해 SK렌터카 주가도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다만 이후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지연됐고 2분기 이후 불확실한 경기 전망과 금리 인상 추세, 신차 공급난 완화 등으로 인해 중고차와 렌터카의 수요가 흔들렸다. 렌터카를 꾸준히 매입해야 하는 SK렌터카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며 지난해 4분기 주가가 6000원대 저점을 찍기도 했다. 지난 1월 SK렌터카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한 점을 알렸지만 정체된 주가 흐름으로 인해 마냥 웃지 못했다.

SK렌터카는 각 사업 부문을 둘러싼 시장 변수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을 혁신하는 동시에 신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할 것으로 판단한 모양새다. 이밖에 SK렌터카는 상장한지 10년만인 지난해 처음 주당 1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황일문 SK렌터카 대표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삼일빌딩 본사에서 열린 제35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SK렌터카
황일문 SK렌터카 대표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삼일빌딩 본사에서 열린 제35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SK렌터카

SK렌터카가 사업 경쟁력을 쇄신하기 위해 시도해온 결과 최근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SK렌터카의 무보증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각 사업의 수익성이 향상되고 있는 동시에 온라인 판매 비중 확대, 중고차 거래 채널 다각화 등에 힘쓴 점이 반영됐다. SK렌터카는 사업 경쟁력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황일문 SK렌터카 대표는 지난달 말 주총에서 “적극적인 ESG 경영과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는 EV 렌털 사업자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