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디스플레이산업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대세로 확정된 한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최근 국내에서 OLED TV 신제품을 출시하며 OLED TV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삼성전자의 태세 전환이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을 통해 OLED TV의 단점을 지적하며 “OLED TV는 영원히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LCD(액정표시장치)를 활용한 QLED TV 판매에 주력해왔다. 그런데 최근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자 방향 전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OLED TV 출시한 삼성전자, OLED 대세에 마침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160조원으로 LCD가 65%, OLED가 35%로 양분했다. LCD 점유율이 2배에 가깝지만 삼성전자가 대형 OLED 시장에서 OLED로 전환에 나선 것처럼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에서 OLED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2023 삼성 OLED TV. 출처 : 삼성디스플레이
2023 삼성 OLED TV. 출처 :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시장에서는 이미 OLED가 대세로 자리잡은 상태다. 지난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시장 규모는 367억달러(약 48조원)로 LCD 148억달러(약 19조원)보다 2.5배나 컸다.

반면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LCD 시장 규모가 648억달러(약 84조원)로 OLED 59억달러(약 8조원)의 11배에 가깝다. 대형에서는 LCD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올해부터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30% 점유율을 기록했다. TV 시장에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가 올해 OLED TV 시장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앞으로 대형에서도 OLED 점유율이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태세 전환이 OLED 대세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왜 삼성전자는 뒤늦게 OLED TV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형 부문에서 기술력 부족으로 제품 출시를 늦췄을 뿐 OLED가 가진 강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중소형 시장에서 OLED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LCD보다 OLED가 우수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삼성이 만든 AMOLED 세상

OLED는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소형 디스플레이와 TV용 대형 디스플레이에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내구성이 오르면서 OLED를 활용하는 모니터와 디스플레이 기기가 크게 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서 공개한 ‘폴더블+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 출처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3서 공개한 ‘폴더블+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 출처 : 삼성디스플레이

이렇게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OLED는 최소 소자를 1987년 미국 코닥에서 당칭완(Ching W. Tang)] 박사와 스티븐 밴슬라이크(Steven Van Slyke) 박사가 태양광 셀을 연구하면서 발명했다. 이렇게 미국 코닥이 획득한 OLED 원천 특허를 LG디스플레이가 2009년 12월에 1억달러(약 1300억원)에 인수하면서 현재는 LG디스플레이가 소유하고 있다.

초기 OLED는 수동형(PM) OLED와 능동형(AM) OLED 두 종류가 쓰였다. PMOLED는 저렴할 뿐 아니라 구조도 간단해 기술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초기에는 널리 쓰였다. 하지만 고해상도나 대형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007년 10월 삼성SDI가 세계 최초로 AMOLED 양산에 성공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채용해 AMOLED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단점이 많은 수동형 OLED는 사라지고 지금은 능동형 OLED만 남았다.

LCD보다 전기 적게 쓰는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LCD와 OLED는 구동방식에서 차이가 크다. LCD는 항상 켜져 있는 백라이트가 내는 빛이 액정을 통과해 컬러필터를 지나면서 색을 표현한다. 빨강(R), 초록(G), 파랑(B) 중 빨강 컬러필터만 지나면 빨강으로 색이 나타나고, 모두 지나면 하양, 모두 지나지 못하면 검정이 되는 셈이다. 검정을 표현할 때도 백라이트가 켜져 있어 완전 검정이 아닌 매우 어두운 회색에 가깝게 나타난다.

반면 OLED는 자발광 소자로 만들어져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며 색을 표현한다. 색을 표현할 때도 필요한 픽셀만 켜진다. 검정일 때는 모든 색을 끄기 때문에 완전한 어둠을 표현할 수 있다. 그만큼 색을 사실에 가깝고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다. 게다가 필요한 픽셀만 켜기 때문에 LCD보다 전기를 적게 사용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일반적인 스마트폰 사용 환경에서 삼성 OLED는 LCD보다 30% 정도 적게 전기에너지를 쓴다. 한 번 충전으로 LCD로 만든 스마트폰을 14시간 쓸 수 있다면 OLED로 만든 스마트폰은 18시간을 조금 더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사용자들이 시간이나 간단한 정보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켜는 사례가 많다. 영국 노팅엄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하루에 85번 정도 정보를 확인한다. 이렇게 필요한 정보만 표시할 때 OLED는 더 효과를 발휘한다. 정보를 표시하는 픽셀만 켜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매우 낮아 며칠 동안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LCD는 정보를 표시하는 영역 전체를 켜야 해서 전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많고 선명도도 떨어진다.

이처럼 중소형 OLED의 낮은 전력 소모는 최근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인 오래 가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LCD에 비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OLED로 디스플레이를 전환하는 이유다. 애플도 이제 저가 제품을 제외하고 OLED로 전환하며 태블릿과 노트북까지 모든 기기에 OLED를 확장하고 있다.

자연에 가까운 뛰어난 색 표현력

OLED는 자연에서 보는 생생한 색을 표현하는데 최적화돼 있다. OLED로 NTSC 100% 색영역을 표현하면 LCD보다 1.4배가량 넓은 색영역을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OLED는 같은 화면이라도 LCD가 보여줄 수 없는 색을 표현하며 자연에 가까운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OLED는 뛰어난 명암비를 자랑한다. LCD는 백라이트가 켜져 있는 구조여서 아주 깜깜한 검정을 표현해도 0.4니트(nit)의 밝은 검정을 표현한다. 반면 OLED는 완전히 화면을 끌 수 있어 0.00004니트에 해당하는 실제 검정을 표현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OLED를 활용한 스마트폰으로 1300만대 1에 이르는 높은 명암비를 나타낼 수 있다”며 “깊은 산이나 조명이 없는 바닷가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칠흑 같은 어두운 밤하늘을 실제처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구동 방식
디스플레이 구동 방식

명암비는 최대 밝기(하양)을 최소 밝기(검정)으로 나눈 수치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하양 휘도가 1000칸델라(cd)고 검정 휘도가 1칸델라면 명암비는 1000대 1로 계산한다. 두 색 표현 사이에 1000단계에 이르는 밝기(휘도)를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하양과 검정 구분이 명확해지고 더 섬세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보통 LCD는 1000대 1에서 3000대 1 수준인 반면 OLED는 암실에서 200만대 1에서 300만대 1에 이르는 명암비를 나타낼 수 있다.

또 OLED는 LCD보다 장치를 훨씬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OLED는 각 픽셀인 발광 소자가 전력을 공급하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서다. 실제로 LCD를 활용한 65인치 LED TV가 25~35kg 정도인데, LG전자 65인치 OLED는 8kg 수준이다.

시장 확대에 치명적이었던 가격과 번인

이 같은 강점에도 OLED가 대형 시장에서 최근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는 몇 가지 단점 때문이다.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다. 55인치 TV용 OLED 패널 가격을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430달러(약 56만원)로 LCD 패널 89달러(약 12만원)보다 5배가량 비싸다. 높은 패널 단가가 TV 공급을 줄이고 시장 확대를 가로막고 있었던 셈이다.

다음으로 큰 단점은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진출하지 않으면 지적했던 번인 현상이다. 번인 현상은 고정된 화면을 장시간 켜놓거나 동일한 이미지를 반복하면 해당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고 화면에 남아 있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을 정지된 상태로 오래 켜두면 화면에 잔상이나 얼룩이 생길 수 있다. 이는 OLED 발광 소자가 수명이 짧아서 발생한다. 소자에 사용하는 유기물이 같은 색을 오랫동안 노출하면 열이 나면서 서서히 산화돼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없도록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술진은 유기물 발광 소자를 계속 개량하면서 수명을 늘려 번인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정지 화면을 그대로 켜두더라도 표현하는 색상을 옆으로 몇 칸씩 이동시키며 같은 픽셀이 고정된 색을 표현하지 않도록 해 번인 현상을 예방하거나 보정하는 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 출시된 제품은 이전과 비교해 번인 현상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대형 OLED는 중소형과 달리 LCD보다 전기를 더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기준으로 올해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65인치 4K S95B OLED TV 보통 소비전력이 113W, 최대 소비전력 242W다. 반면 지난해 출시한 65인치 4K QN90B QLED TV 보통 소비전력이 61W, 최대 소비전력은 171W로 삼성전자 TV 기준으로는 대형에서는 OLED가 소비전력이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RGB OLED를 사용하고, 삼성 TV는 파랑 OLED 빛을 퀀텀닷(QD)이 받아서 빛을 내는 형태”라며 “파랑 소자 자체가 전력 효율이 낮고 퀀텀닷도 변환효율이 40% 정도로 낮아서 중소형에 비해 TV 효율이 4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형 시장에서 OLED 점유율 확대 전망은 밝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바라보면 패널 단가는 큰 장벽이 아닐 수 있다. 이미 비싼 패널 가격만큼 제품 판매가를 높게 책정하며 고품질 수요자를 공략하고 있다. 또 번인 현상도 관련 기술이 발전해 TV 평균 교체주기인 8년까지 대부분의 소비자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LCD보다 높은 전력 소모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크게 신경 쓰는 요소는 아니다.

올해 삼성전자가 OLED TV를 출시하며 닻을 올린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OLED 강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