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갑작스럽게 이런 일이 발생해 저희가 정신이 없습니다. 듣자 하니 위기관리 대행사가 있다고 하던데, 그쪽에 위기대응을 맡겨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이 일을 하면 바로 위기대응이 가능해질까요? 빨리 만나보고 싶은데, 혹시 소개해 주실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 있어서 ‘사전적인 위기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개념은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사전적 위기관리는 해당 위기가 발생되지 않거나, 완화되도록 평시에 지속적인 관리 노력을 기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와 함께 해당 위기가 실제 발생되는 상황을 예상하여 만반의 대응 준비를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일을 해 주는 회사 또는 대행사에 대해서도 그러한 개념은 적용 가능합니다. 막상 위기상황이 발생되어 위기관리 대행사를 찾으면 시기상으로 이미 늦어버린 선택이 됩니다. 일정 기간 대행사들을 만나고 평가하고, 함께 이번 위기에 대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팀을 꾸리고, 대응 준비를 하고 하는 물리적 시간이 과도하게 허비되기 때문입니다.

진짜 카우보이는 말이 뛰기 전에 붙잡아 안장을 올려 놓고 그 위에 앉아 있는 법입니다. 이미 달리기 시작한 말을 쫓아가며 안장을 던져 올리려 뛰어다니는 카우보이는 제대로 된 카우보이가 아닌 셈이지요. 위기관리 대행사와는 평시에 관계를 맺어 놓고, 다양한 정보교류를 하고 있어야 상대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위기대응 협업이 가능합니다.

위기관리 대행사에서도 갑작스럽게 클라이언트의 위기를 수임하게 되면, 매우 많은 전제조건들을 확인해야 하는 집중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해당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을 이해해야 하고, 창구를 점검해야 하고, 각 창구의 대응 역량도 평가해야 합니다. 대응 할 수 있는 논리와 전략은 무엇인지도 논의해야 합니다. 대응을 위한 각종 자료도 수집, 편집, 개발해야 합니다. 창구 역할을 대행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자문을 위해서도 위기관리 대행사의 시니어 컨설턴트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해당 위기상황에 대하여 들여다보고 여러 소프트사운딩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 모든 준비업무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시간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위기 대응이 지연되고, 초기대응이 완전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일단 시작하고 봅시다”, “먼저 이 것만이라도 합시다”, “뭐든 빨리 할 수 있는 것을 합시다” 같은 전략적이지 않은 선택이 실행으로 이어집니다. 위기 대응 일선에서는 무언가는 마구 하고 있는데, 이 대응을 왜 하는 것인지, 이것보다 중요한 대응은 어떤 것인지, 누가 이 대응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하여 계속 혼동을 느끼게 됩니다.

위기관리 대행사는 위기 발생 직후 바로 투입 시킬 수 있는 소방수가 아닙니다. 만약 자사에 아무 경험이나 체계가 없어서 위기관리 대행사로부터 일부 지원이라도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위기관리 대행사는 사전 위기관리의 구성 요소라고 생각해야 보다 나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장 실패하기 쉬운 위기관리 대행사 활용방식은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대행사 사람들을 불러 명함을 나누고 대행사 소개를 듣는 것입니다. 위기관리나 이슈관리에 있어 콜드콜(임의로 여기저기 문을 두들김) 만큼 실패를 보장하는 실행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