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소재 건물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초급속 충전소 이피트(E-pit).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을지로 소재 건물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초급속 충전소 이피트(E-pit).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완성차 부품 분야 계열사인 현대케피코가 그룹 차원에서 전개 중인 전기차 초고속 충전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최근 자체 개발한 초고속 충전기 제품을 공개하며 대외적으로 사업 역량을 알리고 있다.

현대케피코 관계자는 31일 “내년쯤 현대차그룹의 이피트(E-pit)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남양연구소 등 그룹 주요 구역에 충전기를 시범 설치하고 대관(정부·공기관 대상)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영위 중인 초고속 충전사업은 이피트라는 브랜드를 통해 전개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주도하는 계열사는 현대자동차다. 이피트는 레이스에서 경주차를 빠르게 정비하는 구역을 지칭하는 단어 피트(pit)를 활용한 브랜드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충전에 관한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이피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나 도심 거점에 이피트 브랜드를 내건 초고속 충전기를 다수 가동하고 있다.

현대케피코가 자체개발한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제품 블루 플러그. 출처=현대케피코
현대케피코가 자체개발한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제품 블루 플러그. 출처=현대케피코

현대케피코는 자체 개발한 초고속 충전기를 외주 생산한 뒤 향후 현대차그룹이 증설할 이피트 충전소에 공급하고 사후관리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방침이다. 현대케피코는 이날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한 뒤 현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처음 초급속 충전기 ‘블루 플러그’를 공개하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오는 하반기 블루 플러그를 공식 출시한 뒤 고객사에게 판매하거나 현대캐피탈을 통해 대여(리스)하는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케피코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엔지니어링 등 현대차그룹(계열사)과 충전기 생태계 협업구도를 구축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그룹도 현재 현대케피코를 이피트 운영 과정 참여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케피코를 이피트 충전기의 잠재 공급업체 중 한 곳으로서 협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케피코가 이피트 사업에 참여하면 SK시그넷, 중앙제어 등 기존 그룹 파트너사들과 나란히 활동할 예정이다. 두 기업은 현재 현대차그룹에 이피트 충전기를 공급하고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케피코의 전기차 급속충전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는 부스. 사진=최동훈 기자
현대케피코의 전기차 급속충전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는 부스. 사진=최동훈 기자

업계 “현대차그룹 초고속 충전사업 100% 내재화 추진”

현대차가 현대케피코를 파트너사로 추가 확보하면 충전기 공급·관리 사업을 더욱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 특정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졌을 때 다른 파트너사와 함께 사업 공백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가 협력하면 전기차 충전 사업 역량을 그룹 차원에서 내재화할 수 있어 사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을 더 신속하게 내릴 수 있어서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기준 현대케피코 지분을 전량(100%) 보유하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궁극적으로 이피트 운영 사업을 전면 내재화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케피코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대케피코 관계자는 “현대케피코가 (향후 그룹의 초고속 충전 사업을) 전담하는 것은 현재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 (현대케피코의 충전 사업이) 초기라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업계에 떠도는 (현대차그룹 충전사업 내재화 관련) 내용도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