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LG화학,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대표 4사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계에서는 연구개발비 절대액은 늘었으나 매출액이 급증해 착시 효과가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양극활물질. [사진=에코프로비엠]
양극활물질. [사진=에코프로비엠]

28일 각사가 제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보조금을 제외한 양극재 4사 총 연구개발비(1조9024억원)는 총 매출액인 64조4116억원 대비 3%로 조사됐다. 2021년 기준 4사 매출액(47조452억원) 대비 연구개발비(1조4584억원)는 3.1%였다. 양극재업계 전체로 보면 1년여간 매출이 27% 증가했으나 연구개발비는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개별기업으로 봐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변동은 미미하다. 양극재 1위 기업 에코프로비엠을 예로 들어보자. 에코프로비엠 2022년 매출액과 연구개발비는 각각 5조3576억원과 509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율은 0.95%에 불과하다. 2021년 매출액(1조4856억원) 대비 연구비(332억원) 비율이 2.24%로 1.29%포인트나 감소했다. 실제 연구개발비를 177억원 정도 늘렸으니 비율에서는  온도차가 크게 났다.

다른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엘앤에프는 매출액이 1년여만에 9708억원에서 3조8872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 바람에 200억원 이상 늘린 연구개발비가 무색하게 연구비 비율로는 0.86%로 1%도 채 되지 않는다. 다만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은 매출액과 연구개발비가 같은 비율로 상승해 0.1%포인트 근소한 차이를 유지했다.

양극재 4사 2021~2022년 매출액과 연구개발비. [사진=전자공시]
양극재 4사 2021~2022년 매출액과 연구개발비. [사진=전자공시]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매출과 동반해 연구개발비를 책정하기는 쉽지 않다. 각 기업마다 필요에 맞춰 연구개발비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양극재 기업이 매출 수혜를 입은 측면도 있었다. 국내 양극재업계가 주로 제작하는 삼원계 배터리 소재인 리튬을 비롯해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수직상승해서다. 시장 변동으로 움직이는 광물가격을 양극재사가 추정하기 어렵기도 하다.

지난해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4사 모두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 일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가장 다양한 양극재 제품을 개발 중인 기업은 엘앤에프다. 회사는 ▲Co 저감형 NCM(니켈·코발트·망간) ▲Co-Free(코발트프리) 소재 ▲LFP(리튬인산철), LFMP 양극소재 ▲소듐(나트륨) 배터리 양극소재 등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양극재를 개발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하이니켈계 양극활물질인 ▲고용량 NCA IV ▲고용량 고 안정성 CSG II 등을 개발하고 있다. 정보유출 우려를 감안해 이름을 숨긴 ▲저가격 고안정성 양극활물질 ▲고이온전도성 고체전해질 등도 개발 중이라고 공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Gen.3 EV용 Ni 86% NCMA 양극소재 ▲Gen.3 EV용 Ni 86% 단결정 양극소재 ▲xEV용 고출력 미립 천연흑연 음극재 ▲석탄원료 기반 활성탄 제조기술 연구 등을 진행했다. 

LG화학은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등 여러 금속소재를 하나로 뭉쳐 내구성을 높인 단결정 양극재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니켈함량을 낮춰 화재 위험성을 줄인 미드니켈 양극재도 연구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에 맞서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매출액이 급등한 탓에 상대적으로 연구개발비가 적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