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이렇게 설명 드리기도 사실 조심스럽습니다. 극비로 진행되고 있는 건이라서요. 이번 상담하시면서 비밀준수계약에도 서명하셨지만, 이 건 관련 내용은 꼭 비밀로 해 주셔야 합니다. 다른 몇몇 대행사들과도 상담하며 비밀준수계약을 했습니다. 비밀로 해 주실 수 있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비밀준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기억나는 명언이 있습니다. “세명이 비밀을 알면, 그 세명이 다 죽어야 비로서 비밀은 비밀이 된다”는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비밀준수는 노력에 의해 가능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비밀은 그 만큼 해당 건을 극소수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비밀은 준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밀준수계약에 서명했다고 해서 비밀이 준수되는 것도 아닙니다. 일단 비밀이 새 나가 버리면 계약 내용을 들어 소송을 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비밀준수 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적습니다. 비밀준수계약은 비밀을 지켜야 하겠다 결심한 주체에게만 일부 유효할 뿐입니다. 그 외에는 보다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 정도입니다.

질문에서 다른 대행사들과도 비밀준수계약을 맺었다 하셨는데, 그런 경우라면 더욱 더 비밀준수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동일한 비밀을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안다면 해당 비밀 유출 시 유출 경로를 판단하기는 무척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비밀을 유출하는 주체는 활동이 훨씬 수월 해 집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그렇게 극도의 비밀을 준수해야 하는 성격의 것이라면, 해당 건에 대해 설명한 대상을 최소화하셨어야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위기나 이슈관리의 경우 비밀에 관한 건은 대부분 기업이나 셀럽이 여러 로펌이나 대행사를 만나지 않습니다. 비밀스러운 건은 대행사 쇼핑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행사들을 만나 보기 원한다면, 상당히 제한되고 구조화된 설명과 질문을 통해 대행사에 대한 판별만 단기간에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해당 비밀 건에 대해 여러가지를 설명하고, 자유롭게 대행사와 질의 응답을 나누게 되면 불필요한 수준의 구체적 비밀내용이 공유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비밀과 관련한 건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사운딩(전문가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어보는 조사)같은 성격이 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엄격하게 통제되는 인터뷰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신뢰 못할 대상과는 해당 비밀 관련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대행사 쇼핑을 하더라도, 각 대행사에 대해 정확하고 내밀한 사전 분석을 실행하고 소수 인력과만 만나 통제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낫습니다. 최소한 대행사측에게 대행사 소개를 부탁하는 수준의 콜드 미팅(상대를 모르고 하는 미팅)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비밀은 자신의 입을 떠날 때부터 이미 비밀이 아닙니다. 그 비밀이 여러 상대에게 알려지면 더욱 더 비밀로서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만약 그런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없으면 그렇게 지키려던 비밀은 이내 광고의 성격으로 변형까지 됩니다. 비밀준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대충해도 가능한 것은 더욱 더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비밀은 비밀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