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를 중심으로 AI 전반에서 폭발적인 기술 발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질의응답을 기반으로 하는 포털과 AI의 연결고리도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 포털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과 직면한 셈이다. 포털의 종말, 혹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오픈AI. 사진=갈무리
오픈AI. 사진=갈무리

강력해지는 GPT, 그리고 포털
오픈AI의 GPT-4(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4)가 등장하며 AI 시장 일대가 격변하고 있다.

기능 자체에 상당한 발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미국 모의 변호사 시험에서는 90번째의 백분위수를 기록했으며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 읽기와 수학시험에서는 각각 93번째와 89번째의 백분위수를 기록했다. 

최근 오픈AI는 GPT의 플러그인 전략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챗GPT 전용 오픈AI API를 발표한 후 24일에는 챗GPT를 위한 써드파티 플러그인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제 챗GPT를 통해 최신 정보에 빠르게 접근하고 계산을 실행하거나, 혹은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챗GPT를 통해 아마존에서 상품을 검색해 구매하거나 익스피디아를 통해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상황과 시간에 맞는 데이트 코스를 제공하는 등 챗GPT 자체의 활용도가 커질 전망이다. AI가 실생활에 빠르게 스며들 수 있는 계기다.

이런 가운데 오픈AI와 협력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AI가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신속하게 GPT와 클라우드 애저, 무엇보다 포털 사이트 빙을 결합했기 때문이다.

AI와 만난 빙의 성과는 상당하다. 특히 구글이 아닌 토종 포털인 네이버가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최근 2주간 국내 빙 사용자가 5000명을 넘기며 기존 대비 무려 7배 성장했고, 애플 앱스토어 유입량까지 계산하면 그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간에 거둔 놀라운 성과다.

물론 60%의 점유율을 상회하는 네이버와 30%의 구글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빙은 아직 점유율 측면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집계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AI와 만난 빙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구글이 AI 바드를 빠르게 출시하고 네이버가 상반기 서치GPT를 공개하는 한편 카카오도 코챗GPT를 3분기 내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는 등 기존 플레이어들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AI 전략이 선명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전략이 선명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질의응답의 패러다임 바꾸다
챗GPT에서 시작된 AI 전략이 기존 포털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까? 

의견은 갈린다. 오픈AI의 챗GPT와 만난 빙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웹2.0 시대를 풍미한 포털의 기초체력이 급격하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다만 구글이 바드를 출시하고 그 외 포털들이 공격적으로 AI 서비스를 출시하는 장면에 착안, 이제 기존 텍스트 기반의 포털은 새로운 AI 시대를 맞아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기존 포털과 AI가 탑재된 빙과 같은 포털 서비스의 '진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구글과 같은 기존 포털은 텍스트 기반이며 '궁금한 것을 찾아주는'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웹2.0 시대를 맞아 대(大)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구글은 단순한 인터페이스에 기반해 망망대해에 떠있는 섬들로 네티즌들을 안내했고, 네이버는 망망대해가 아닌 폐쇄형 워터파크를 만들어 역시 네티즌들을 안내했다. 여기서 핵심은 '질의'에 대한 '답'을 기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있다.

AI를 탑재한 포털의 방식은 온도차이가 있다. 먼저 인터페이스다. 

A라는 사람이 궁금한 것이 있어 포털을 찾아 텍스트로 답을 찾았다면, AI가 지원되는 포털은 실시간 질의응답을 통한 채팅 방식으로 A에게 새로운 답을 지속적으로 찾아준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다. 이를 통해 A는 본인이 가졌던 의문은 물론 거듭된 채팅을 통해 자신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문에 대한 답을 단박에 찾아낼 수 있는 경험을 누린다. '질의'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기계적인 피드백이 아닌, 기존 질문과 의문 이상의 깨달음과 더불어 더욱 새로운 답을 찾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생성형AI의 존재다. 기존 포털 기반의 플랫폼의 경우 A라는 사람이 궁금한 것이 있으때만 활용했다면, 이제 'AI+포털 플랫폼'은 그 이상의 의문과 답을 '생성'해 보여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네이버의 급성장 배경에 지식IN이라는, 질문자의 답변에 다각도로 답할 수 있는 많은 이들의 집단지성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집단지성이 AI라는 이름으로 가성비 좋게 새로운 입지를 다지는 것이 GPT와 빙의 결합이다.

심지어 AI가 지원되는 포털은 이를 넘어 멀티모달(multimodal)까지 가능하다.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음성과 이미지 생성 등 3차원적인 결론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텍스트 기반의 기존 포털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나아가 AI와의 대화를 통해 소소한 재미까지 누릴 수 있다.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역시 기존 포털이 제공할 수 없는 강점이다.

기존 포털 입장에서 더 심각한 것은 자본의 흐름이다. 특히 디지털 광고가 기존 포털의 캐시카우인 상태에서 AI와 결합된 새로운 포털의 등장은 상당한 위협이다. 기존 포털의 방식이 '종말의 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오는 한편 글로벌 1위 포털 사업자 구글이 GPT의 등장에 코드레드를 발령한 이유다.

최초 유튜브 업로드 동영상에서 자베드 카림이 코끼리를 본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갈무리
최초 유튜브 업로드 동영상에서 자베드 카림이 코끼리를 본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갈무리

"인터페이스 만능론은 경계해야"
빙과 같은 'AI+포털' 조합은 내러티브 방식, 즉 AI 챗봇을 통한 다양한 전략으로 이용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다만 '채팅'이라는 인터페이스 자체에만 천착할 경우 의외의 복병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불과 몇년 전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들은 경쟁적으로 AI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한 바 있다. 기존 포털 방식의 질의응답에 방점을 찍었으나 보이스 인터페이스 기반이며, 내부 콘텐츠를 음원 스트리밍으로 채운 것이 핵심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고 시장 규모도 커졌다.

다만 AI 스마트 스피커 자체가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질의응답의 인터페이스를 텍스트가 아닌 음성을 중심으로 잡았으나 사생활 침해 및 질의응답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오류, 나아가 대중성 측면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AI 스마트 스피커의 콘텐츠를 채우는 것은 음원 스트리밍이 대부분이다.

결국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텍스트 기반의 포털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들은 AI 스마트 스피커를 통한 질의응답이 편할 수 있겠으나, 그들이 기존 포털에 익숙한 기성세대를 누르고 단기간에 지갑을 열 수 있는 세대로 성장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와 포털의 만남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됐으나 역시 채팅이라는 인터페이스 자체에만 천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텍스트 기반이 아닌 멀티모달 방식의 우위도 입체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사실 MZ세대를 중심으로 궁금한 것이 생기면 텍스트의 포털이 아닌 영상 중심의 유튜브를 이용하는 트렌드가 있으나 아직은 익숙한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가 더욱 각광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멀티모달에 따른 AI+포털 전략도 단순한 접근으로는 100%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AI와 포털의 만남이 성공하려면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AI 스마트 스피커에서 학습한 방식 중 인터페이스의 변화는 추구하되 그 보다는 'AI 비서'의 측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자리잡아 '나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AI 스마트 스피커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 인터페이스는 물론 AI비서 전략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유튜브 참고 전략에 있어서는 멀티모달의 방식을 극대화시키면서도 더욱 직관적인 콘텐츠 결과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글 사옥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구글 사옥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기반 인프라 측면에서는 역시 전략의 연결이 필요하다. AI와 포털의 연결 뒷편에서 5G로 대표되는 강력한 네트워크 인프라, 클라우드, 여세를 몰아 웹3.0 전반에 대한 고민과 메타버스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MS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오픈AI와 협력해 챗GPT를 빙에 연결하고, 클라우드 애저에 AI를 공격적으로 붙여 데이터 학습과 엔터프라이즈 측면의 수익성도 담보하는 중이다. 여세를 몰아 코파일럿 출시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 전체를 삼키는 한편 지난해 10월 메타와의 협력으로 메타버스 전략까지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심지어 플러그인 로드맵으로 써드파티까지 품는 중이다. 이제 AI를 지원하는 포털이 '할 수 없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기존 포털의 종말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남은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