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이 GS25에서 발베니 위스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GS
모델이 GS25에서 발베니 위스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GS

“위스키를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에 나서는 소비자 유형이 다양해졌다.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기 위해 중저가 상품을 찾는 MZ세대부터 디자인이 예쁜 술병을 모으는 수집가까지 고객들은 다양한 이유로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선다. 한정판 초고가의 프리미엄 위스키를 구매하기 위한 사전예약도 크게 늘어는 추세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5일 동안 위스키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맥캘란·발베니·히비키·카발란’ 등 15개 위스키 브랜드 제품을 접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 때문이었다.

백화점 업계에서 단일 상품군 만을 주제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 건 이례적이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위스키 열풍’이 백화점 업계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위스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해 이색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각 사
각 사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이미 ‘위스키 홀릭’에 빠졌다. 편의점은 하이볼을 즐기는 MZ세대를 위해 ‘하이볼 전용’ 상품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다. CU와 GS25는 발품 없이 원하는 위스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오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위스키를 포함, 주류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마트의 보틀벙커가 전문화 매장 경쟁에 불을 지폈다. 보틀벙커는 잠실점에 이어 창원과 전라남도 광주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 또한 주류 전문매장 도입을 위한 사전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은 지금 하이볼 앓이’…5만원 미만 위스키가 대세

편의점 한켠에 마련된 주류 매대는 ‘하이볼’에 푹 빠진 MZ세대 사냥터가 된 지 오래다. 편의점에서 위스키를 주로 구매하는 연령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다. 위스키가 과거 유흥채널에서 즐겨 마시던 ‘아재술’에서, 이제는 젊은 청년층의 유행을 이끄는 ‘대중술’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MZ세대가 불을 지핀 위스키 열풍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다. 이른바 ‘혼술’과 ‘홈술’ 문화가 새로운 음주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개성이 강한 MZ세대들은 개인 취향에 맞게 위스키를 즐기기 시작했다.
 
실제 CU편의점에서 제공한 ‘2022년 연령대별 위스키 매출 비중’에 따르면 20대부터 40대가 위스키 매출의 대부분인 76.1%를 차지했다. 30대가 28%로 가장 높았고 20대 25.3%, 30대 22.8%로 뒤를 이었다. 과거 위스키 전성기를 이끌었던 50대와 60대 판매 비중은 각각 18.7%, 5.2%로 나타났다.

출처 : CU, 이코노믹리뷰 DB
출처 : CU, 이코노믹리뷰 DB

위스키 매출은 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크게 늘었다. 편의점 CU의 2020년부터 2023년 2월말까지 위스키 매출 추이를 보면 2021년 99%, 2022년 48.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올해 1~ 2월까지 매출 성장률은 30%다. 

GS25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위스키 매출이 크게 늘었다. 2021년 60.8%, 2022년 65.6%, 올해 1~2월 46.7%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편의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위스키는 중저가 브랜드다. CU와 GS25 모두 5만원 이하 위스키가 90% 이상의 점유유을 나타냈다. 편의점에서 5만원 이상 제품을 찾은 고객은 10% 미만이었다. 

GS25 관계자는 “위스키는 희소가치를 중시하고 셈세한 주류 취향을 가진 애호가를 넘어 최근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하이볼처럼 토니워터 등과 섞어 마시는 트렌드가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위스키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2030세대가 하이볼을 제조해 마시는 트렌드 덕분에 편의점의 하이볼과 관련 상품 매출도 덩달이 늘었다. CU편의점의 2022년 토닉워터 매출은 25%, 탄산음료는 20.3%, 빅볼 컵얼음은 61.9% 각각 증가세를 보였다.

바로 마실수 있는 RTD(READY TO DRINK) 하이볼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11월 CU가 선보인 RTD타입 하이볼 2종(어프어프 레모노닉, 얼그레이)는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 20만 개가 완판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판매량은 약 200만 개다. 

CU편의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홈술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주종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기존 소주, 맥주에 이어 와인이 인기를 끌다가 최근에는 위스키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라며 “업체들마다 한정판 위스키 판매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어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류 전문 매장·희소가치’ 띄우는 유통업계

대형마트도 위스키 열풍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큰 틀에서 위스키 마케팅은 편의점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대형마트들은 공간적인 여유를 앞세워 테이스팅과 큐레이션과 같은 ‘고객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두고 있다.

대형마트 위스키 선두주자는 롯데마트다. 롯데마트의 위스키 관련 매출 증가율은 2020년 50%, 2021년 300%, 2022년 60%, 2023년 20%를 나타냈다. 2021년과 2022년 매출 신장률이 유독 높은 것은 주류 전문 매장 ‘보틀벙커’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각사 판매 데이터 , 이코노믹리뷰DB
출처 : 각사 판매 데이터 , 이코노믹리뷰DB

롯데마트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와인과 위스키 열풍이 불자 2021년 하반기 롯데마트 잠실 제타플렉스점 내에 보틀벙커 1호 매장 문을 열었다. 보틀벙커는 와인과 위스키 동호회 사이에서 희귀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입소문과 함께 흥행에 성공했다.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점 보틀벙커 흥행에 힘입어 2호점과 3호점을 연이어 오픈했다. 2호점은 창원, 3호점은 광주에 위치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보틀벙커 4호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에서 인기있는 위스키 브랜드는 싱글몰트의 경우 ‘글렌피딕’, ‘발베니’다. 버번 위스키는 ‘잭다니엘스 짐빔’이, 블렌디드 위스키는 ‘조니워커’와 ‘발렌타인’이 주요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롯데쇼핑-롯데마트 보틀벙커 제타플렉스점 테이스팅탭 출처 : 롯데쇼핑
롯데쇼핑-롯데마트 보틀벙커 제타플렉스점 테이스팅탭 출처 : 롯데쇼핑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격대 별로는 10만원 이상 고가 위스키는 진한 풍미와 고급스러운 느낌을 얻고자 하는 애호가 중심으로, 5만원 미만대 중저가 위스키는 하이볼 제작용으로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도 주류 전문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류 전문 매장은 오는 4월께 스타필드 하남에 들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 PK마켓이 운영되던 곳으로 약 600평의 규모다.

이마트의 위스키 관련 매출 증가폭은 2021년 45.7%를 기록한데 이어 2022년 20.1%, 올해 3월22일 현재까지 23% 수준이다. 주류 전문 매장이 문을 열면 롯데마트와 주류 시장을 놓고 본격적인 마케팅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위스키 라인업 확대와 소장 가치가 높은 상품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2021년에는 와인이, 2022년에는 위스키가 대세 주류로 자리 잡았다”며 “위스키가 하이볼 등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주류로 입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증가했고 이같은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버번, 싱글몰트, 테네시위스키 등 다양한 위스키 종류와 지역을 확대하고 전세계적으로 한정수량으로 공급되는 위스키 물량을 지속 확대해 고객 니즈를 만족 시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