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호(號)가 미공개 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의혹과 별개로 양극재 수직계열화 등 기초체력이 좋아 사업경쟁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이 지난 16∼17일 충북 청주시 에코프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전현직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불공정거래’가 이유다.

에코프로 본사 전경. 사진=에코프로
에코프로 본사 전경. 사진=에코프로

압수수색 파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우선 검찰 압수수색이 두 번째인 만큼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에코프로는 전·현직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2020~2021년 대규모 수주 공시가 나오기 전에 주식을 매매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이유다.

이동채 회장도 미공개정보로 11억원 상당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컸다. 이 회장은 징역형 집행유예와 35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에 당시 에코프로는 사내외이사 동수구성 등 준법경영시스템을 강화한 바 있다. 이번 검찰 수사는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보완되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돼 문제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압수수색이 에코프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 19일 에코프로는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게재하고 “이번 금융위원회 조사는 기존 조사 대상기간과 유사해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조사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전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일 뿐, 또 다른 도덕적 해이가 발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에서는 이전사건의 ‘별건’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에코프로로서는 이것만으로도 회사 내부 감시가 허술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을 주가 급등으로 인한 검찰조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가가 급등하면 (의심이 생겨) 검찰이 무조건 별건을 핑계 삼아 조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증은 있는데 압수수색영장이 안 나올 것 같다면 확실한 것으로 받아서 조사하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식으로 타깃 조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코프로는 올해만 주당 가격이 300% 가까이 급등해 주목받았다.

에코프로는 지난 19일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새로운 사건이 아닌 이전과 연결선상에 있는 조사라 해명했다. 사진=에코프로 홈페이지 캡처
에코프로는 지난 19일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새로운 사건이 아닌 이전과 연결선상에 있는 조사라 해명했다. 사진=에코프로 홈페이지 캡처

배터리업계에서는 에코프로의 성장성과 압수수색은 무관하다는 의견이다. 이미 수주한 물량이 상당한 데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한 만큼 물량을 타사에 뺏길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양극재 등 이차전지 회사는 대부분 수주를 받고 시설을 증설한다. 주요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5만톤인 수준인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40만톤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수직계열화도 향후 높은 생산성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에코프로는 지주사로 양극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을 중심으로 환경회사 에코프로에이치엔, 양극재 주요 소재인 전구체 생산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일 산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진행하면 생산단가 인하와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 확보가 가능해 이익률이 높다. 삼성SDI와 합작 설립한 하이니켈계 양극소재 전문기업 에코프로이엠도 지난해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여기서 생산된 모든 양극재는 삼성SDI로 납품된다.

다양한 양극재 모델을 보유한 것도 장점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주력 모델은 지금까지 니켈 비중이 80~9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인 삼성SDI향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SK온향 NCM(니켈·코발트·망간) 등이 포함된 삼원계 배터리였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이 개발 중인 양극재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비롯해 망간 비중을 늘린 NMX(리튬·니켈·망간, 코발드프리), OLO(하이망간) 등으로 다양하다.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를 목전에 두고 국내 배터리사들도 LFP 배터리 개발을 선언하고 원자재 가격을 낮춘 배터리에 관심이 높은 만큼 향후 매출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적도 단단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지난해 연결기준(이하 잠정) 매출액 5조6402억원에 영업이익 618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75.0%, 615.7% 증가한 수치다. 동기간 주요자회사 에코프로비엠도 매출액 5조3569억원, 영업이익 3825억원으로 각각 260.6%, 232.5% 증가했다. 이는 이차전지 관련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주요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대비 5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에코프로비엠은 퀀텀점프 수준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2월 ‘에코 프렌들리 데이’를 통해 2027년 양극재 판매량 60만톤, 매출액 27조원 목표를 제시했다”며 “올해 이후 과거 1차 수주와 다른 수주 재평가가 발생될 전망으로 생산능력과 수직계열화 사업 경쟁력을 갖춰 신규 고객선 확보 가시성이 높을 수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퇴사인증 글이 와전돼 에코프로가 검찰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에코프로 덕분에 10억원을 벌어 퇴사한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글쓴이는 자신을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흙수저’로 소개했는데 이 부분이 ‘에코프로 임직원’으로 와전됐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