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3에서 LS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LS그룹
구자은 LS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3에서 LS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LS그룹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가산점이 생겨야 관련 사업 활성화될 것이다.”

김양영 LS일렉트릭 글로벌 마케팅팀 매니저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2023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이 같이 말하며,  ESS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SS는 과잉전력 저장장치로 신재생에너지 활용 시 짝꿍처럼 활용된다. LS일렉트릭은 ESS의 핵심 부품인 전력변환장치(PCS)와 전력교환장치를 생산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도 최근에 ESS를 거의 설치하지 않는다. 잇따른 화재를 이유로 태양광·풍력 연계형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구자은 LS일렉트릭 회장이 ESS에 대해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3 인터베터리 최고 인기 부스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가정용 ESS 코너를 소개하는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 수급불안으로 유럽에서는 가정용 ESS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규제와 저렴한 전력 가격 등으로 (가정용 ESS)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ESS는 집안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저장해 추후 전력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3 인터베터리에서 가정용 ESS를 전시했다. 사진=이하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2023 인터베터리에서 가정용 ESS를 전시했다. 사진=이하영 기자

국내는 규제에 막혀 가정용 ESS 사용이 제한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나도 가정용 ESS를 사고 싶다. 전기세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관람객이 “저거 못 산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심하다”고 답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등에서 전력비 부담을 덜기 위해 가정용 ESS 설치를 고민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에너지업계는 화재 위험이 덜한 LFP(리튬인산철) ESS 도입과 정부 규제완화 시기를 연결 짓기도 한다. LFP 배터리는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주력으로 하는 삼원계(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으나 화재 위험성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안에 LFP ESS 제품 출시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ESS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국내 ESS 사업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ESS가 활성화되지 못해) 신재생에너지가 버려지고 있는데 너무 아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생된 신재생에너지를 버리지 않도록 하려면 한국전력에서 전력망을 확충해야 하는 데 이렇게 하면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안전성을 강조해 ESS를 활성화하는 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