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모바일 시대의 아이콘입니다. 방대한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특유의 플랫폼 감각으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등극했습니다. 최근 중국의 틱톡을 견제하는 미 당국의 발작적인 대응만 봐도 이제 SNS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시대의 패권과 역사에 관여하는 강력한 매개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SNS의 진화

SNS는 한때 공개형 SNS와 폐쇄형 SNS로 분류됐습니다.

전자는 트위터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순식간에 번지는 것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SNS의 유형입니다. 물론 후자도 일반적인 개념이지만, 오프라인의 인맥을 온라인 인맥 기반으로 복사하며 시작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변하고 있습니다. 먼저 공개형 SNS의 경우 셀럽의 마이크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불특정 다수(온라인 기반 인맥)와 만나는 트위터의 경우 자연스럽게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인물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역시 불특정 다수라는 특성에서 기반해 익명성이 강해지면서 불필요한 잡음이 커지는 경향도 커졌어요.

폐쇄형 SNS의 변화는 더욱 극적입니다. 실제로 메타의 페이스북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나아가며 더욱 내부 생태계로 파고드는 경향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공개형 SNS가 가진 온라인 여론 주도 현상도 뚜렷해졌습니다. 직접적이고 현실에 더욱 가까운 이슈를 거론하는 이들, 특히 정치인들이 폐쇄형 SNS인 페이스북을 오픈형 SNS인 트위터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의 인스타그램, 동영상의 틱톡 등 다양한 방식의 분화가 벌어지는 것도 주로 폐쇄형 SNS입니다. '정보의 빠른 확산'이라는 일반적인 의미의 SNS는 공개형 SNS가 여전히 강력하지만 폐쇄형 SNS도 이러한 특징을 유지하면서 방식의 세분화나 플랫폼의 고도화가 더 빠르게 벌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MZ 세대의 텍스트 기반 SNS 탈출 등 입체적인 변화들이 덧대어지기도 합니다.

출처=플리커
출처=플리커

SNS는 삶에 도움이 될까

SNS 피로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개형 SNS, 폐쇄형 SNS를 막론하고 삶의 공기로 다가온 SNS 그 자체에 피로를 느끼는 현상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명품, 여행, 셀럽의 그림자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SNS에 예쁜 콘텐츠를 올려 '따봉'을 받고싶어하는 '관심종자'의 횡행은 이제 오래된 이야기지요. 그것이 지식의 뽐앱이든 부의 뽐냄이든 피곤하고 또 피곤합니다. 내 일상을 공개하는 것도, 남의 인생을 관찰하는 것도, 포장하는 것도 피곤한 일입니다. 

언제까지 인스타감성이라는 말에 갇혀 DM으로만 주문을 받는다는 공사판 컨셉 카페주인의 어이없는 횡포를 참아줘야 할까요. 웹2.0을 넘어 웹3.0의 시대를 맞아 비리얼(BeReal), 가스(Gas), 제네바(Geneva)와 같은 제한된 개방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SNS들이 등장하는 배경입니다.

다만 SNS의 한계는 단순 피로증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SNS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일부의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이 SNS로는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손가락 혁명으로 부르기도 했지요. 이를 통해 SNS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신념입니다. 사실일까요?

빛과 그림자

2010년 12월, 튀니지 남동부 지방도시인 시디 부지드 거리에서 한 청년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청년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노점상을 했으나, 경찰의 단속에 삶의 기반을 빼앗기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다만 이 비극적인 사건은 당시 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당국의 엄격한 통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묻힐 뻔 했던 한 청년의 슬픔은 트위터에서 되살아났습니다. SNS, 트위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년의 죽음에 슬퍼하는 사람들의 분노는 트위터를 통해 결집되어어 폭발했고, 여기에 끔찍한 경제불황에 대한 분노와 장기집권에 따른 피로감이 겹치며 불꽃은 화염이 되었습니다.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으며, 결국 벤 알리(Zine El-Abidine Ben Ali) 대통령은 2011년 1월 14일 쫒기든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고 말았습니다. 아랍의 봄을 끌어낸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입니다. SNS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증거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약간 냉정한 시선에서 보자면 SNS가 피워낸 아랍의 봄은 미완의 혁명이었습니다. 시민은 응집했으나 그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지 못했고, 거기까지가 SNS의 역할이었기 때문입니다. 홍콩 우산시위가 그랬고, 미국 흑인 시위가 그랬습니다.  

물론 '거기까지 가도록 한 것이 어디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들여다봐야 합니다. SNS를 통해 벌어지는 범죄와 가짜뉴스 및 미완의 혁명, 동시에 SNS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시민의 성과와 민주주의의 신념을 저울질해야 합니다. 

여기에 SNS의 빛보다 빠른 속도가 과연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도 살펴야지요. 최근 폐쇄된 실리콘밸리뱅크 쇼크 이면에는 과도한 공포와 가짜뉴스가 지나치게 빠르게 번지며 일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프라인은 기존의 속도에 익숙해졌으나 SNS는 이를 파괴하고 부숩니다. 

그 너머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SNS가 과연 진보의 결과물일지 이제는 진지하게 살펴볼 차례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