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재선을 노리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부활과 노동자 지지 확보를 위해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 강화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해법 찾기에 바쁜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산 제품이나 부품 재료 등을 바이(buy)하지 않고 미국에서 사업하면 바이(bye)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어서다.

취임 첫 주, 미국산 구매 확대할 행정명령 서명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 주인 2021년 1월 15일(현지시간, 이하 현지시간) 연간 6000억달러(약 780조원) 규모의 연방정부 조달에서 미국산 구매 비중을 높이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제조업 진흥과 일자리 창출이 핵심 목표라고 밝히면서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주요 산업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공급망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7월 28일에는 백악관에서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를 위한 ‘바이 아메리칸’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백악관은 1933년 대공항 당시인 1933년에 제정한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우선 구매법)을 제정한 지 약 70년 만에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인프라 투자 연방 재정 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
인프라 투자 연방 재정 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

기존까지는 원재료부품의 55% 이상이 미국산이면 연방정부 조달 대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앞으로 이 기준을 60%로 상향 조정하며, 2024년부터 2028년까지는 65%, 2029년부터는 75%로 상향한다. 75% 기준 설정 이후 이를 충족시키는 미국산 최종 제품과 건설자재가 1년 안에 없다면 65%로 하향 조정된다. 다만 이 사안은 철과 강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미국 제품에 대한 가격특혜도 확대한다. 미국 연방정부 조달방식을 통한 제품 구매 시 미국 제품에 제공하는 가격특혜를 기존보다 더 강화했는데, 비율은 연방정부 기관별로 다르게 적용한다. 미국 국방부는 50%에 달하는 가격특혜를 설정해놓고 있다. 미국산 제품의 제안 가격이 최저가가 아니면 최저가 입찰 외국산 제품 가격을 20%(대기업) 또는 30%(소기업) 인상한다.

아울러 개정한 바이 아메리칸 법안이 시행되면 조달 계약자는 핵심 품목의 미국 부품 비율을 감독기관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다만 이 조항은 연방취득규제위원회가 핵심 품목 목록을 완성한 뒤 적용한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조달 부문에서 바이 아메리카 정책 강화를 위해 전담기관을 설치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총괄하는 메이드인아메리카실(MIAO, Made in America Office)을 신설해 각 조달기관의 바이 아메리카 규정 이행과 예외적용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예외적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조달기관별 자국산 구매 담당자(SAO, Senior Accountable Officials)를 지정하고, MIAO 조달기관에 대한 시장과 제품 분석 지원, 예외적용 관련 절차와 서류 표준화, 바이 아메리카 정책 활용에 대한 정기 보고서 작성과 제출 의무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이 만든 걸 써야”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5월 14일에 발효된 ‘인프라법(IIJA, The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을 통해 연방재원으로 진행하는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미국산 제품 구매를 의무화하는 ‘빌드 아메리카, 바이 아메리카 법(BABA Act, The Build America, Buy America Act)’을 도입했다. 규제 대상 인프라 범위를 확대하고 건축 자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했으며, 예외적용 절차와 요건을 강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바이 아메리칸은 미국 연방정부 기관이 물품과 서비스를 조달할 때 미국산을 우선 구매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납세자’ 돈으로 ‘미국 노동자와 기업’이 만든 제품을 써야 한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 바이 아메리칸은 연방정부에서 진행하는 조달 프로젝트를, 바이 아메리카는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되 주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조달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다.

박혜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이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강화하면서 미국 조달시장 진입장벽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공공 인프라 조달에 대한 규제강화로 비철금속과 플라스틱, 유리, 목재, 폴리머 제품 같은 건축 자재 조달시장과 전기차 인프라 조달시장 진출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과 조달협정(GPA, FTA)을 체결해 조달협정 미체결국인 중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또 미국이 연방재정지원 인프라 규제를 강화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인프라 프로젝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기업에는 기회요인이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정부도 국내 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진출 리스크 완화를 위한 정책과 지원을 제공하며 이 같은 변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7월 29일에는 ‘반도체와 과학법’을 통과시키며 미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분업과 공급망 체계가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전략과 지원정책 고도화도 시급해졌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과학법이 중국과의 기술패권경쟁 승리를 위한 인공지능과 반도체 포함 연관 첨단산업 역량의 총체적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며 “앞으로 세계 경제·산업 분야에서 미·중 간 신냉전 본격화에 대비해 우리나라 역시 국가 차원에서 종합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전략 입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와 과학법, IRA 등으로 더욱 강화

지난해 8월 16일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이 발효됐다. IRA는 친환경 에너지, 헬스케어 같은 분야에 4370억달러(약 568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억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한다.

IRA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넘게 추진되던 2조달러(약 2600조원) 규모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을 수정·축소한 법안이다. 더 나은 재건법이 과다한 예산 규모 같은 이유로 미국 의회 반대에 부딪히자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적 현안인 인플레이션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워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헬스케어 부문으로 지출 범위와 예산 규모를 축소한 IRA 법안을 미국 의회에 제출해 통과시켰다.

IRA 법안을 살펴보면 지출 측면에서 총재정 투입의 84%에 이르는 3690억달러 예산이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 대응 부문에 편성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청정 전력 부문 세액공제, 친환경제조업·차량·연료 관련 세액공제, 개인 대상 청정에너지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미국의 기후 대응 리더십 회복과 미국 내 투자·생산 확대를 통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까지 의도하고 있어 우리 경제와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지원금을 받으려면 중국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사실상 미국과 중국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출처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지원금을 받으려면 중국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사실상 미국과 중국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출처 : 삼성전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2일에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NBBI, National Biotechnology and Biomanufacturing Initiative)’를 론칭하기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날 백악관은 “바이오기술과 바이오제조 분야의 경제적 파급력이 2030년 30조달러에 이를 정도”라며 “하지만 미국은 공급망 등에서 해외 의존도가 너무 높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중국 바이오기술의 급성장과 중국 정부의 바이오경제 육성정책에 따른 경쟁 위협도 주요한 배경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바이오기술이 의약품과 농작물, 플라스틱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시장에서 규모가 큰 바이오의약품이 주목받았는데, 앞으로 에너지와 화학, 농업,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과도 밀접해 경제 전반에서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법안은 미국 내 바이오제조 인프라 구축과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 수준, 바이오 기반 제품 구매시 대상 제품과 미국산 원료 사용 여부에 대한 조건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수출하거나 미국 현지 진출을 모색하려는 국내 기업도 방향성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도 바이오 산업에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미국의 ‘바이오제조 역량 강화’와 ‘바이오 기반 제품의 의무구매 확대’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인지를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2월 7일 바이든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국내 인프라 건설에 사용되는 모든 건축자재에 미국산 사용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후속 조치로 백악관은 예산관리국(OMB) 지침 개정 내용을 2월 9일 관보에 게재하고, 향후 30일간 공개의견 청취를 거쳐 최종 개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항만당국협회는 일부 소규모 화물 장비를 제외한 전기 장비가 모두 외국에서 생산된다며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준수하고 싶어도 맞출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뉴저지 항구. 출처=연합뉴스
최근 미국항만당국협회는 일부 소규모 화물 장비를 제외한 전기 장비가 모두 외국에서 생산된다며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준수하고 싶어도 맞출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뉴저지 항구. 출처=연합뉴스

모든 연방 지원 인프라 사업에 반드시 ‘바이 아메리카’ 특혜 조항 반영(모든 하도급 사업 포함), 연방 부처기관은 인프라 사업 용어 범위를 최대한 폭넓게 해석하도록 지시하는 등 지난해 5월에 발효된 인프라법에 있는 미국산 특혜 조항에 대한 시행지침을 구체화한 것이다. 또 미국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한다. ① 철강은 주조부터 코팅까지 모든 제조 공장이 미국 내 발생 ② 제조품은 미국 내 제조 요건에 더해 총 부품 비용 중 미국산 비중이 55% 이상 ③ 건축자재는 모든 제조 공정이 미국 내 발생.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카’는 기존의 바이 아메리칸 법과 새롭게 도입한 바이 아메리카 법에 지난해 발효된 반도체와 과학법(8월 9일)과 인플레이션 감축법(8월 16일),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9월 12일) 등이 추가되며 다양한 산업을 포괄해 제도화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산업 현장은 ‘제도 유예’ 요구

하지만 미국 산업 현장에서의 반응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바이 아메리카 강화 조치에 전미건설협회(AGC)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 93%가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업 대부분이 특혜 규정 충족에 어려움이 있어 한시적 제도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월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바이 아메리카가 문제에 부딪혔다”며 “미국은 도로와 교량, 항구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부품 대부분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미국산 제품을 쓰고 싶어도 유통되는 제품 대부분이 외국산이어서 바이든 행정부가 정한 사용 기준을 맞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 교통부는 부두 크레인, 선박 리프트 등 수입 화물장비 구입에 연방정부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항만당국 신청을 기각했다. 이유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맞추지 못해서다. 이에 미국 항만당국협회(AAPA)는 일부 소규모 화물 장비를 제외한 전기 장비는 모두 외국에서 생산된다며 규정을 준수하고 싶어도 맞출 수 없다고 항변했다. 고속철도 건설에 사용되는 재료 대부분도 일본이나 독일 제품이어서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지키기 어렵다.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미국 현지뿐 아니라 한국과 같은 미국 동맹국에게도 우려의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공약할 때만 해도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해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특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실제 정책이 진행되면서 예상과 다른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낮은 가격으로 세계를 공략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 점유율을 계속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배제되면 그만큼 한국 기업 점유율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 CATL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포드와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전망이 뒤바뀌고 있다. CATL과 포드의 합작공장이 만들어지면 국내 배터리 기업이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에도 처할 수도 있는 셈이다.

반도체 분야도 애매한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가 2월 28일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보조금 지원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 정부에서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은 예상을 초과하는 이익 중 일정 비율을 미국과 공유해야 한다. 또 미국 상무부는 보조금을 수령한 기업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 또는 해당 국가 기업에 기술을 제공하거나 공동 연구를 추진하면 보조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곤란한 상황이다.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도 이익을 나눠야 해 금액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 중국 공장을 위해 투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 정부나 기업은 쉽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중국 양국과의 경제협력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대국 간의 경쟁이 양자간 합의로 예기치 않은 국면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수 있음을 항상 염두해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출처=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출처=LG에너지솔루션

효과 낮아도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계속된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이렇게 강력하게 추진하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이 미국의 일자리 확대 등에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제이반안델 무역정책 수석 정책분석가인 토리 스미스는 2021년 2월에 해리티지재단(1973년에 설립된 미국 보수주의 성향 싱크탱크)에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 미국 납세자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토리 스미스는 이 보고서에서 “바이 아메리칸 정책으로 미국이 철강 산업을 보호하려고 했으나 1980년 50만명에 달했던 철강 산업 종사자가 30여년이 지난 2010년대에 14만명대로 줄었다”며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제가 기업에 많은 비용이 들게 하는 부담으로 작용해 정부 계약에 대한 경쟁을 줄이고 납세자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미국의회조사국(CRS)에서도 트럼프 정부 때 시행된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 미국의 차량제조업과 철강업, 교통인프라에 미친 영향에 대해 상세하게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CRS는 “일자리수와 매출량 등 다양한 지표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이 철강업과 차량제조업에 미친 영향을 측정했으나 효과가 미비했다”며 “바이 아메리카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철강 수요 변동이나 글로벌 경제 성장 등 거시적 경제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피터슨연구소의 2020년 분석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보호받는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일자리 하나에 25만달러(약 3억2500만원)의 세금이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슨연구소의 게리 허프바워 경제학자는 “(바이 아메리카가) 정치적으로는 훌륭할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의 하나로 볼 수 있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문성 교수는 “미국 바이아메리카 정책은 WTO 비차별성 원칙을 위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중국의 부상, 미·중 기술패권경쟁 심화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과거 금기시하던 산업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국제통상정책 흐름이 변화하고 있는 변혁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정책 상당수가 실질적인 이득보다 정치적인 목적이나 이유로 집행될 뿐 아니라, 지금까지 보호무역 정책이 해당 국가의 산업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기 때문이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미국 연방정부는 1930년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16%를 부담했고, 2차 대전 이후에는 2분의 1에서 3분의 2 사이를 부담했다. 미국이 전반적인 기술력 우위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컴퓨터, 항공, 인터넷 분야의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연방정부가 국방 관련 연구개발기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방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서 미국 산업 발전에 중요하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 강화 정책에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강문성 교수는 “미국 정부와 기업 역시 우수한 품질의 부품소재와 최종재를 원한다”며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이 우수한 기술력과 제품으로 미국 기업과 협력하거나 조달에 직접 참여할 경우 예외 규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 아메리칸은 미국산 생산품 조달이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불합리하게 가격이 비싼 경우(가격 차이가 6% 초과), 미국산 생산품의 수량과 품질이 불충분한 경우 등을 미국산이 아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