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꼽히는 코인원이 지난 20일 창립 9주년을 맞았다. 

코인원이 걸어온 길은 개척의 역사를 닮았다. 2014년 2월 20일 창립한 후 블록체인 불모지로 불릴 정도로 척박했던 국내 가상자산 시장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거래소들이 명멸했다.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눈부신 무대에서 활동한 거래소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역사속으로 사라지거나, 심지어 '철컹철컹'의 길을 걷기도 했다.

코인원은 달랐다. 큰 부침없이 튼튼하게 성장한 대표적인 거래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혹 '무색무취'라는 평가를 받으며 모험심 충만한 강렬한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심심하다는 말도 듣지만 그래도 코인원은 한 번도 '정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 강호의 의를 저버리지 않고 사파와 마교의 길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특히, 최대 장점으로 알려진 보안 분야를 비롯해 준법과 투자자 보호 부문에서 노력하며 가상자산 시장이 투자자 신뢰를 쌓는데 기여해왔다는 평이다.

출처=코인원
출처=코인원

"공사현장에만 있는 문장인 줄 알았다"
9년 연속 무사고. 공사현장에만 있는 문장이 아니다. 코인원을 수식할 때 자주 쓰이는 문장이다.

9년 연속 '보안' 무사고. 코인원을 상징하는 정체성이다.

유명 화이트해커 출신인 차명훈 대표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코인원은 업계 내 가장 보안이 뛰어난 거래소로 알려져있다. 여세를 몰아 올해를 기점으로 설립 이후 연속 보안 무사고 기록을 9년으로 늘린 상태다.

툭하면 사고가 터지는 다른 거래소들의 사례를 감안할 때 코인원의 대기록은 엄청난 업적으로 볼 수 있다. 말이 쉽지. 거래소가 9년 연속 보안 무사고를 달성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코인원 직원들은 공사현장에서 착용하는 안전헬맷이라도 쓰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일까?

대기록 달성의 비결은 여러가지가 꼽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끊임없는 자기객관화'로 말할 수 있다. 스스로 냉정하게 보안 시스템을 돌아보며, 또 스스로를 타자화시키며, 또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 연장선에서 보안조직 주관 하에 장애·재해·외부공격 등 사고발생 시 자체 위기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2가지 사고대응 모의훈련도 운영 중이다. 해킹 등 외부 침투로 인한 가상자산 탈취사고처럼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이에 대응하는 부서별 실무 매뉴얼과 절차를 숙지·점검하는 침해사고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 입출금 서비스의 장애 발생 상황을 가정한 재해복구 모의훈련이 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려운 일이다. 말이 쉽지. 스스로를 자기객관화시키는 것은 말 그대로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코인원 초창기 시절. 차명훈 대표가 지금처럼 업계의 유명인사가 되기 전 운 좋게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예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것이 있다.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자신의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자신이 밝히는 비전이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한 자기객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달변가이면서 말을 몇 번이나 되뇌이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자기객관화를 하는 작업에 익숙해보였고 또 중독된 것 같았으며 사실 즐기는 것 같았다. 지금 코인원의 안전제일 문화 이면에 오롯이 박혀있는 내밀한 정신의 물결이리라. 갑자기 코인원 직원들이 가련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대표에 그 직원이겠지만.

실제로 현재 코인원에는 그 대표에 '그 직원'이 더 보강되고 있다. 

코인원은 작년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30여 년 간 정보보호 및 IT 개발 운영 경력을 쌓아온 최중섭 CISO를 선임했다. 최 CISO의 합류 이후 내부 보안 체계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인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내부 관리 지침 등에 따라 매년 한 차례 이상의 내부 보안 감사를 진행한다.

가상자산 전산 시스템 운영, 활용, 정보보안 등 전산업무 전반에 대해 업무처리 적정성을 점검하고 내부통제 및 사업의 운영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출처=코인원
출처=코인원

준법, 그리고 투자자 강화
코인원은 점차 커지고 있는 거래소 자금세탁방지(AML)의 중요성에 대응해 AML 업무를 특히 강화해 왔다. 특금법 이전인 2019년, 전문대응팀을 구성한 이래,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출신의 AML 전문 인력 확보, AML 센터 설립·운영 등을 통해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계속 강화한 곳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AML센터 신설 이전보다 약 5배 증가한 AML 전문인력 규모에 맞춰 AML센터를 기존 2배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여기에 외국계은행에서 30년 이상 자금세탁방지, 컴플라이언스, 내부통제 업무 경험을 쌓은 정수훤 AML실장을 보고책임자로 영입. 코인원 AML에 전통금융권의 노하우와 경험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방심하지 마라. 상대는 코인원이다. 

여기서 끝나면 코인원이 아니다. 자금세탁방지 업무와 연관성 높은 교육이수 및 자격증 획득을 통해 AML 담당 인력의 업무 전문성도 높이고 있다. 코인원 AML전문인력의 자금세탁방지 전문 교육 이수율은 100%에 달한다. 올 2월 기준, 자금세탁방지 업무 유관 자격증을 보유한 인원은 총 16명이며, 이들이 취득한 자격증 수는 총 27개에 달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지속 강화하고 있다. 이용자보호센터를 중심으로 이상거래탐지(FDS)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접수된 신고 내용을 토대로 금융사고 패턴을 자체 분석하고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성과는 즉각적이다. 코인원은 작년 총 8건, 6억 2500여 만 원에 달하는 보이스 피싱 피해를 예방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2월 기준, 1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시도를 한 차례 막아낸 바 있다.

"뭔가..뭔가 있다"

코인원의 깐깐함을 보면 처음에는 놀랐다가 나중에는 익숙해지고, 그러다 또 뭔가 막 추가되면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한번 지켜보자'는 오기가 생긴다. 하지만 그 오기를 뛰어넘는 미친 '무언가'를 보면 말문이 막히며 나중에는 결국 즐기게 된다.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을때도 있다. 더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가면서 스스로 쥐고있는 깐깐함을 놓아두면 더 큰 성공이 시작되지 않을까? 물론 코인원도 더 큰 성장을 원한다. 카카오뱅크와 만나 제2의 도약을 간절히 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부적으로 답답해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코인원은 성장을 원하면서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정도를 벗어나면 살짝 달콤함을 맛볼 수 있어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코인원은 살아남았고, 대표 거래소 중 하나가 됐다. 큰 파도가 닥쳐와도 흔들리지 않는 곳이 됐으며, 9년이나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