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챗GPT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맥락을 파악하고 의도를 분석하는 챗GPT의 특별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게 될까? 챗GPT라는 돌맹이가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 기반 대화형 AI 챗GPT(ChatGPT)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10일(현지시간)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대담을 통해 챗GPT를 두고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커지는 챗GPT 인기 
챗GPT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2년 11월 30일 출시된 후 넷플릭스가 3.5년, 인스타그램이 2.5개월이 걸려 달성한 100만명 가입을 단 5일만에 이뤄냈기 때문이다. 서비스 시작 두 달만에 무려 1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2월 기준으로는 1억5000만명을 넘겼다. 인터넷이 연결된 국가의 절대다수가 챗GPT와 소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이트 트래픽의 21%는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1월 기준 일일 평균 방문 횟수는 2500만건에 이른다.

유료버전인 챗GPT 플러스의 인기도 순항하고 있다. 한국에도 출시된 가운데 한달 20달러, 약 2만5000원이면 사용할 수 있다. 

챗GPT 플러스의 한국 시장 진출 타이밍은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다. 그 만큼 한국 ICT 환경이 테스트 베드로 삼기에 좋다는 판단이 섰을 것으로 보인다. 오픈AI는 이를 통해 2024년까지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 플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다. 기존 챗GPT의 경우 많은 이용자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답변이 늦어지거나 혹은 오류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챗GPT 플러스는 과도한 트래픽이 몰려도 빠르게 답을 알려주며 오류도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챗GPT의 등장으로 AI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도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일상 AI 업계에서는 최근까지 AI를 통해 무언가 분석하고 인식하는 기능이 주를 이뤘으나 이제는 직접 무언가를 생성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고양이 및 강아지 사진을 구분하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였다면 이제는 고양이 및 강아지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생성형AI의 시대다. 그 연장선에서 대화형AI가 각광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초거대AI에 대한 연구개발도 이뤄지며 챗GPT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화형AI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챗GPT를 위시한 다양한 대화형AI가 출시되며 일상생활의 AI 패러다임 변화가 빠르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화형'이라는 인터페이스 자체가 대중화에 유리한데다, 인간의 삶 모든 곳에 빠르게 스며들 수 있는 핵심 무기이기 때문이다.

정부 직원들이 챗GPT를 체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부 직원들이 챗GPT를 체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비밀무기는?

무엇이 챗GPT를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우선 챗GPT의 기반은 2017년 AI 열풍을 주도했던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비슷하다.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과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으로 구축된 알파고와 큰 틀에서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 AI 모두 인간의 뇌를 본 따 만든 인공 신경망으로 지도 학습과 강화 학습을 통해 더 똑똑해진다.

2017년의 알파고는 4개의 신경망을 바탕으로 최적의 수를 탐색하는 구조를 보여줬다. 크게 정책망과 가치망으로 압축해 설명할 수 있다. 정책망은 수를 놓기 위한 기본적인 포석으로 볼 수 있으며 여기서 가치망이 작동해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한다. 하나의 단일한 계산에 의지해 빅데이터에서 정보를 뽑아내는 기계적인 방식이 아닌, 정책망과 신경망을 겹쳐 최적의 수를 능동적으로 판단하는 로드맵이다.

알파고 돌풍의 주역인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알파고 돌풍의 주역인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여기에 정책망과 가치망을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MCTS)로 운영한다. 이렇게 되면 AI의 '기민함'이 깨어난다. 방식 자체가 능동적인데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학습의 한계는 없으며, 통계를 바탕으로 동일한 상황에서도 다른 수를 시도하는 직관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챗GPT는 여기에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방식이 도입됐다. 기반 인프라는 알파고와 동일한 챗GPT가 더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RLLHF는 방대한 언어 데이터베이스에서 고품질의 데이터만 따로 추출해 학습시키는 SFT(Supervised fine-tuning step)를 1단계로 삼는다. 일종의 맞춤형 학습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2단계는 정제된 데이터에서 사람이 직접 질문을 던지며 옳은 대답을 골라내는 보상 모델(reward model)로 구성된다. 질문과 답을 반복하며 옳은 답을 했을 때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이다. 

마지막 3단계는 실제 구동을 전제로 결과물의 정확성을 높이는 PPO(Proximal Policy Optimization) 알고리즘이다. 정제된 데이터에서 일종의 A/B 테스트를 했다면, 다음으로는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 전개된다. 이를 통해 챗GPT는 더욱 강해진다.

챗GPT가 대화형AI라는 점도 중요하다. B2B가 아닌 B2C에 특화되어 AI의 강력함을 대중들에게 더 선명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AI 스마트 스피커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장면이 재연될 수 있다. AI 스마트 스피커가 음원 스트리밍이라는 강력한 콘텐츠를 통해 대중화 전철을 밟았다면, 챗GPT는 질문과 해답이라는 강력한 콘텐츠를 통해 대중화 전철을 손쉽게 밟을 수 있었다. 

둘의 공통점으로는 역시 '기존 인터페이스와의 차별화'다. 익숙한 포털 검색의 인터페이스를 두고 AI 스마트 스피커는 보이스 인터페이스라는 변화를, 챗GPT는 새로운 접근방식의 질문과 해답이라는 인터페이스 변화에 주목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조만간 등판할 GPT-4에도 주목하고 있다. 

GPT-4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멀티미디어도 학습했기 때문에, 최근 AI 모델링의 트렌드인 멀티모달(Multimodal/텍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 포함)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희소 모델(Sparse Model)을 통해 더 낮은 비용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가성비도 훌륭하다. GPT-3는 학습 단계에서 1회당 수십억원이 들지만 GPT-4는 100만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중성 확보에 유용하다.

AI 김캐디 발언. 출처=김캐디
AI 김캐디 발언. 출처=김캐디

챗GPT가 할 수 있는 것

대화형AI인 챗GPT는 '질문과 답변'이라는 행위로 현존하는 모든 행위가 가능하다. 궁금한 것에 답을 주거나 소설이나 시를 쓰기도 하고, 상담을 하거나 기술적으로는 의료행위도 벌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드렉셀대 연구진은 최근 GPT를 통해 치매 진단 및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GPT를 활용해 치매 의심 환자의 초기 증상을 최대 80%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치매 의심 환자의 말투나 목소리 등을 인지해 치매 증상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은 전문적인 수련을 받은 의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챗GPT는 치매 중증도를 판단하는 테스트인 MMSE(Mini-Mental State Exam) 점수 예측 프로그램에서 인간과 비교해 20% 더 정확한 결과를 냈다. 

물론 챗GPT가 단독으로 환자를 살펴보고 진찰하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보조 역할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데이터 기반의 진단에서는 인간의 실력을 압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료 정신케어 앱 코크가 최근 GPT를 전격 도입한 배경이다. 

국내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헬스케어 플랫폼 굿닥이 국내 최초로 챗GPT를 활용한 건강 AI 챗봇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굿닥 앱(App) 내 ‘건강AI’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건강·시술과 관련된 사용자 질문에 AI가 1초 이내에 답변을 제공한다.

굿닥은 이번 서비스 출시로 진료 연계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사용자 질문에 대한 직·간접적인 솔루션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AI 답변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질문에 따라 △비대면 진료 △클리닉마켓 △병원 예약 등 대면 진료와 연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사용자 건강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굿닥 임진석 대표이사는 “기존 굿닥 앱을 통해 서비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나아가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이 가능한 기능을 구현한 만큼, 비대면 AI가 의료 서비스 보편성과 친숙도 향상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의료 플랫폼에 국내 최초로 최신 기술인 AI 접목에 성공한 굿닥은, 향후에도 다양한 최신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를 통해 공공의료서비스 질 제고와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AI기반 의료시스템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 추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색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실제로 골프생활 플랫폼 김캐디는 최근 GPT를 통해 AI 김캐디를 공개한 바 있다. 골퍼 간 골프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쉽게 골프를 즐기자는 취지로 제작되었으며  ‘골프 치기 전에 좋은 스트레칭 알려줘’, ‘비거리 잘 나오는 법 알려줘’ 등 간단한 질문은 물론,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길로이의 플레이 스타일 차이를 알려줘' 같은 복잡한 질문도 AI가 대답해준다.

챗GPT는 논문이나 학교숙제를 하기도 한다. 맥락을 파악해 결과물을 창출하는 만큼 실제 인간이 쓴 논문과 학교숙제와 비슷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최근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챗GPT를 논문 저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발표를 한 바 있다.

그 정도로 챗GPT의 '기술작문'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맥 혁신경영연구소의 크리스천 터비시 교수는 최근 ‘챗GPT가 와튼 경영학 석사(MBA)를 수료할 수 있을까’란 논문을 통해 챗GPT가 와튼스쿨 MBA의 필수 교과목 중 하나인 ‘운영관리’ 기말시험에서 ‘B'를 받았고, 미국 법학전문대학원 시험과 의사면허 시험도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안의 초안을 만들기도 했다. 당장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5일 미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배리 파인골드가 챗GPT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안 초안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파인골드 의원에 따르면 처음 챗GPT는 법안 초안 마련을 거부했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70%의 분량을 작성했다고 한다.

챗GPT와 함께 AI 반도체 시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퓨리오사AI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AI 플랫폼 허깅페이스와 만나 챗GPT와 같은 초거대 언어 모델 뿐만 아니라 비전, 음성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영역에 걸쳐 트랜스포머 계열의 AI 모델을 차세대 AI 반도체에 최적화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중이다.

퓨리오사AI가 개발 중인 차세대 AI 반도체는 챗GPT 등 트랜스포머 계열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지원하는 인퍼런스 칩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3세대 고대역폭메모리 D램 ‘HBM3’을 탑재할 예정이다. 현재 디자인 설계를 마쳤고, 2024년 상반기에 5nm 선단 공정에서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퓨리오사AI는 컴퓨터비전 영역을 타겟하는 1세대 AI 반도체  ‘워보이’를 양산 중이며,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유럽의 글로벌 고객사들과 샘플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과학연구에도 챗GPT가 동원될 수 있다. 단순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대화상대로 활동하거나, 작곡도 척척 해낸다.

스캐터랩의 이루다 2.0이 발표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스캐터랩의 이루다 2.0이 발표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물론 챗GPT만 AI의 강력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작곡의 경우 국내에서는 지니뮤직이 흥미로운 실험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10월 인수된 스타트업 주스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AI작곡, 편곡 등의 기술특허를 다수 보유한 강소기업인 AI스타트업 주스는 지니뮤직과 밀리의서재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AI오디오드라마 ‘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 OST ‘같은 베게’를 AI편곡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해 2.0 버전으로 등장한 스케터랩 이루다도 눈길을 끈다. AI 모델인 루다 젠1(Luda Gen 1)으로 문맥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생성한 문장을 사용하며 많은 이들과 부드럽게 소통하고 있다. 이루다의 경우 릴레이션십 포인트 파인튜닝(Relationship Point Fine Tuning)으로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대화의 원칙을 가르쳤고 대화 중 사진을 인식해 답변할 수 있는 포토챗(Photo Chat) 베타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