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 기반 대화형 AI 챗GPT(ChatGPT)가 글로벌 빅테크 시장을 흔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AI가 올해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될 것”이라면서 “과거의 PC나 인터넷만큼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AI의 강력한 존재감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않다. 주요 빅테크들의 행보도 빨라지는 이유다.

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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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다음? 챗GPT
챗GPT가 등판하자 빅테크 업계를 비롯해 온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대화형 AI를 추구하며 '질문과 답'으로 이뤄진 매끄러운 가동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와 대화하고 답을 구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공동작업을 하기도 한다.

2017년 알파고 열풍이 불었다면, 2023년은 챗GPT의 광풍이 불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챗GPT에 대한 관심은 무서울 정도다. 지난해 11월 30일 처음 공개된 후 단 5일만에 100만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넷플릭스가 3.5년, 인스타그램이 2.5개월 걸려 100만명의 사용자를 모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센세이션한 반응이다. 여세를 몰아 서비스 시작 두 달만에 1억명의 사용자를 끌어 모으는 것에도 성공했다.

지금은 2021년까지의 정보만 가지고 있어 최신 이슈에는 어둡지만, 조만간 등장할 GPT-4 기반의 새로운 버전은 이를 만회하는 한편 더 강력한 AI 기능을 보여줄 전망이다. 

GPT-4는 다양한 멀티미디어도 학습했기 때문에, 최근 AI 모델링의 트렌드인 멀티모달(Multimodal/텍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 포함)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희소 모델(Sparse Model)을 통해 더 낮은 비용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심지어 가성비도 훌륭하다. GPT-3는 학습 단계에서 1회당 수십억원이 들지만 GPT-4는 100만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GPT의 존재감이 강해지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9년 오픈AI에 10억달러를 투자한 상태에서 최근 100억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 현재 오픈AI의 지분 49%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오픈AI와 협력하며 플랫폼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애저 오픈AI 서비스(Azure OpenAI Service)를 공식 출시하며 코덱스(Codex), 달리2와 함께 GPT-3.5를 탑재시켰으며 챗GPT 기능도 곧 추가될 예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GPT-3.5를 포함한 최신 기술이 내장된 팀즈 프리미엄을 출시하기도 했다. 회의가 끝나면 GPT-3.5 기반 AI가 노트를 자동 생성해 핵심 요점을 바로 알려 주는 기능과 후속 활동 항목을 제안하는 기능도 추가된다는 설명이다.

연내 챗GPT를 MS의 검색 플랫폼 빙에 투입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는 8일 챗GPT 보다 뛰어난 성능의 신규 대형언어모델을 적용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오픈AI의 신규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을 적용하는 한편 웹브라우저 엣지(Edge)에도 AI 기능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새로워진 빙은 검색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오픈AI의 새 대형언어모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에서 실행된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검색의 새 패러다임이 시작됐고, 새로운 날이 밝았다”며, “인공지능(AI)은 가장 큰 범주인 검색을 시작으로 모든 소프트웨어 범주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나아가 “사람들이 검색과 웹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AI 보조 조종사(AI copilot)’와 대화형 채팅으로 구동되는 새로운 빙과 엣지를 가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업그레이드된 빙은 먼저 스포츠 점수, 주가, 날씨 등 간단한 정보에 대해 더 연관성 높은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 신규 사이드바를 통해 보다 포괄적인 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웹 전반의 검색 결과를 검토해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찾아 주고, 이를 요약하는 완성형 답변(Complete answers)을 도출한다.

새로운 채팅 경험(A new chat experience)을 통해서는 완벽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검색을 세분화할 수 있다. 관련 링크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즉시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심지어 빙은 콘텐츠 생성도 가능하다. 이메일, 예약 링크를 포함한 여행 일정, 취업 면접 준비 문서, 퀴즈 등을 작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모든 결과는 콘텐츠의 출처를 인용하므로 참조하는 웹 콘텐츠 링크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엣지에도 채팅, 콘텐츠 작성 등 AI 기반의 신규 기능이 추가된다. 예컨대 엣지 사이드바의 채팅 기능을 활용해 장황한 재무 보고서를 요약하고, 이에 대한 주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경쟁사 재무 정보와의 비교도 요청할 수 있으며, 이를 자동으로 표에 넣는 것도 가능하다. 콘텐츠 작성 기능을 활용하면 몇 개의 텍스트 프롬프터만으로도 링크드인(LinkedIn) 게시물과 같은 콘텐츠 초안을 작성하고, 게시물의 어조, 형식, 길이 등에 대한 업데이트를 요청할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MS 개발자 행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행사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MS 개발자 행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행사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여세를 몰아 마이크로소프트는 GPT 등 AI를 통해 포스트 모바일 패권도 노린다는 각오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플랫폼 존재감을 크게 상실했다. 안드로이드와 iOS에 밀려 새로운 모바일 패권 시대에서 축출됐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 취임과 함께 기류가 달라졌다. 그가 주장한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으로 입체적인 전략을 구사하며 디지털 전환이라는 패러다임을 끌어내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외부와의 연대에 부쩍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과 AI 전략을 연결하고, 최근에는 현대차 슈퍼널과 도심항공전략도 구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메타버스에서는 메타와 만나고 필요하다면 홀로렌즈를 포기하고, 코타나 영토를 스스로 줄일 정도로 파격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사 블리자드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넷플릭스와의 연대, 나아가 인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AI와의 만남은 포스트 모바일 패권 향방에 있어 MS의 비밀무기가 될 수 있다. 만약 MS가 빙에 챗GPT를 투입해 '구글링' 시대를 위협하는데 성공한다면, 모바일 시장에서 존재감을 상실한 후 한동안 암흑의 터널을 걷던 MS가 클라우드에 이어 또 한 번 포스트 모바일 플랫폼의 권력을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및 네이버 등 인터넷에서 모바일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장악한 포털 기반 빅테크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된다.

오픈AI와 간격을 좁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큰 그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툴에 GPT가 지원된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툴에 GPT가 지원된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왜 특별한가
챗GPT의 특별함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바로 학습의 방식, 그리고 대화형AI라는 정체성이다.

챗GPT의 기반은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과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으로 구축되며 지도 학습과 강화 학습은 인간의 뇌를 본 따 만든 인공 신경망에서 작동된다. 뉴런과 뉴런의 연결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뇌의 방식을 AI가 재연하는 셈이다.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비슷하다.

알파고는 4개의 신경망을 바탕으로 최적의 수를 탐색했다. 크게 정책망과 가치망으로 압축해 설명할 수 있다. 정책망은 수를 놓기 위한 기본적인 포석으로 볼 수 있으며 여기서 가치망이 작동해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한다. 하나의 단일한 계산에 의지해 빅데이터에서 정보를 뽑아내는 기계적인 방식이 아닌, 정책망과 신경망을 겹쳐 최적의 수를 능동적으로 판단하는 로드맵이다.

엄청나게 방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스스로 발전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정책망과 가치망을 통해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MCTS)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며 매 순간 생물처럼 반응하기 때문이다. 방식 자체가 능동적인데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학습의 한계는 없으며, 통계를 바탕으로 동일한 상황에서도 다른 수를 시도하는 직관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챗GPT는 여기에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방식이 도입됐다. 방대한 언어 데이터베이스에서 고품질의 데이터만 따로 추출해 학습시키는 SFT(Supervised fine-tuning step), 정제된 데이터에서 사람이 직접 질문을 던지며 옳은 대답을 골라내는 보상 모델(reward model), 실제 구동을 전제로 결과물의 정확성을 높이는 PPO(Proximal Policy Optimization)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챗GPT의 특별함이 완성되는 셈이다.

챗GPT의 또 다른 강점은 대화형AI라는 점이다. 물론 AI 경쟁력이 제일 중요하지만 '대화형'이라는 특성도 챗GPT의 존재감을 키우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자유롭게 대화하고 답을 얻어낼 수 있는 대화형이라는 인터페이스 자체가 챗GPT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챗GPT가 원하는 데이터를 빨아들이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

챗GPT는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 자체가 구글로 대표되는 텍스트 검색과는 확연히 다르다. 검색어를 입력한 후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나열식 정보를 골라 특정 정보를 확보하는 방식이 구글의 방식이라면 챗GPT는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질문과 대답을 한 번에 관통하는 내러티브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의 파격으로 볼 수 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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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무엇을 할 수 있나
미국 드렉셀대 연구진은 최근 GPT를 통해 치매 진단 및 우울증, 상담 등 정신과 치료에 유용하다고 발표했다. GPT를 활용해 치매 의심 환자의 초기 증상을 최대 80%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치매 의심 환자의 말투나 목소리 등을 인지해 치매 증상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은 전문적인 수련을 받은 의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챗GPT는 치매 중증도를 판단하는 테스트인 MMSE(Mini-Mental State Exam) 점수 예측 프로그램보다 20% 더 정확한 결과를 냈다. 무료 정신케어 앱 코크가 최근 GPT를 전격 도입한 배경이다. 
 
법안 초안도 만든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5일 미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배리 파인골드가 챗GPT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안 초안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챗GPT로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안의 초안을 작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해당 법안은 AI 기업이 알고리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정기적으로 위험성을 점검하는 등의 조처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파인골드 의원에 따르면 처음 챗GPT는 법안 초안 마련을 거부했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70%의 분량을 작성했다고 한다.

논문도 쓰고 학교 숙제도 하며 소설도 쓰고 작곡도 할 수 있다. 심지어 최고수준의 교육 이수도 해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맥 혁신경영연구소의 크리스천 터비시 교수는 최근 ‘챗GPT가 와튼 경영학 석사(MBA)를 수료할 수 있을까’란 논문을 통해 챗GPT가 와튼스쿨 MBA의 필수 교과목 중 하나인 ‘운영관리’ 기말시험에서 ‘B'를 받았고, 미국 법학전문대학원 시험과 의사면허 시험도 통과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설계도 가능하다. 챗GPT는 아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엔지니어가 낯설지 않다. 미국 케이던스(Cadence)는 한 명의 엔지니어가 AI 툴을 사용해 10일 만에 5나노 휴대폰 칩의 성능을 14% 개선하고 소비전력을 3% 감축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는 10명의 엔지니어로 이뤄진 팀이 수 개월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AI와의 협업이 10배 이상의 생산성을 낸 셈이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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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들도 대응...특히 포털 '긴장'
빅테크 업계는 이미 AI에 주목하고 있다. 알파고를 만들었던 딥마인드는 2800억 파라미터를 자랑하는 고퍼를,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는 5300억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메가트론을, 구글은 무려 1조6000억 파라미터를 가진 스위치 트랜스포머를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오픈AI 창업 멤버가 별도로 만든 AI 챗봇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4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2400억 파라미터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는 300억 파라미터의 코지피티와 민달리를 등판시켰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3000억 파라미터의 엑사온을 출격시켰고 SKT 및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메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AI 챗봇 서비스 '블렌더봇 3'(Blenderbot 3)을 공개했으며 최근 직원들이 사측에 AI 개발 로드맵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요청하는 일도 벌어졌다. 챗GPT의 등장에 빅테크들도 최고경계태세에 들어간 셈이다.

특히 포털 플랫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AI가 포털 검색의 시대를 흔들 수 있다는 공포가 크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AI는 질문과 답변의 과정이 자세하고 편리하다. 자연스럽게 포털 중심의 검색 시장을 AI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털 검색으로 광고 매출을 올리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재앙이다. 

네이버가 상반기 서치GPT를 준비하는 이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서치 GPT를 상반기 내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비록 대화형AI는 아니고 네이버 검색 결과에 영향을 주는 인프라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챗GPT가 쏘아올린 공을 멍하니 바라만 보지 않겠다는 의지다.

구글의 움직임은 더 극적이다. 챗GPT가 부상하자 자체적으로 코드레드를 발령한 후 적극 대비하고 있다. '구글링'의 시대를 위협할 수 있는 챗GPT와 정면대결을 불사한다는 각오다.

AI 람다를 중심으로 판을 짠다. 람다는 지난해 'AI 영혼 존재여부 논쟁'에 불을 붙일 정도로 훌륭한 경쟁력을 가진 AI다. 이를 바탕으로 AI 서비스 바드(Bard)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6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수주 내 바드를 공개할 것"이라며 "새로운 대화형 AI며 신뢰할만한 테스터들에게 우선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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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 할 산
챗GPT가 글로벌 빅테크 시장의 화두로 부상했으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AI 언어모델의 윤리적 문제가 관건이다. 대화형AI가 인종차별주의자, 혐오론자가 된다면 엄청난 비판이 쏟아질 것이며 이는 해당 기업의 평판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테이 논란이 대표적이다. 대화형AI로 서비스된 테이가 사용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인종차별주의자, 동성애혐오론자가 된 사례가 있다. 당시 사용자들이 테이에 의도적으로 편향된 데이터를 주입한 결과다.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테이는 결국 서비스 조기 중단 사태를 맞았다.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되기 전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대화형AI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다. 실제로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자 빠르게 대항마를 찾고있는 구글도 AI 신제품이 윤리적으로 타당한지 검토하는 절차를 간소화한 그린 레인제도 도입을 시사했으나, 이를 완전히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서치GPT 출시 소식을 알리면서도 윤리적 가이드 라인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금의 AI 학습에 여전히 인간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오염되거나 편향될 가능성이 있다. 

챗GPT도 인간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월 18일(현지시간) 오픈AI가 지난 2021년 11월부터 수만개의 말뭉치를 케냐의 아웃소싱 회사로 보냈고, 케냐 직원은 노동착취에 가까운 시급 2달러를 받으며 말뭉치 분류 작업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챗GPT가 자랑하는 RLHF의 3단계도 모두 인간의 관여가 필요하다. 여기서 편향된 데이터가 공급된다면 일이 더욱 심각해지는 구조다.

대화형AI가 테크업계의 양극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필연적으로 높은 초기 비용이 필요한 AI가 테크 시장의 핵심이 된다면 빅테크 중심의 시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 유출 등의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국내 스캐터랩이 만든 생성형, 대화형 AI인 이루다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유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잠시 서비스를 중단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AI 전체로 보면, 챗GPT를 기폭제로 삼아 AI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구글의 프로젝트 메이븐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메이븐은 미 국방부의 AI 무기 시스템으로 알려졌으며, 구글은 100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AI 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구글 내부에서 프로젝트 메이븐을 두고 도덕적, 윤리적 문제제기가 나온 대목이다. 당초 구글은 프로젝트 메이븐에 활용되는 자사 AI 기술력은 살상무기 개발과 관련이 없으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비하다고 설명했으나,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결국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카이스트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국내 방산업체인 한화시스템과 협력해 AI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결정하자 세계 29개국 57명의 AI 연구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를 대표로 하는 57명의 연구자 그룹은 성명을 내고 "카이스트가 자율무기와 살인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AI 윤리와 관련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없기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이라도 큰 그림을 그리며 가이드 라인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이유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나친 AI 만능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데이터 편향성 등 아직 완전한 자동화가 요원한 상태에서 AI를 완전무결함으로 여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또 지금의 AI 열풍이 2000년대 초반 닷커버블을 연상하게 만드는 '버블'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모든 AI를 챗GPT처럼 대화형의 프레임으로 밀어넣는 것은 AI의 잠재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양한 AI가 나와줘야 한다는 뜻이다. 원성식 한국IBM 사장은 7일 서울 여의도 한국IBM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모든 AI가 대화형일 필요는 없다"면서 "왓슨 어시스턴트는 개방형 AI가 아닌, 특정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체 툴 셋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