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업계를 대상으로 한 횡재세 부과 논쟁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과세대상이나 세율 설정 등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어 도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보고서와 업계 주장도 있다. 

횡재세는 우연한 기회 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정상 범위를 넘어선 수익을 얻은 업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걷은 세금은  취약층 지원 등 분배정책에 보통 쓰인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4대 정유사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 총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하자, 이 때부터 횡재세 도입 필요성이 본격 제기됐다.  특히  최근에는 난방비 폭탄 문제까지 겹치면서 횡재세가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진행된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 인사말을 통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 또는 과도한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서 전세계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 내 주유소를 이용하고 있는 차량들(사진=조재환 기자)
3일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 내 주유소를 이용하고 있는 차량들(사진=조재환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국내 4개 정유사 등에 대해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한국판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또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용혜인 의원은 정유사 등을 대상으로 50% 세율을 적용하자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고, 이성만 의원은 20% 세율을 언급했다. 

용혜인 의원은 “2022년 1분기 실적을 기초로 일련의 가정을 통해 정유 4사로부터 2.5조원의 초과이득세가 산출됐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의 횡재세 도입 현황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정유 업계와 학계 등은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 필요성 제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원유와 가스 등을 직접 추출해 개발하는 일명 업스트림 방식에 전념하고 있는 반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다운스트림 방식을 유지한다. 우리나라 상황과 해외 사례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횡재세 부과와 관련, 직접 비교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횡재세, 국내도 도입될까?’ 보고서에서 횡재세에 대해 “양극화를 완화시키고 사회 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며 “하지만 특정 업종이나 기업을 타겟으로 임의적으로 부과하는 과세 체계는 징벌적 성격을 가질 뿐만 아니라 산업 위험을 증가시킨다”라고 평가했다.  

에쓰오일 전당 앞 주유소 전경. 출처=에쓰오일
에쓰오일 전당 앞 주유소 전경. 출처=에쓰오일

이에 대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횡재세는 고통 분담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경제 정의에 부합하고, 위기 극복의 사회적·정치적 통합력을 높이는 순기능까지 있다”라며 ”횡재세를 잘 활용하면 어려운 위기 국면에서 국민 경제의 복덩이 세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대한석유협회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름도 생소한 새로운 세금(횡재세)이 단지 고유가가 키운 국민적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졸속 도입되는 것은 공평과세의 근간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얻지 못한 채 국민경제의 손실만 초래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이미지. 출처=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이미지. 출처=현대오일뱅크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횡재세 도입에 대한 야권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검토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난방비, 전기료, 기름값 등의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횡재세 부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횡재세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금 조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GS칼텍스와 에스오일등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에스오일은 2일 세계 습지의날을 맞아 고양시와 한강유역환경청 등에 수달 서식지 보존을 위한 후원금 1억5000만원을 전달했다. 또 GS칼텍스는 지난달 18일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난방유 3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정유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기부금 규모가 줄어든 만큼,   관련업계가 좀 더 적극적인 사회공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