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매뉴얼에는 위기관리팀이 정해져 있습니다. 홍보실과 법무팀, 기획실 등 여러 부서팀장 이상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3년 넘게 별 위기가 없었습니다. 위에서는 그 팀이 무슨 소용이냐 하시네요? 이미 유명무실 해 졌는데, 계속 운영을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 경영이나 전략은 공히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귀사에서 고민해 선택하셔야 할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일정 기간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해서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는 위기관리팀을 해체한다는 것은 조금 극단적 조치 아닌가 합니다. 이미 그 팀 자체가 유명무실 해 졌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최근 수년간 최소한 적절한 팀 대상 교육이나 훈련도 부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위기관리팀이 평시 센서링과 모니터링을 잘 해 잠재적 부정 이슈나 위기 요소들을 찾아 냈고, 그 각각에 완화, 소멸, 방지, 대비 조치를 꾸준히 취하고 있었다면 그 팀에 대한 윗분들의 평가는 달랐을 것입니다. 그간 위기관리팀은 제대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따라서 지난 수년간 별 위기가 없었다는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위기관리팀이 정해진 자신의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별 위기가 발생되지 않았다면, 해당 위기관리팀은 상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위기의 부재는 그냥 우연이었던 것이지요.

운이나 우연은 오랫동안 일관성을 지니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회사에 별 위기가 없었다고, 앞으로도 큰 위기가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 믿을 수는 없습니다. 그간 아무런 위기관리 역할을 하지 않았던 위기관리팀이 앞으로 위기관리를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 못하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유명무실해진 위기관리팀을 없애는 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전에 해당 팀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던 이유를 먼저 정확하게 분석하셔야 할 것입니다. 팀에게 적절한 교육과 훈련이 제공되었는지, 평시 환경 센서링과 모니터링 등 위기 및 이슈 트레킹 미팅이 열려 왔는지, 그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이슈 및 위기 대응 전문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 분석에 기반하여 해당 팀을 해체한다는 결론을 선택하시더라도, 가능한 재구성 및 활용강화 쪽으로 선택 하시는 것이 향후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유효한 선택이라고 보여 집니다.

실제로 언론관련 위기가 잦지 않다고 일정 기간 후 홍보실을 축소하거나 해체하는 기업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업 대부분은 이후 수년내에 다시 홍보실 강화라는 선택을 합니다. 예기치 못한 언론관련 트러블을 심하게 겪고 난 뒤에 부랴부랴 다시 홍보실 역할을 기억하는 것이지요.

여름에 화로가 필요 없고, 겨울에 부채가 필요 없다는 그런 개념과 위기관리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옛말에 군사는 천일을 훈련해 일각에 사용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의미 있는 개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