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막는 초유의 강경책을 구사할 전망이다. 한 때 계정공유를 독려하며 가입자 유치에 속도를 냈으나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지금은 180도 돌변했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정 공유 요금제 시동건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계정 공유 요금제의 전면 확대를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프로필 이전 기능을 제공하며 사실상 예견됐던 일이라는 평가다. 프로필 이전 기능은 시청 및 다운로드 목록이 저장된 개인 프로필을 100% 새로운 프로필로 옮길 수 있는 기능이며, 사실상 계정 공유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입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풀이됐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요금제는 악화되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신규 가입자 766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월가 예상치인 457만명을 훌쩍 넘긴 고무적인 수치다. 전체 회원수는 2억3000만명에 달한다.

전반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연 단위 실적으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팬데믹 기간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으나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가입자 순증이 선명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디즈니플러스 등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아직은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상승 동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 연장선에서 넷플릭스는 새로운 광고 모델을 출시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중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월 5500원 수준의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를 한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멕시코, 브라질 등 12개국에서 출시한바 있다. 여기에 1억명에 달하는 계정공유를 막고, 관련된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는 카드도 꺼낸 셈이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성공할까?

넷플릭스는 지난해 3월부터 칠레와 코스타리카, 페루에서 계정공유 요금제를 시범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반드시 동거하고 있는 가족만 계정을 공유할 수 있으며, 하나의 계정이 동일한 IP에서만 접속되어야 한다.

IP 추적을 통해 계정을 공유한 이들이 '동거'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실제 혈연인 가족이라고 해도 떨어져서 살고 있으면 각각의 장소 IP가 다를 수 밖에 없고, 이를 통해 계정공유를 넷플릭스가 인지한다. 여기서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이 바로 계정공유 요금제다. 

넷플릭스는 이번 계정공유 요금제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7억2100만달러의 추가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또 계정공유가 막혔을 경우 새롭게 가입하는 비율도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넷플릭스의 이번 선택이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계정공유가 막히는 순간 많은 가입자들이 시청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토종 OTT의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2017년 당시만 해도 가입자 유치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계정공유를 적극 권장하던 넷플릭스가, 이제 와 계정공유를 사실상 금지하는 것을 두고 후안무치한 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OTT 시장의 포화 상태가 심각한 가운데 넷플릭스의 이번 정책적 결단이 정당한 판단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레드 헤이팅스 CEO가 물러나며 2.0 시대를 선언한 넷플릭스의 승부수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