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항상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신속한 대응을 강조하는데요. 저희 매뉴얼에도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원칙적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고민은 어떻게 해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요. 또한 얼마나 빠르게 대응해야 신속한 것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간략하게 몇 가지 원칙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든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은 원칙이 아닙니다.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하자가 더 옳은 원칙입니다. 거기에 더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원칙도 현실적인 원칙입니다.

위기관리 원칙에서 ‘무조건’이라는 원칙은 있을 수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타겟에 따라 맥락에 따라 그 외 수많은 변수에 따라 대응 방식과 시점은 결정되어야 합니다. 대응에 대한 개념도 조금 정확하게 재구성해야 하는데요. 대응을 흔히 생각할 때 무언가 움직여서 활동하는 것을 상상합니다. 따라서 위기가 발생하면 ‘무엇이든 해보자’는 행동 중심의 주문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현장에서는 때때로 대응이 무대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의미는 대응이라는 것이 행동적 의미도 있으며 동시에 행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상황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것도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일정기간 침묵하거나,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통제하는 것도 대응이 됩니다. 무조건 움직여 커뮤니케이션하고, 사람을 만나고, 뛰어다니고 하는 것만 대응은 아닌 것이지요.

신속하다 신속하지 않다는 평가는 예전에도 자주 설명 드렸지만, 이해관계자들의 평가가 기준이 됩니다. 상황이 발생되면 이해관계자들의 중심 여론을 잘 읽고 분석해야 한다는 이유가 그 때문이지요. 그들의 여론을 읽으면 어느 시점이 신속한 대응 시점인지 가늠이 됩니다. 최소한 이 정도 시점에서는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신속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첫째 전제는 해당 상황에 대한 최초 인지와 입체적 분석이 빨라야 합니다. 그래야 그에 의거한 의사결정 및 준비과정을 거쳐 신속함이라는 대응의 데드라인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미리 알고 있어야 빠르다는 것이죠.

둘째 전제는 대응 주체가 상당한 훈련을 통해 의사결정과 대응 준비시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언제든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재빨리 움직일 수 있는 조직적 민첩성을 기르는 것이지요. 일부 상황 인지 시점이 늦더라도 대응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 가져가는 조직이 그런 조직입니다. 진격 명령을 기다리는 군대 개념과 같습니다.

이상의 모든 핵심은 평시 자사가 어떤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준비하는 가에 달려 있습니다. 준비해야 빨라집니다. 훈련해야 빨라집니다. 평시 준비와 훈련을 통해 달리기 출발 벨이 울리기 전에 운동화 끈을 단단히 메고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