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돌입하며 한국 IT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에 대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대거 발급하며 게임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다만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따른 한국 IT 업계의 수혜는 당장 벌어질 가능성이 낮으며, 판호 발급에 따른 중국 당국의 움직임도 입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한 참관객이 미니 LEDTV로 중국 게임을 즐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한 참관객이 미니 LEDTV로 중국 게임을 즐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살아나는 소비심리, IT 뜬다
굳게 닫혔던 중국 소비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중국 문화여유부 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신정연휴 기간 전역의 관광객 숫자는 527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4% 늘었으며 관광 수입은 265억1700만위안을 기록해 4% 증가했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지만 조금씩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소비심리가 살아나자 IT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중국의 TV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14.5% 늘어났으며, 그 외 전자 IT 기기들도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덕분에 중국 TV 제조업체들의 입지도 탄탄해지고 있다. 특히 TCL은 주력인 중저가 TV는 물론 프리미엄 TV로 분류되는 미니LED TV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TCL은 지난해 35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3위 TV 제조업체의 입지를 다졌다.

리오프닝을 맞아 중국 IT 환경 전반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국 당국이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추기 시작하며 더 선명해지고 있다. 실제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일 중국 빅테크 기업 경영진들이 공개석상에서 목소리를 내는 장면에 주목하며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후 경기 부양에 나서며 다시 빅테크 기업들에 지원 신호를 내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품 수요도 커지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을 맞아 현지 산업수요 자체가 커지며 현지에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같은 IT 전자 부품을 다량으로 수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MLCC는 스마트폰 및 컴퓨터 등 다양한 전자 IT 기기에 쓰이는 핵심 요소다. MLCC 업황 확대 분위기과 중국 리오프닝 정국에 따른 현지 제조업 부흥이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 IT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완제품 형태보다는 부품 수출이 핵심이 될 전망이며, 그 효과도 다른 분야보다는 시간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으나 아직은 고가의 IT 전자기기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G20이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G20이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대규모 판호, 한국 게임업계 환호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달 44종의 외국산 게임을 대상으로 수입을 허락하는 판호를 발급하며 7종의 한국 게임을 대상에 포함시켰다. 대상이 된 한국 게임은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넥슨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 ‘샵 타이탄’ 엔픽셀 ‘그랑사가’ 등이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을 가동해 한국 게임의 자국 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려 5년 9개월 동안 정상적인 판호가 없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48개의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받아 중국에서 서비스됐으나 2017년 3월 이후에는 거의 없었다. 2020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와 지난해 6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전부다. 

한국 게임업계가 이번 판호 발표에 환호한 이유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후 제로 코로나 정책도 완화되며 현지 시장 분위기가 자유로워졌고,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통해 한한령 해제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판호를 받은 게임들이 대부분 모바일 MMORPG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중접속을 전제로 하는 MMORPG는 한국 게임사들이 강점을 보이는 장르이자 중국 게임사들이 유독 어려워하는 장르다. 한국 게임업계가 이번 판호 발급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다만 중국 당국의 전격적인 판호 발급의 행간에는 복잡한 국제정치 상황도 얽혀있다. 미중 패권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소위 한국 끌어안기에 나서며 전략적으로 판호를 발급했다는 말이 나온다. 추가 판호 발급 여부가 한국 게임업체의 역량이 아닌, 국제정치의 흐름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에 판호를 받은 게임들은 출시된지 오래된 것들이라 중국 시장에서 서비스된다고 해도 큰 파급력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판호를 받은 메이플스토리M의 경우 2016년 출시됐고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은 2018년 출시됐다. 중국 당국이 생색내기의 일환으로 판호를 발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게임사들의 기술력도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한국 게임이 현지에 진출한다고 해도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한국 게임업계는 상황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단숨에 한한령 해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번 판호 발급을 통해 한국 게임업계가 중국 시장 재진출이라는 최소한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이 리오프닝 시대를 맞아 내수 경제 활성화에 주목하며 한국 등 해외 게임사들의 손을 잡은 것 자체는 '게임 만리장성'의 일부를 스스로 허물었다는 의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