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여기 있는 저희가 회사의 위기관리팀입니다. 매뉴얼상으로 각자 정해져 있는 역할과 책임이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게 발생 가능한 다양한 위기들이 있는데요. 전문가께서 보실 때 저희 회사와 관련해 가장 큰 위기라면 어떤 유형일 것으로 보시는지요? 그에 더해 실무그룹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컨설턴트의 답변]

회사 관련한 위기는 이미 매뉴얼에 유형분류가 되어 있고, 우선순위까지 주어져 있어서 그 외에 다른 이견이란 있을 수 없겠습니다. 그 보다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위기관리 실무자들이시니까 묻겠습니다. 회사를 대표해 위기를 관리하는 위기관리팀 실무그룹에게 가장 큰 위기란 무엇일까요?

실무그룹이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형 위기가 발생되는 것일까요? 실무그룹이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와 맞닥뜨리는 경우일까요? 그런 위기를 맞아 실무그룹이 적절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일까요? 사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거나, 위기관리 역량을 훨씬 넘어선 대형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선을 다한 위기관리팀을 비난하거나 문제라고 여기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불가항력이었던 위기는 많이 존재합니다. 물론 정치적으로 사후 평가를 해서 상호간 핑거포인팅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형 위기 시 실무그룹 전반의 무능함을 문제 삼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사내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실무그룹에게 진짜 가장 큰 위기란 어떤 것일까요? 바로 실무그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지 못해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회사 경영진이 평시에 실무그룹에게 기대하고 있는 아주 기본적 대응 업무에 대한 것입니다. 대형 위기나 관리하기 복잡한 위기에 대한 희망적인 시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은 회사의 위기관리 실무팀에게 안정적인 환경 및 상황 모니터링을 기대합니다. 감지된 문제에 대해 빠르고 정확한 보고 체계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매뉴얼에 정해진대로 분석과 보고, 협의 프로세스가 착착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경영진 자신들이 최대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일선 실무진이 효율적 지원을 해 주기를 바라지요.

대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서별로 각자 대응 역할과 책임을 부여했기 때문에, 경영진은 그와 관련 해 실무그룹이 담당 분야와 대상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기 시 언론대응을 담당한 홍보팀은 언론사 기자들에 대한 폭넓은 네트워크와 정보력을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이라 간주합니다. 위기 시 온라인 대응을 담당하는 홍보팀은 평시 광범위한 온라인 모니터링과 인게이지먼트 역량을 구축해 놓았을 것으로 볼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실무그룹에게 가장 큰 위기는 자사 경영진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 발생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대응의 ‘적시성’이란 요원한 것이지요. 한마디로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위기관리가 꼬여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실무그룹에게는 가장 큰 위기입니다. 새해에는 그 가장 기본인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보다 집중해 보는 위기관리 실무그룹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