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내년도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플랜을 짜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한 번에 다 끝낼 수는 없어 순서대로 하려고 합니다. 크게 시스템 구축 영역을 보니 위기관리 매뉴얼 부분과 위기대응 훈련 부분이 있더군요. 그 둘 중 어떤게 더 중요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문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질문입니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물론 위기관리 매뉴얼이 되겠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 개발 작업은 해당 기업에게 발생될 수 있는 위기 유형을 정리해 보고, 그 각각을 깊이 있게 공부해 보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됩니다.

위기를 관리함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인적 구성이나 역할 책임 그리고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도 여럿이 같이 하게 됩니다. 그에 더해 어떻게 각 위기를 미연에 완화 또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인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필요할 수 있는 대응 자산에 대한 준비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관리 매뉴얼 개발 작업에는 상당히 많은 자산 투입이 필요합니다. 일단 매뉴얼 개발을 위해 다양한 서베이와 워크샵이 진행되게 됩니다. 개발작업에 투입되는 담당인력도 상당수 필요합니다. 기간에 있어서도 수개월이상 소요되고, 그 기간 동안 전담인력들이 상시 운영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외부 대행사와 함께 협업하더라도 그러한 자산 투입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위기관리 훈련은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이 구축된 후 진행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지정한 인력들이 대상이 되고, 매뉴얼에 적시된 프로세스를 그들이 실제 경험하고 점검해 숙지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뉴얼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또는 매뉴얼과 무관하게 위기관리 훈련을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매뉴얼이 전제되는 훈련이 훨씬 효과는 좋습니다.

위기관리 훈련은 앞에서 설명 드린 위기관리 매뉴얼과는 다르게 그 과정에 투여되는 자산 투입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외부 대행사와 협업한다고 하면 추가적인 인력 투입이 없이도 훈련 진행이 가능은 합니다. 훈련 기간이나 예산에 있어서도 매뉴얼 작업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비유하자면 여행을 떠날 때 지도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지도를 만들었다면 그 지도를 숙지하고 나아갈 방향과 길을 반복 예상해 보아야 더욱 편안한 여정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여행자가 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은 지도 자체를 공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실제 미리 길을 가보고 주변상황을 살피고, 걷는 운동을 하며 반복적으로 길을 떠나 보는 연습을 해야 지도도 그 진짜 존재 목적이 생겨나게 됩니다. 만약 지도 없이 길을 가는 연습만 한다면 그것도 완전한 여행을 보장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목적지와 목표가 없이 길만 걷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럼에도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훈련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질문하신다면, 저는 위기관리 훈련을 진행하시라는 조언을 드립니다. 투입되는 자산 규모가 적고 기간도 짧게 걸릴 뿐더러, 훈련 받는 임직원들이 보다 실질적인 경험과 프로세스를 숙지하게 되어 좀더 쉽게 사내에 위기관리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훈련을 먼저 실행하고, 때를 정해 위기관리 매뉴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도 현실적 조언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