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유럽에 진출한지 1주년을 맞은 올해 판매실적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독일 업체들이 ‘고래 싸움’을 벌이는 동안 입지를 점차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실제로 16일 자동차 전문 미디어 ‘카세일즈베이스(Carsalesbase)’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 1~10월 기간 동안 유럽에서 완성차를 1869대 판매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가능성은 봤다는 평가다.

고급차 브랜드별 2022년 1~10월 유럽 판매량 추이. 출처=카세일즈베이스
고급차 브랜드별 2022년 1~10월 유럽 판매량 추이. 출처=카세일즈베이스

1~10월 판매량, 렉서스 월평균 기록에 못미쳐

지난해 같은 기간(380대)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난 기록이지만 다른 고급차 브랜드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1989년 유럽에 진출한 일본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2만9728대)가 같은 기간 기록한 월평균 판매량(2973대)보다 낮다.

유럽 고급차 시장의 유력 기업 메르세데스-벤츠(64만3733대)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다만 제네시스가 출범한지 올해 7주년밖에 되지 않아 브랜드 역사가 짧은 데다 신차 가짓수가 적은 점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결과다. 제네시스가 일반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로 유럽에 잘 알려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생 고급차 브랜드인 점도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제네시스의 왜건 모델인 G70 슈팅브레이크. 출처= 제네시스
제네시스의 왜건 모델인 G70 슈팅브레이크. 출처=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유럽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신차를 전략적으로 출시해왔다. G80, GV80, G70, GV70, G70 슈팅브레이크, GV60, GV70 전동화모델 등 7종을 선보인 상황이다. 신생 브랜드인 점을 고려할 때 짧은 기간 안에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셈이다.

제네시스는 당초 유럽 진출을 염두에 두고 등장한 이후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상품성을 입증한 차량을 고급차 격전지에 잇따라 출시해왔다. 고성능, 실용성, 전동화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유럽 고급차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만한 차량들로 라인업을 구성해왔다.

다만 해당 차량들은 여전히 주력 시장인 한국 고객들의 취향이 대부분 반영된 제품들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10월말 기준 전세계 누적 판매량 80만여대를 기록했고 이 중 70% 이상 비중을 한국(57만5700여대)에서 기록했다. 이에 따라 C세그먼트 이하 소형차, 왜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한국에서는 비주류인 유럽 인기 차종을 우선 개발해 내놓지 못했다.

유럽 일각에서는 제네시스의 더욱 다양한 차종의 신차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자동차 전문지 저스트 오토(JUST AUTO)는 “G70가 전기차로 가득한 유럽 시장에서 (내연기관 모델만으로) 참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G70에 전기차 모델이 없는 것은 유럽 진출국에서 제네시스가 낮은 판매량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제네시스의 중형 전기 SUV 모델인 GV70 전동화 모델. 출처= 제네시스
제네시스의 중형 전기 SUV 모델인 GV70 전동화 모델. 출처= 제네시스

업계 일각 “제네시스 시선은 저 너머 전기차 시장에”

제네시스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앞으로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판매할 신차에 대한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이 일환으로 오는 2025년부터 완전변경모델이나 새로운 신차 시리즈를 모두 순수전기차 같은 무공해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후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생산하지 않을 예정이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 시장의 고급차 수요를 고려해 과감한 전략을 수립했다.

장재훈 제네시스 사장은 지난 1월 신형 G90 미디어 이벤트 현장에서 “혼다 아큐라, 닛산 인피니티 등 (고급 브랜드)은 이미 제네시스가 초월했다고 보고 있다”며 “시장 포지셔닝을 좀 더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상품, 마케팅, 기타 서비스 등 부문별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제네시스가 탄소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유럽에서 활짝 열릴 전기차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제네시스는 지난해 11월 유럽에 진출한 뒤 올해까지도 마케팅 담당 전무이사, 최고브랜드책임자 등을 새롭게 임명하는 등 조직 구성에 고심해왔다.

제네시스 전기차 GV60가 올해 유로엔캡 평가 결과 별 5개를 획득했다. 출처=유로엔캡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제네시스 전기차 GV60가 올해 유로엔캡 평가 결과 별 5개를 획득했다. 출처=유로엔캡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제네시스가 앞서 100년 넘게 유럽 시장을 이끌어온 브랜드들에 맞서 현지에서 경쟁력을 차별화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제네시스가 진출 1주년도 안된 데다 불확실성 짙은 업황 속 유럽 매체로부터 상 받는 등 성과를 거둔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량을 두고 숫자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 복합적인 시장 요인들을 두루 고려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제네시스는 내년 하반기 이후 신차 출고 현황이 개선 되는대로 전동화 로드맵에 발맞춰 기량을 본격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