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투자자의 회상>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이미정 옮김, 페이지2북스 펴냄.

저자 에드윈 르페브르(Edwin Lefèvre, 1871~1943)는 1920년대와 1930년대 초반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19세 어린 나이에 ‘뉴욕 선(New York Sun)’의 경제 칼럼니스트로 데뷔하여 여러 매체에 금융시장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1922년 당시 주식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화제의 투자가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 1877~1940)를 심층 인터뷰할 기회를 잡았다. 그 내용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연재했다.

당시 연재물에서는 ‘래리 리빙스톤’이라는 가공의 인물이 등장했지만 그는 제시 리버모어였다. 에드윈 르페브르의 ‘어느 투자자의 회상(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은 첫 회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 연재물은 12회나 지속되었다.

‘어느 투자자의 회상’에는 한 트레이더의 성장과 도전, 성공과 실패 등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고, 시장 분석과 매매에 관한 조언들도 가득했다. 독자들은 그 글을 통해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 원칙과 전략을 배울 수 있었다. 연재물은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 ‘실제 모델’ 제시 리버모어, 대공황때 전무후무한 ‘대박’ 기록

한편, 1929년 증시는 강세장이었다. 모두가 환호하던 시기에 제시 리버모어는 대폭락장이 다가온다는 불길한 신호를 감지하고는 거침없이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해 가을, 그의 예견대로 대공황이 닥쳤고, 월가 주식이 대폭락했다.

제시 리버모어는 공매도 포지션으로 1억 달러 이익을 실현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한화 2조 원에 달한다. 그 일로 증권가에서 '월가의 큰 곰'이란 별명이 그에게 붙었다.

<어느 투자자의 회상>의 실제 모델이 대폭락장에서 가공할 수익을 올리자 이 책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에도 제시 리버모어는 전 생애동안 오늘날 주식매매기법의 커다란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추세매매법을 확립함으로써 ‘추세매매법의 아버지’로 존경받게 되었다.

제시 리버모어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에 주식시장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에서 ‘주식투자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책으로 100년 전의 <어느 투자자의 회상>을 꼽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 전설적인 트레이더의 파란만장 투자기록

<어느 투자자의 회상>은 주식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일을 다 겪으며 모든 걸 가졌고, 모든 걸 잃기도 했던 한 투자자의 일대기를 펼쳐 보인다.

실제 인물 제시 리버모어는 1891년 뉴잉글랜드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꿈 많던 소년은 14세 때, 5달러를 들고 보스톤으로 ‘무작정 상경’했다. 낯선 도시에서 소년은 한 증권사를 찾아가 주식 호가판 주사 일을 따냈다. 호가판에 주가를 기록하는 잡무였다.

이듬해 동료와 함께 사설중개소를 통해 투자하여 3.12달러의 첫 투자수익을 올렸다. 이렇게 월가의 전설적인 개인투자자가 탄생했다.

이 책에는 제시 리버모어뿐만 아니라, 20세기 초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J.P. 모건, 제이 굴드, 밴더빌트 등 굵직한 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월가의 모습과 세계 경제까지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의 뒷이야기도 소개된다.

◇ “팔고 싶을 때가 아니라 팔 수 있을 때 팔아라”

▲투자자들은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곧 이 악몽이 끝나겠지 하며 희망을 품고, 시장이 예상대로 움직이면 수익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며 재빨리 발을 뺀다.

▲초보 호구는 아무것도 모른다. 중수(中手) 호구는 자기가 상당히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남들에게도 그런 이미지를 심어준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아니라 고수(高手) 호구한테서 주워들은 몇 마디로 시장을 평가하고 연구한다.

증권거래소에 1년 내내 돈을 갖다 바치는 후원자는 초보 호구가 아니라 중수 호구다. 유명한 주식 명언과 다양한 주식 거래 규칙을 인용하는 자들도 중수 호구다.

중구 호구는 베테랑 트레이더들이 경고하는 신탁과도 같은 금기 사항을 모두 알고 있다. 단 하나, ‘호구가 되지 마라’는 기본적인 금기 사항만 빼고.

▲매수세를 기다려야 한다. 매수세가 살아났다 싶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팔아야 한다.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팔고 싶을 때가 아니라 팔 수 있을 때 팔아야 한다. 그 시기를 포착하려면 시장을 살펴보고 시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내놓은 물량이 언제 소화될지 알아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므로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했다는 확신도 없이 처음부터 전량 거래를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거나 너무 싸서 팔지 못하는 주식은 없다.

▲투기자의 최대 적(敵)은 언제나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본능이다. 이러한 본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이 ‘희망’과 ‘두려움’이다.

투기를 하다가 시장이 자기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오늘로 이 악몽이 끝나겠지 하고 희망만 품은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희망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줄어들었을 손실액이 점점 더 커진다.

한편 시장이 예상대로 움직일 때는 오늘 번 수익을 다음 날 빼앗길까 봐 두려워 너무 빨리 발을 뺀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마땅히 벌어야 할 돈을 벌지 못한다.

▲월가만큼 그렇게 자주, 또는 한결같이 역사가 되풀이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역사상 더없이 극심했던 호황이나 공황에 관한 기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오늘이나 어제나 주식 투기나 주식 투기자는 거의 다를 게 없다. 주식이라는 게임은 변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도 변하지 않는다.

▲투기 목적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수익을 올리는 사람은 적다. 대중은 항상 어느 정도 기간만 시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항상 돈을 잃는다.

투기자의 치명적인 적(敵)은 무지와 탐욕, 두려움, 희망이다. 이 세상의 모든 법령집과 모든 거래소의 규정집을 들이대도 인간이라는 동물의 그 네 가지 적군(敵軍)을 해치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