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 공정.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 공정.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에자이, 일라이릴리 등이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신약 허가를 획득할 시 대규모 항체 의약품 수요가 발생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전문으로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레카네맙‧도나네맙, 3상서 긍정적 데이터 확보

7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에자이와 릴리는 각각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레카네맙’과 ‘도나네맙’과 관련한 주요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했다.

바이오젠‧에자이는 레카네맙 글로벌 임상 3상 세부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타깃하는 항체 신약 후보물질이다.

레카네맙은 북미, 유럽, 아시아 등 235개 지역에서 레카네맙 투여군 898명과 위약 대조군 897명 등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격주로 레카네맙과 위약을 정맥주사로 투여했다. 18개월 시점에서 1차평가지표 ‘치매임상평가척도총합(CDR-SB)’과 2차평가지표 ‘아밀로이드 양전자 단층촬영(PET)값’ 등을 분석했다.

임상 결과 레카네맙 투여군 평균 CDR-SB는 1.21, 위약군은 1.66을 나타냈다. 인지 기능 척도를 0.45 낮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약물 효능 부분에서 임상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레카네맙 투여할 시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대조군에 비해 27%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차평가지표에서 아밀로이드 PET값 평균 변화율은 레카네맙군 –55.6점, 위약군 3.6점을 보였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해당 결과에 대해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베타 덩어리(플라크)로 인한 부담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레카네맙'이 임상 3상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저하를 27% 늦췄다. 출처=에자이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레카네맙'이 임상 3상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저하를 27% 늦췄다. 출처=에자이

일라이릴리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여년만에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과 자사 도나네맙을 직접 비교 임상했다. 직접 비교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도나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투여 6개월 뒤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제거율 37.9%를 나타냈다. 아두카누맙은 1.6%를 보였다. 대상 환자 수는 148명이다.

도나네맙과 아두카누맙을 직접 비교한 임상은 환자 수가 적고 1차평가지표가 CDR-SB가 아니므로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릴리는 도나네맙이 임상 2상에서 통합알츠하이머평가척도(iADRS)를 위약군 대비 32% 줄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나네맙 임상 3상은 내년 3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FDA는 도나네맙을 신속심사대상으로 지정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시판 허가 여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알츠하이머 시장 개화…항체 의약품 수요↑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14.1% 성장해 약 580억달러(약 76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는 환자는 50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6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아두카누맙을 제외하면 질환 유발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는 노화다. 알츠하이머 환자 95%가 65세 이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알츠하이머 관련 미충족 의료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이 신약 허가를 획득할 시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5000만명 알츠하이머 환자 중 10%가 항체 바이오의약품을 처방 받을 시 42톤(42t) 규모 약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바이오리액터홀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바이오리액터홀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항체 바이오의약품 CDMO 전문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알츠하이머 신약 허가 시 이를 위탁생산(CMO)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을 통해 60만4000리터급 바이오의약품 CMO 시설을 확보했다. 생산능력(CAPA) 기준 세계 1위 기업이다. 3공장은 연간 20t 규모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다. 부분 가동을 시작한 4공장 준공도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항체 신약 8건 중 5건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상업화 의약품 생산에 최적인 배양기를 보유하고 있어 고객사인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이 수월하다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김태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모두 항체 의약품이므로 향후 출시된다면 바이오 CMO에 대한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증설로 여유 생산능력이 넉넉하기에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