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개발한 512GB CXL D램.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512GB CXL D램. 출처=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며 주요 업체들이 감산(減産) 계획을 공표한 가운데 최신 메모리 기술력 강화로 대응하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돋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CXL 메모리·3D IC D램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해 첨단 기술 구현의 필수요소인 고성능 메모리의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지속되는 메모리 가격 하락세 

지난 11월 30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의 발표에 따르면 해당 일자를 기준으로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의 글로벌 고정거래 가격은 2.21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10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치솟으면서 D램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7월 4.10달러로 정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시장에 재고가 점점 늘어나면서 지난해 10월 3.71달러로 하락한 뒤 올 들어서도 계속 하락했다. 이에 실적에 타격을 입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생산량의 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월별 D램 가격 변동 추이. 출처= D램익스체인지
월별 D램 가격 변동 추이. 출처= D램익스체인지

업계의 이같은 감산 움직임에도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는 한동안 더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11월 일시적으로 메모리 가격의 하락이 멈췄으나 하락세는 반전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다”라면서 “주요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기 전인 2023년 1분기까지도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마이웨이’ 

삼성전자는 경쟁기업들의 반도체 감산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연산이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개발을 지향하며 관련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 삼성전자의 CXL(Compute Express Link), 3D IC D램 등은 향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바꿀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기존의 데이터센터와 서버 플랫폼은 중앙처리장치(CPU) 1개에 사용할 수 있는 D램의 용량에 한계가 있었다. CXL은 CPU,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직접적 통신으로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활용 가능한 메모리반도체 전체의 용량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로 CXL을 활용하는 데이터센터들은 서버 증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512GB CXL D램의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의 D램이 1개의 CPU에 최대 8TB의 용량을 지원했다면, CXL은 1개의 CPU에 최대 16TB의 용량을 지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CXL의 상용화 시점을 2025년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3D IC D램’ 역시 삼성전자가 역량을 가다듬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다. 3D IC 패키지는 서로 다른 종류의 칩들을 수직으로 쌓아 반도체 칩의 부피를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이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개선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시켜 성능을 비약적으로 개선한 D램이 3D IC D램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미래 첨단기술의 핵심인 AI(인공지능) 관련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대규모(Hyperscale) AI 전용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위해 국내 1위 IT서비스 기업인 네이버와 손잡았다고 6일 발표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한진만 부사장(왼쪽)과 네이버 클로바 CIC 정석근 대표.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한진만 부사장(왼쪽)과 네이버 클로바 CIC 정석근 대표.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한진만 부사장은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초대규모 AI 시스템에서 메모리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면서 “AI 반도체 솔루션을 통해 PIM, 컴퓨테이셔널 스토리지 등 시장을 선도항 차세대 메모리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 지향적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대해 반도체 업계와 글로벌 투자 주체들은 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차세대 모빌리티 등 최첨단 미래 기술 구현의 핵심에는 모두 고성능의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라면서 “곧 다가올 차세대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한 삼성전자의 전략은 업계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 모건스탠리
출처= 모건스탠리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역시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전략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투자자 설명회의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 ‘Takeaways From Samsung Inventor Forum 2022’를 발표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2035년에는 삼성전자 전체 D램 매출의 25%를 미래형 자동차와 관련된 제품이 차지해 스마트폰 관련 수요를 뛰어 넘을 것이며,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이종(heterogenous) 컴퓨팅의 확산도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2035년 D램의 시장규모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전망을 투자의 포인트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