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용산아이파크몰 7층에 새단장한 씨네펍(CINEPUB). 출처 : CJ CGV
CGV용산아이파크몰 7층에 새단장한 씨네펍(CINEPUB). 출처 : CJ CGV

멀티플렉스 CJ CGV(이하 CGV)가 다시 살아났다. 최근 3년의 상황은 1996년 창사 이래 경험해 보지 못한 최악의 위기였다.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을 운영하는 CGV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유지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관람객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CJ그룹은 CGV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CJ ENM 성장을 이끈 허민회 대표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허 대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며 국내 멀티플렉스 1위 사업자 자존심을 지켜냈다.

CJ그룹, CGV ‘영업적자 쇼크’에 경영 쇄신 결단

CGV가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감당해야 했던 피해는 연간 영업이익 변화로 확인할 수 있다. CGV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8년 777억원, 2019년 1232억원으로 성장가도를 이어갔다.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흥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CGV는 연간 ‘영업손실 3887억원’이라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투자업계에서는 CJ그룹이 CGV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CJ그룹의 선택은 콘텐츠 비즈니스 상징과도 같았던 자회사 CGV 경영 쇄신이었다.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을 통한 위기 대응에 힘을 실어줬다. 위기 대응 적임자로 낙점 받은 인물이 바로 허 대표다.

허 대표는 CJ제일제당(자금담당), CJ투자증권 등에서 재무관리자로서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았다. CJ오쇼핑을 거쳐 CJ ENM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경영자 역량까지 입증받았다. 허 대표에게는 ‘CGV의 단기적 재무 건전성을 개선해 우선적으로 사업의 존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졌다.

허 대표는 구조조정을 통한 CGV의 경영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허 대표는 명예퇴직·순환 근무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경감하는 한편 외부적으로는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사인 CJ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운영상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진한 상영관을 과감하게 철수시켰다. 

고정비용 부담이 경감되면서 2021년 CGV 연간 영업손실은 2411억원까지 줄었다. 2년 연속 영업적자가 지속됐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손실규모를 약 1000억원 가량 줄이는 의미 있는 성과다.

허 대표가 주도하는 CGV 경영혁신은 단순히 ‘허리를 졸라매는’ 긴축 경영에만 머물지 않았다. 허 대표는 상영관 인프라 확장에 집중했던 코로나19 이전의 CGV와는 다른 관점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출처 : CJ CGV
CGV구로에 새롭게 선보인 'PEAKERS구로' 실내 암벽 모습. 출처 : CJ CGV

‘영화관’이라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내외에서 모집해 실행에 옮겼다. CGV 상영관은 영화를 보는 장소를 넘어 스포츠 중계, K-POP 콘서트 실황중계, 오페라 공연, 게임 대회 중계,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종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CGV는 자체 인프라를 이용한 실내 클라이밍 짐 브랜드 ‘피커스(PEAKERS)’를 선보이기도 했다.

허 대표는 과거 대립 구도에 있던 OTT 기업과의 적극적인 콘텐츠 협업에도 나섰다. CGV는 국내 OTT 기업 ‘왓챠’와 콘텐츠 협업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상영 기획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디즈니+와는 전용 상영관 ‘디즈니 시네마’를 선보였다.

또 CGV는 구독 경제 활성화 추이를 반영해 영화 관람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권 서비스도 출시했다. 독자적 콘텐츠 강화 전략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CGV는 지난 10월 조석 작가의 인기 웹툰 <문유>를 4DX 콘텐츠로 제작해 상영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허 대표는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사업 부문 흡수를 단행해 새로운 수익원까지 확보했다.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실적 개선 지속”

허 대표의 경영혁신은 올해 초부터 서서히 시작된 엔데믹 전환에서 더욱 빛났다. 취식금지 조치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가 시작되면서 관객들은 다시 영화관을 찾기 시작했다. 영화관에서 ‘종합 문화공간’으로 CGV를 탈바꿈시킨 허 대표의 차별화 전략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이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실적회복으로 이어졌다. 

CGV는 2022년 3분기 7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2년간 지속됐던 적자고리를 끊어냈다.

허 대표는 “영화 시장에 다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대작 개봉 일정이 예정된 만큼, 기술과 서비스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 CGV의 지속적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