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스냅드래곤8 2세대를 공개한 가운데, AI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태계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퀄컴은 서밋 현장에서 수 차례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쓰며 스냅드래곤8 2세대라는 제품은 물론 플랫폼 전체의 강력한 생태계 주도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몰입감에 주목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사진=최진홍 기자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사진=최진홍 기자

몰입감의 매력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CEO는 "모바일은 4K 스트리밍, 게이밍을 비롯 사진과 영상 등 일상과 업무 모든 순간에 가장 중요하며 최고의 경험은 최고의 기술을 요구한다"면서 퀄컴을 정의한다면 모든 것을 무선으로(everything wireless), 저전력으로 고성능 컴퓨팅(high performance, low power), 온디바이스 인텔리전스(on device intelligence)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의 메시지는 강력한 연결을 의미하며, 이는 스마트폰을 넘어서려는 퀄컴의 야망과도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그는 "모바일은 스마트폰을 넘어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는 중"이라며 "퀄컴은 무선통신 기술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업계로 사업을 확장해 모바일 기술이 적용되는 모든 곳에 스냅드래곤이 존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 끝에는 몰입감이 있다. 스냅드래곤이 가진 강력한 기술로 이용자들을 사로잡겠다는 원초적인 전략이다. 스냅드래곤이 강력한 연결을 상징하고, 이를 통해 스마트폰 너머의 영역으로 진격하며 생태계 구성원들이 스냅드래곤에 중독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인 전략이 AR 및 XR이다.

퀄컴은 작년 서밋에서는 XR을 강조하며 메타버스까지 가는 그림을 그렸다면, 올해 서밋에서는 XR은 물론 AR까지 크게 강조하며 '몰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스냅드래곤'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어도비에 적용되는 AR 및 XR 전략이 흥미롭다.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모바일, 컴퓨트 및 XR 플랫폼을 통해 창의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어도비(Adobe)와의 협력을 발표했다. 어도비 에어로 (Adobe Aero), 스냅드래곤 스페이시스 (Snapdragon Spaces)로 AR 및 XR을 활용, 크리에이터에게 운신의 폭을 넓힌다는 설명이다.

출처=퀄컴
출처=퀄컴

고빈드 발라크리시난(Govind Balakrishnan)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제품서비스 수석부사장(SVP)은 "어도비 3D(Adobe 3D) 등 XR 측면에서 양사는 디지털 세계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운드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스냅드래곤8 2세대는 다이나믹 헤드트래킹과 함께 공간음향을 지원하는 한편 48kHz 무손실 음원 스트리밍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고의 몰입감을 강조했다.

사라 맥머레이(Sarah McMurray),퀄컴 테크날러지 제품 마케팅 시니어 매니저는 "올해 조사에 따르면 사운드를 즐기는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에서 6시간"이라며 프리미엄 사운드 경험을 즐기려는 이들도 58%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 연징선에서 스냅드래곤8 2세대의 몰입감에 주목했다.

사라 맥머레이 시니어 매니저. 사진=최진홍 기자
사라 맥머레이 시니어 매니저. 사진=최진홍 기자

전통의 오디오 명가 보스와의 시너지도 고도화된다.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닉 스미스 보스 부사장은 "퀄컴과의 오디오 협력에 기쁜 마음"이라며 "퀄컴 S5 오디오 SoC(Qualcomm S5 Audio SoC)를 통해 프리미엄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스냅드래곤 8 2세대는 시맨틱 분할을 통해 자동으로 사진 및 영상 성능을 실시간으로 향상시킨다. 시맨틱 분할은 인공지능 신경망을 사용해 카메라가 얼굴, 얼굴 모양, 머리카락, 옷, 하늘 등을 인식하고 개별적으로 최적화해 모든 디테일이 맞춤화된 전문 이미지 튜닝이 가능하다. 

이 역시 몰입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 중 하나다. 쥬드 히프(Judd Heape), 퀄컴 테크날러지 부사장 겸 영상&컴퓨터 비젼 제품 총괄은 "스냅드래곤으로 누구나 프로 사진작가 경험을 누릴 수 있다"면서 "업계 최고의 카메라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니에 이어 삼성전자와도 협력한다.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아이소셀(ISOCELL) HP3가 탑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소셀 HP3는 업계 최소인 0.5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픽셀 2억개를 탑재했으며 카메라 모듈 크기를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다. 2억개의 화소 전체를 활용하는 위상차 자동 초점 기술 ‘슈퍼 QPD(Quad Phase Detection)’가 적용됐으며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조도 차이가 큰 부분이 혼재된 상황에서는 노출 시간이 다른 프레임 3장을 합성해 깨끗한 제공하는 ‘스태거드 HDR(High Dynamic Range)’ 기능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2억 화소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HP1’을 선보인 바 있으며 아이소셀 HP1은 0.64㎛, 아이소셀 HP3는 0.56㎛ 픽셀 크기를 자랑한다.

한편 게이밍 환경에서도 퀄컴의 몰입감에 대한 야망이 넘실거린다. 스냅드래곤 엘리트 게이밍 기능이 강해졌다. 퀄컴은 서밋에서 특히 하드웨어 가속 레이 트레이싱에 주목했다. 실제와 똑같은 빛, 반사 및 조명을 모바일 게임에서 구현하는 실시간 하드웨어 가속 레이 트레이싱은 게임의 구동 환경 자체를 비약적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생생한 몰입감을 제공하기 위한 퀄컴의 노력이다.

삼성과의 협업이 발표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삼성과의 협업이 발표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AI 인프라 탄탄...몰입감의 퀄컴, 어디로?
퀄컴이 몰입감을 전면에 내세운 결정적 동력은 역시 기술력이다. 

특히 AI 기술이 날카롭다. 퀄컴 AI 엔진의 고도화가 눈길을 끈다. 스냅드래곤 헥사곤 프로세서(Qualcomm Hexagon Processor)를 기반으로 하며 듀얼 AI 프로세서를 장착한 최신 퀄컴 센싱 허브, 퀄컴 AI 스튜디오(Qualcomm AI Studio) 와 함께 퀄컴 AI 스택 (Qualcomm AI Stack)은 개발자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어도비와의 협력에서도 AR 및 XR은 물론 AI 중심의 강력한 기반 기술력이 빛을 발했다. 

양사는 이미 윈도우즈 온 스냅드래곤 단말기에 최적화된 포토샵과 라이트룸을 가동시키는 중이다. 어도비는 여세를 몰아 프레스코와 아크로뱃을 시작으로 스냅드래곤 플랫폼에서 최상의 크레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를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어도비의 AI 엔진인 어도비 센세이(Sensei)와 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의 온디바이스 퀄컴 AI 엔진(Qualcomm AI Engine)로 사용자는 창의적인 워크플로우 및 업무에서 향상된 단말기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강력한 AI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협업이다.

게이밍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대 25% 빨라진 성능의 향상된 퀄컴 아드레노GPU(Qualcomm Adreno GPU)와 최대 40% 향상된 전력 효율의 퀄컴 크라이오 CPU(Qualcomm Kryo CPU)로 무장한 스냅드래곤 엘리트 게이밍이 가동되며 그 중심에는 AI 인프라가 탄탄하다.

나아가 카메라와 오디오 및 5G 연결성에서도 AI 인프라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어진 테크토크에서도 스냅드래곤8 2세대의 강력한 AI 존재감이 돋보인다. 온디바이스 트랜스퍼 네트워크 퍼포먼스의 경우 1세대는 2세대의 30%에 머물렀고 안면인식 및 테스트 인식 모두 2세대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AI 성능은 4.35배, AI 추론 영역에서 퍼포먼스는 60%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아드레노 GPU, 헥사곤 프로세서, 듀얼 프로세서의 센싱허브, 크라이요 CPU, 메모리로 이어지는 퀄컴 AI 엔진의 파괴력도 배가되고 있다. 

테크 토크. 사진=최진홍 기자
테크 토크. 사진=최진홍 기자

지난 6월 공개된 퀄컴 AI 스틱도 순항하고 있다. 퀄컴 AI 스택은 AI 소프트웨어를 통합 및 향상시켜 제조사와 개발자를 위한 종합 AI 솔루션을 표방한다. 광범위한 AI 소프트웨어 접근성과 호환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능형 기기를 지원하며 커넥티드 지능형 엣지 제품에 단일 AI 소프트웨어가 도입되는 첫 사례다.

서플로(Tensorflow), 파이토치(PyTorch), ONNX 등 다양한 AI 프레임워크와 더불어 런타임, 개발자 라이브러리 및 서비스, 시스템 소프트웨어, 툴, 컴파일러를 지원하며 퀄컴 AI 엔진 다이렉트를 바탕으로 퀄컴 AI 엔진 및 퀄컴 클라우드 AI 100의 전용 AI 코어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퀄컴 AI 엔진 다이렉트는 퀄컴 제품에 탑재돼 있는 모든 AI 액셀러레이터에 걸쳐 확장되며 연결된다.

여기서 AI 액셀러레이터에 기존 모델을 선정 및 구축하는 AI 라이브러리로 만들어진다. 이 지점에서 구글 크라우드는 구글 클라우드 버텍스 AI NAS를 통합하고, 퀄컴은 뉴럴 프로세싱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경망을 관리한다.

지난 6월 출시된 상태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올해 서밋에서 발전적인 면모를 볼 수 없었지만, 퀄컴의 AI 전략이 강하게 진행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서밋서 메타와 호라이즌에서 만난 크리스티아 아몬. 사진=최진홍 기자
지난해 서밋서 메타와 호라이즌에서 만난 크리스티아 아몬. 사진=최진홍 기자

'그 무엇'을 찾아
하드웨어 플랫폼 회사인 퀄컴은 모바일 AP를 넘어 오토모티브와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달리고 있다. 강력한 기술력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5G 정국에서 애플과 정면충돌 했으나 극적인 합의를 본 다음, 이제는 애플이 오히려 '탈 애플'하겠다는 퀄컴에 매달리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비결도 역시 연구개발 및 특유의 라이선스 비즈니스에서 기인한 퀄컴 특유의 기술력에서 비롯됐다.

여기서 퀄컴은 다음 스텝을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기반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방향을 잡았다. 스펙트럼을 키워 스냅드래곤을 '스마트 플랫폼의 모든 것'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올해 서밋에서 5G 네트워크 및 연결성에 대한 아젠다가 '연결지속성'이라는 프레임에 포함되어 소위 '당연한 전제'가 된 가운데 AI 및 카메라, 게이밍, 사운드 AR 및 XR에서 다양한 담론이 나온 이유다.

다만 퀄컴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탈 모바일을 외치며 서로 연결된 세상의 기반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려고 한다. 

지난해에 메타버스에 주목한 이유다. 메타버스가 큰 관심을 받았던 시기, 퀄컴은 메타버스라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세상에 하드웨어를 제공하며 탈 모바일의 깃발을 선명하게 들었다. 실제로 알렉스 카투지안 수석부사장은 당시 서밋에서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을 때도 이미 (내부에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면서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많은 투자를 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생태계 전략도 가동된다고 밝혔다. 알렉스 카투지안 수석부사장은 "스냅드래곤은 알고리즘에 대한 인식에 대한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투자에 다양성을 통해 생태계 개발자와 협력하며 풍부해진 멤버십 접근 방식을 구축할 것"이라며 "퀄컴은 소프트웨어 API, SDK 및 개발자가 사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등 다양한 기술로 무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에 입장하려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동맹군에게 스냅드래곤을 제공하는 소위 '입장권 전략'이다.

다만 올해 서밋은 메타버스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는 물론 생태계의 기본 전략, 즉 플랫폼 내부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을 더욱 고도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영역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처럼 특유의 마케팅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퀄컴이 지난해 서밋에서는 스냅드래곤을 발전시키며 축적한 기술력이 이제 메타버스라는 리얼한 가상세계의 경계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면, 올해는 메타버스의 인기가 다소 식은 타이밍을 고려해 몰입감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몰입감은 강력한 기술력이 필요하고 메타버스의 전제이자 모든 가두리 생태계 전략의 당연한 전제다. 스냅드래곤8 2세대 공개에 숨은 퀄컴의 진짜 노림수가 소프트웨어를 묶어놓을 수 있으며 하드웨어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