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16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스냅드래곤8 2세대를 공개한 가운데 AA 전략이 선명하게 가동되기 시작했다. AI와 AR이다.

스냅드래곤, AI의 왕

퀄컴은 스냅드래곤8 2세대를 공개하며 강력한 AI 기술을 어필했다. 

스냅드래곤 헥사곤 프로세서(Qualcomm Hexagon Processor)를 기반으로 가동되는 퀄컴 AI 엔진은 마이크로 타일 추론, 향상된 텐서 가속기를 포함한 새로운 아키텍처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대 4.35배 향상된 AI 성능을 제공한다. 지속적인 AI 추론에서 와트 당 성능이 60% 향상되면서 INT4를 지원하는 스냅드래곤 최초 모바일 플랫폼이 됐다는 설명이다.

듀얼 AI 프로세서를 장착한 최신 퀄컴 센싱 허브(Qualcomm Sensing Hub)를 비롯해 퀄컴 AI 스튜디오(Qualcomm AI Studio)와 퀄컴 AI 스택(Qualcomm AI Stack)으로 AI 개발자들을 끌어들이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최대 25% 빨라진 성능의 향상된 퀄컴 아드레노GPU(Qualcomm Adreno GPU)와 최대 40% 향상된 전력 효율의 퀄컴 크라이오 CPU(Qualcomm Kryo CPU)로 대표되는 강력한 기초체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돈 맥과이어 퀄컴 CMO는 한국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번 AR 플랫폼은 퀄컴이 처음 선보이는 독자적인 AR 플랫폼으로 XR의 새로운 부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출처=퀄컴
출처=퀄컴

AR 전략 날카롭다

AR2 1세대가 공개됐다. 멀티칩 아키텍처로 2.5배 향상된 AI 성능 및 50% 더 낮은 전력 소비, 고성능, 세련된 디자인의 AR 글라스 구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메인 프로세서는 40% 더 작은 PCB를 차지하고 2.5배 뛰어난 AI 성능을 제공하는 반면, 1W 이하의 전력으로 50%의 더 적은 전력을 소비한다. 최대 9개의 카메라를 동시 지원하면서 낮은 MTP 지연(motion-to-photon latency)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가속 엔진과 핸드 트래킹 또는 6자유도(6DoF) 등 민감한 입력 상호작용의 지연 시간을 줄이는 AI 가속기는 물론 리프로젝션 엔진을 포함한다.

패스트커넥트 7800(Qualcomm FastConnect 7800)을 활용한 커넥티비티 플랫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와이파이 7 기술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레노버, LG, 엔리얼, 오포, 피코, 코노크, 로키드, 샤프, TCL, 뷰직스 및 샤오미를 포함한 OEM에서 스냅드래곤 AR2 제품을 기반으로 검토 및 개발하는 중이다.

AR2 1세대가 발표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AR2 1세대가 발표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전략의 수정?

퀄컴은 지난해 열린 스냅드래곤 2021 서밋에서 메타버스의 큰 그림을 공격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실제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당시 모바일 시장과 스냅드래곤 플랫폼의 확장성에 주목하며 메타버스를 강조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스냅드래곤은 메타버스로 향하는 티켓"이라며 "메타버스는 계속 성장할 것이며 많은 온라인 세상이 우리의 현실과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 관리 엔진(Trust Management Engine)으로 콘텐츠를 NFT(대체불가토큰)로 전환해 인증시키는 민팅을 모바일 기기에서 지원하는 장면을 시연하는 등 메타버스 주변부에도 크게 신경을 썼다. 그 연장선에서 AI 및 강력한 CPU 및 GPU 등을 무기로 스냅드래곤이 키워온 ICT 기초체력을 메타버스라는 거대 트렌드와 연결한 셈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줌 등으로 화상회의를 여는 등 이미 메타버스는 현실"이라며 "5G 네트워크와 소셜 인터넷 플랫폼 전략을 연결해 스냅드래곤의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메타 호라이즌 시연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올해 서밋 분위기는 기류가 달라졌다. 스냅드래곤8 2세대에 있어 메타버스보다는 AI 기능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AR도 마찬가지다. XR2 보다 XR2 대비 고성능의 플랫폼인 AR2 1세대를 강조하며 확장현실에서의 메타버스보다는 AR 그 자체에 주목하며 주변부에 메타버스를 배치시키는 분위기다.

퀄컴이 애플의 미래전략과 닮은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메타버스, 나아가 XR2를 출시하며 메타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퀄컴이 올해 AR2 1세대를 공개하며 일종의 노선변경을 보였고, 그 행보가 AR에 열을 올리는 애플과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타버스를 의욕적으로 키우는 메타와 달리 애플은 AR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메타가 확장현실 헤드셋 신제품인 메타 퀘스트 프로(Meta Quest Pro)까지 공개하며 메타버스 비전에 속도를 내는 반면, 애플은 메타버스 자체에 거리를 두며 AR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애플은 메타버스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단 한 번도 추진하지 않은 반면 AR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팀 쿡 애플 CEO는 브라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의 개념을 두고 "사람들이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신 AR에 대해서는 "AR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심오한 기술"이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인터넷 없이 살았을까'처럼 '어떻게 AR 없이 살았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 출처=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 출처=연합뉴스

애플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리얼리티 OS(RealityOS) 상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지난 8월말에는 페이퍼 컴퍼니 ‘이머시브 헬스 솔루션’ 명의로 리얼리티 원(Reality One),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 리얼리티 프로세서(Reality Processor) 등의 상표를 연이어 신청한 바 있다. 모두 AR 전략과 관련이 있다.

헤드셋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N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N301과 N602이 VR과 AR 기능에 무게를 뒀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으며 N421은 스마트글래스에 기반을 둔 순수 AR 플랫폼일 것으로 예상하는 중이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할 때마다 AR 기능을 조금씩 키워왔으며 애플카 전략과 더불어 AR을 새로운 먹거리로 이미 낙점했다는 평가다.

물론 퀄컴이 메타버스에서 발을 뺀 것은 아니다. XR에 대한 관심이 작아진 것도 아니다. 강력한 하드웨어 기술로 소프트웨어를 통해 메타버스를 꿈꾸는 이들에게 '입장권'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메타버스의 존재감이 부쩍 흐려지는 현 상황에서 '미래의 입장권'을 굳이 메타버스로 한정시키지는 않겠다는 각오는 엿보인다.

오히려 선택과 집중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XR2 플랫폼 기반의 디바이스는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AR 기능이 필요하지만 XR2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던 이들을 AR2로 흡수하려는 전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글라스 전용으로 AR2를 묶은 후 1세대, 2세대가 갈수록 기술 고도화를 시키는 한편 추후 AR1 등으로 보급형 시장 진출까지 나가는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XR을 기반으로 메타버스까지 가는 전반의 방향성은 흔들리지 않는 셈이다. 오히려 유연한 전략에 가깝다.

실제로 휴고 스와트 퀄컴 부사장 겸 XR부문 본부장은 16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들과 만나 "XR 플랫폼 전체를 보면 5개 회사를 중심으로 60개 이상의 디바이스가 판매되고 있다"면서 "다만 우리의 고객 중 누군가는 XR 플랫폼을 통해 뇌질환 재활을 위한 VR 디바이스를 만들고, 위치기반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하는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위해 AR2를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퀄컴은 메타와 처한 상황이 다르다. 메타는 iOS 생태계가 존재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 처음에는 암호화폐를, 이후에는 메타버스를 택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애플과 분쟁을 겪은 것은 메타나 퀄컴이나 마찬가지지만, 컬컴은 하드웨어 중심의 비전으로 '미래 기반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을 뿐 메타처럼 애플과 같은 기반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는 신세계를 노리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퀄컴이 메타버스까지 염두에 둔 큰 그림 아래 XR에 대한 여전한 지지를 전제로, AR에도 시선을 좁혀가며 다양한 하드웨어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