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시마SC(성분 인플릭시맙-피하주사제형) 자동주입기(왼쪽)와 프리필드 시린지. 출처=셀트리온
램시마SC(성분 인플릭시맙-피하주사제형) 자동주입기(왼쪽)와 프리필드 시린지. 출처=셀트리온

SK바이오팜(326030)과 LG화학(051910), 셀트리온(068270)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 현지 임상과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미국 임상과 시판에 성공했다. LG화학과 셀트리온그룹 성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에 개발 초기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하는 방식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美현지임상·직접판매’ 선구자, SK바이오팜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드물게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임상시험부터 허가, 영업 및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괄목할 만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는 2020년 미국 출시 첫해 매출 127억원을 기록했다. 세노바메이트 매출은 지난해 892억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194억원을 나타냈다.

환자에게 처방된 세노바메이트 총 처방 수(TRx)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12% 늘어난 약 4만5000건을 기록했다. 올해 8월부터는 월간 처방 수 1만5000건을 돌파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경쟁 약물 미국 출시 29개월 차 처방 수 평균의 약 1.8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 출처=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 출처=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 UCB ‘빔펫’과 ‘브리비액트’, 에자이 ‘파이콤파’, GSK ‘라믹탈’, 사노피 ‘데파킨’ 등과 경쟁하고 있다. 빔펫은 지난해 미국 매출 12억7000만달러, 글로벌 매출 17억4000만달러를 기록한 뇌전증 치료제 1위 의약품이다.

세노바메이트 성장세는 UCB 빔펫(Vimpat) 특허가 지난 3월 만료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허 만료로 가격이 저렴한 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됐다. 기존 빔펫 복용자들이 빔펫을 제네릭으로 변경하고, 남은 보험한도를 이용해 단독 투여와 병용 투여 모두 품목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를 함께 처방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제약사가 후보물질발굴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 진행한 신약이다. SK바이오팜은 자회사를 통해 세노바메이트를 현지에 직접 판매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를 더 높이기 위해 4분기에는 미국 뇌전증학회(AES)에 대규모 부스로 참가해 뇌전증 전문의 대상 홍보와 마케팅에 주력할 예정”이라면서 “뇌전증 환자 대상 TV광고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 통풍 신약 임상 속도‧항암제 바이오테크 인수

LG화학은 미국에서 통풍 신약 임상 3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FDA로부터 ‘티굴릭소스타트’ 글로벌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임상시험 기간은 12개월이다. 대상자 수는 약 2600명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이번 임상 3상을 통해 기존 통풍치료제 알로푸리놀와 비교해 티굴릭소스타트 혈중 요산 강하 효능, 통풍발작·통풍결절 감소 정도 등을 확인한다.

티굴릭소스타트는 요산을 생성하는 효소인 잔틴 옥시다제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의 통풍 신약후보물질이다. 1일 1회 복용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티굴릭소스타트는 환자 순응도와 복용 편의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이 인수한 미국 항암제 바이오테크 아베오 주요 제품 포티브다(위)와 파이프라인. 출처=LG화학
LG화학이 인수한 미국 항암제 바이오테크 아베오 주요 제품 포티브다(위)와 파이프라인. 출처=LG화학

LG화학은 8000억원 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항암제 분야에서도 직접 미국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앞서 제약바이오 업계는 LG화학이 통풍 신약 글로벌 임상과 미국 직판으로 역량을 쌓고 항암제 분야는 기술이전을 통해 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인수로 항암제 분야에서도 직접 글로벌 임상 등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항암제 개발 바이오테크 ‘아베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는 3개월~6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오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중심지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다.

2002년 설립돼 2010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신장암 치료제인 ‘포티브다’가 지난해 FDA 허가를 받으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이 FDA 허가를 받은 신약 개발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오 매출은 올해 1500억원, 5년 뒤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오는 포티브다 외 임상 단계에 있는 항암 신약후보물질을 3개 더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 램시마SC 신약 허가‧유통 기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파트너사를 통해 미국에 판매 중인 바이오시밀러 외에도 새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의약품 허가 등을 담당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유통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미국 뉴저지에 있는 셀트리온USA 지분 100%를 18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셀트리온USA는 미국 전역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제네릭 위주로 자체 공급망을 구축했다. 코로나19 세계적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진단키트 공급 계약에 성공하는 등 현지 직판 영업 역량을 쌓아 왔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이성 직결장암 및 비소세포폐암 치료용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를 2023년 상반기 미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 ‘유플라이마’, ‘램시마SC’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셀트리온 연구원이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램시마SC는 미국에서 신약으로 인정돼 임상 1‧2상을 면제받고 글로벌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 입증 임상이 아닌 위약(플라시보) 효과 검증 임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에서 2023년 초 FDA에 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달리 신약 개발 이력이나 글로벌 신약 승인 노하우가 없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파트너십이나 기술이전을 통해 신약 개발을 진행해야만 하는 고충이 있다”면서도 “직접 글로벌 임상 개발과 마케팅을 수행함에 따라 자체적인 인지도와 매출원가 유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