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가 11일(현지시간) 파산 신청에 들어가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FTX는 4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32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메가톤급 거래소다. 이번 파산 신청으로 부채만 550억달러에 이르는 등 엄청난 충격파를 시장 전반에 일으킬 전망이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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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는?
FTX는 샘 뱅크먼 프리드(SBF)가 2019년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다. 바이낸스에 이은 글로벌 기준 랭킹 2위 거래소다. 한 때 한국의 빗썸 인수에 나설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FTX는 자체 토큰인 FTT를 발행하는 중이다. 그리고 FTT는 알라메다 리서치에 FTT를 다량 이동시키며 시세 생태계를 유지한 바 있다. SBF는 FTT와 알라메다 리서치의 최대 주주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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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흐름

SBF는 FTT를 운영하며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한 바 있다. 코빗 리서치가 긴급하게 발간한 알라메다 리서치/FTX 유동성 사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SBF는 미국 정치권 내 로비에 많은 자금을 투여하는 등 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상품 및 선물 규제 기관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Commodities & Futures Trading Commission)의 가상자산 규제법안 작성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의 입지다.

SBF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SBF의 행보에 큰 우려를 보인 바 있다. 업계의 큰 흐름에 반하는 행보를 종종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해외재산관리국(OFAC,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의 토네이도 캐시와 같은 프로토콜 검열 및 디파이의 프론트엔드 규제 등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져 블록체인의 검열 저항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계 일각에서는 그에 대한 비호감 지수가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코인데스크가 2일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제표를 공개하며 논란이 커졌다. 알라메다 리서치의 총 자산 140억달러 중 무려 58억달러가 FTT로 구성됐으며 54억 달러는 기타 가상자산 및 미상장 회사 주식 지분, 부채는 무려 80억 달러로 밝혀졌다.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뜻이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재무 건전성 우려에 즉각 반발했다. 100억달러의 추가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FTX는 결국 9일 모든 가상자산 출금을 중단했고 10일 FTX 인수를 추진하던 바이낸스는 계약 불발을 선언했다. 이후 FTX 주요 임원들이 줄사퇴했고 심각한 유동성 사태는 현실이 됐다. 그 결과 FTX는 파산을 선언했다.

알라메다 리서치 대차대조표. 출처=갈무리
알라메다 리서치 대차대조표. 출처=갈무리

트리거는 무엇인가
일각의 분석이지만, FTX 사태의 트리거 중 하나가 바이낸스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루머에 가까운 분석이지만 시장의 트렌드에 반하는 SBF가 이끄는 FTX가 바이낸스와의 인수 거래 과정에서 약점을 대거 노출한 것은 일단 사실이다.

코빗 리서치 센터 정석문 센터장, 김민승 애널리스트는 "FTX에서 자체 토큰인 FTT 발행했으며 관계사이자 가상자산 투자업체인 알라메다 리서치도 토큰 분배할 때 이를 받았다. 이후 알라메다 리서치는 FTT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해 이를 사업확장에 사용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바이낸스가 FTT를 공개 시장에 매도하여 가격을 하락시킴으로써 알라메다의 잠재적 유동성 문제가 현실화 됐다"고 말했다. 

물론 근원적 이유는 역시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 생태계의 부실함이다. 코빗 리서치는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의 불투명한 관계가 알라메다 리서치 유동성 문제를 FTX로 확산되는 원인이 됐다"면서 "FTX는 예치된 고객 자금을 대상으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agency business), 알라메다 리서치는 자체 자금을 운영하는 트레이딩 업체(principal business). 이 두 법인의 법적, 재무적 관계가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두 기업의 연결고리가 불투명하여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는 하나라는 인식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알라메다 리서치 재무제표의 유동성 문제는 곧 FTX 고객 자산의 위험'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용자들이 FTX에서 대거 자금 인출을 하는 뱅크런이 벌어진 셈이다.

SBF. 출처=갈무리
SBF. 출처=갈무리

어떻게 될까
FTX가 파산을 선언하며 가상자산 시장은 폭풍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FTX 내 자산들이 동결된 상태에서 자금을 예치시킨 개인 투자자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FTX에 투자한 소프트뱅크 등 주요 큰 손들도 손실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FTX 주요 관계사 130여개가 일시에 흔들리는 가운데 크립토 업체 전체가 연쇄타격을 받아 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공포도 커진다. 테라-루나 사태의 재연이다. 이번 FTX 사태가 코인판 리먼 사태로 불리는 이유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FTX가 10월부터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한편, 임직원들이 FTX를 스스로 해킹한 후 자금을 빼돌려 남미로 도주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횡행한다. 

FTX가 석연치않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일부 사실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FTX 경영진들이 알라메다 리서치로 보낸 100억달러 중 20억달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말이 나온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해 FTX에 질의했으나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FTX 내부의 자금 누락 가능성은 여전히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등에 시선을 빼앗긴 가상자산 시장이 FTX 사태를 기점으로 내부 이슈에 재차 주목, 이후 냉각기를 겪을 것으로 본다. 특히 시장에 연쇄적 악재가 벌어질 경우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공포에 빠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