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LH를 앓고 있는 환자. 출처=국제학술지 뼈생물학 및 골격질환 관련 유전학
XLH를 앓고 있는 환자. 출처=국제학술지 뼈생물학 및 골격질환 관련 유전학

희귀질환 X 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XLH)을 앓는 환자들이 허가 받은 약이 있음에도 가격이 비싸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XLH를 치료할 수 있는 약 ‘크리스비타(성분 부로수맙)’은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2년여 동안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급여 적용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1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게시된 ‘XLH저인산혈증구루병 치료제 크리스비타의 신속 사용 승인에 관한 청원’에 따르면 XLH는 인구 2만명~6만명당 1명에게 발생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청원인은 “XLH를 앓고 있는 소아 환자들에게 임상실험한 결과 부작용은 없었고 환자들의 활력이 높아지는 등 최적의 치료제라는 결과가 나왔으나, 건강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연 2억원~3억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개인이 감당해야하는 상황”이라면서 “제발 크리스비타의 건강 보험 적용을 승인해달라”고 강조했다. 5만명 동의가 필요한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3만2217명이 동의했다. 동의 기간은 오는 16일까지다.

또 다른 XHL 환자 보호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라인드에 국민동의청원을 호소하면서 건강 보험 적용을 당부했다.

출처=국회 국민동의청원
출처=국회 국민동의청원

XLH는 인간 X 염색체에 있는 PHEX 유전자 서열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다. PHEX 단백질은 ‘섬유 아세포 성장 인자 23(FGF23)’이라는 또 다른 단백질을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FGF23은 인산염을 혈류로 재흡수하는 신장 기능을 억제한다.

PHEX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FGF23을 올바른 조절을 방해해 FGF23이 과잉 활성되면서 신장에 의한 인산 재흡수를 감소시켜 저인산혈증성 구루병 및 골연화증 등을 유발하게 된다.

소아환자는 성장지연·두개골유합증·구루병·운동성 발달 지연·보행장애 등을 겪게 된다. 성인 환자는 저신장·하지기형·치아농양·과도한 치아 우식증 골연화증·뼈 관절 근육 통증·관절경직·보행장애 등이 나타난다.

XHL 치료제는 한국쿄와기린이 2020년 9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크리스비타가 있다. 크리스비타는 과도한 FGF23 활성을 억제해 근골격 건강 관건인 인산염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크리스비타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유럽 17개국, 이스라엘·쿠웨이트·오만·카타르·UAE 등 중동 5개국, 미국·캐나다 등 북미 2개국, 일본 등에서 출시됐다.

XLH 치료제 크리스비타. 출처=쿄와기린
XLH 치료제 크리스비타. 출처=쿄와기린

크리스비타는 우리나라에서 건강 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비급여 약제로 구분된다. 약값은 월 평균 2000만~3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연간 3억원 규모다.

2013년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면제제도가 도입되고 2016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되면서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해마다 대상 질환이 확대되면서 대상 희귀질환은 1123개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제2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을 시행해 진단과 치료 위주였던 정책을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제고’로 확대했다.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환자와 보호자 등이 겪는 현실은 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비타 건강 보험 적용을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환자가 약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생명공학 기술 발달과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 투자로 희귀질환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면서 “신약 개발을 통해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병을 치료하고,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제 때 공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 일”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어 “건강 보험 재정과 관련해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사회적 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