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연말에 열리는 퀄컴 및 AWS, 화웨이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연례 기술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권을 준비하다 보면 불현듯 쌀쌀해지는 공기를 느끼는 때가 옵니다.

이제, 2022년도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돌아보면 통신업계도 다사다난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탈통신, 비통신 전략을 아우르는 미래 비전 전략이 유독 선명한 존재감을 보여준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중심에서 치열한 전선을 누비고 있는 통신 3사 콘트롤 타워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볼 필요도 있습니다.

유영상 SKT 대표 "AI컴퍼니"
유영상 SKT 대표는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조직을 매끄럽게 이끌며 활발한 소통을 강조했던 그의 지난 1년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SK하이닉스 인수전 당시부터 손을 맞췄던 박정호 부회장과의 '케미'가 워낙 좋은데다 탈통신 전략 창출에 있어 단기간에 큰 성과를 냈다는 말이 나옵니다.

여세를 몰아 유 대표는 AI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SK스퀘어 분할 이후 SKT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현 5대 사업군을 3대 추진 전략(▲Core Biz.를 AI로 재정의 ▲AI서비스로 고객 관계 혁신 ▲AIX)으로 혁신하는 한편 오는 2026년까지 SKT의 기업가치를 40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큰 그림입니다.

탄탄한 기초체력이 존재했기에 그릴 수 있는 큰 그림입니다. 당장 SKT는 5G 가입자 13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유선방송 가입자 순증 1위도 유지하는 중입니다. 엔터프라이즈는 가산데이터센터의 본격적인 실적 창출이 벌어지고 있으며 에이닷은 A.tv와 게임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AI반도체 사피온은 물론, 유 대표의 탑건 저리가라 할 정도의 '엄지 척' 사진으로 잘 알려진 UAM 분야에서는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등과 ‘K-UAM 드림팀’을 구축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다면 AI컴퍼니를 통한 유 대표의 SKT는 순항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무엇보다 AI에 방점을 찍은 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조리 오가는 대(大)전략이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말 그대로 여담이지만, SKT는 미래 비전을 가다듬을 때 탈통신이나 비통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통신은 가장 중요한 기간 인프라며, 그 통신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 때문입니다.

유 대표가 그리는 미래 비전도 통신이라는 핵심을 바탕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그리는 그림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나올 유 대표의 SKT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영상 대표. 출처=SKT
유영상 대표. 출처=SKT

구현모 KT 대표 "이미 연임 확정?"
구현모 KT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됩니다.

내외부에서는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먼저 실적 측면서 올해 KT의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1조5387억원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선언 후 KT의 기업가치도 무려 50% 가깝게 상승했어요. 미디어 계열사 재편도 성공적이며 그 외 사업 재편도 순조롭습니다.

콘텐츠에 중심을 둔 탈통신, 비통신 전략도 나무랄 곳이 없습니다. B2B부터 Z세대와의 호흡, 나아가 글로벌 시장 확대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디지코 전략이 탄력을 받고 있으며 거의 실시간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정통 KT맨의 연임가도에 파란불이 들어온 상태에서 업계서는 벌써부터 '구 대표의 시즌2는 무엇인가'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구현모 대표도 연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KT 이사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 정관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심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구현모 대표. 출처=KT
구현모 대표. 출처=KT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공격앞으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순항중입니다. 역시 탄탄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LG유플러스의 체질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케어 등 3대 신사업과 웹(WEB) 3.0으로 대표되는 미래기술을 4대 플랫폼으로 구성해 고객경험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 눈길을 끕니다. 

황 대표는 과거 텔레콤-데이콤-파워콤이 각각 유무선 사업을 전개하던 시기가 1.0이라면 3사 합병 후 LTE와 5G를 기반으로 통신사 선도 이미지를 구축하고 한단계 도약한 시기를 2.0으로 규정했습니다. 여기에 전통적인 통신 사업영역을 넘어 데이터와 기술기반으로 고객 중심 플랫폼과 서비스를 만들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유플러스 3.0 시대를 연다는 각오입니다.

비통신 비중을 크게 늘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입니다. 5년 뒤인 오는 2027년에 비통신사업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고, 기업가치도 12조원까지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 배후에서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연출했던 양자영 PD를 영입하는 등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는 한편 플랫폼 4.0 전략에 맞는 서비스들을 순차 출시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황현식 대표. 출처=LG유플러스
황현식 대표. 출처=LG유플러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통신3사 대표들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탈통신, 비통신 전략에 방점을 찍고 조직 자체를 쇄신시킨다는 각오입니다. 회사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뜻입니다. 당분간 '믿고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다만 승승장구 밑의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유영상 대표는 비록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존재감 강화, 나아가 장기적 측면서 SK스퀘어 탄생에 따른 SKT의 AI컴퍼니 로드맵을 명확하게 그려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구현모 대표는 비통신 전략은 큰 무리가 없으나 사법 리스크가 관건이며 황현식 대표는 상대적으로 늦게 비통신 전략에 뛰어든 실책을 만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