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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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들이 최근 몇 달 새 ‘금리확정형’ 저축보험 금리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8월 2~3%대가 주를 이뤘던 저축보험 금리가 현재는 4~5% 선까지 올라왔다.

채권 발행 등을 통한 자본확충이 어려워진 생보사들이 저축보험 판매를 통한 자금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시납 중심의 저축성 보험은 고금리 판매를 진행할 경우 짧은 기간에 많은 자본을 확보하는데 용이한 상품이다.

저축보험 금리, 최근 5.4%까지 등장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일(1일) ABL생명은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연복리 5.4% 확정금리형 저축보험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ABL생명의 해당 상품 출시로 생보사들의 저축보험 최고금리도 경신됐다. 이전까지는 지난달 IBK연금보험이 선보인 5.3%가 최고금리였다.

최근 몇 달 사이 생보사들의 저축보험 금리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푸본현대생명이다. 해당 업체는 8월 5000억원 한도의 4% 확정금리 상품을 출시해 3일 만에 판매 한도 매진을 기록했다.

당시 저축보험 금리는 2% 후반에서 3% 대 만으로도 충분히 시장 경쟁력을 보였다. 실제 KB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은 8월 2% 후반에서 3%대 금리 상품 한정 판매를 통해 흥행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푸본현대생명이 처음으로 4% 대 금리를 내놓았고 이를 기점으로 생보사들의 저축보험 금리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9월 4.0% 금리를 선보였고, 같은 달 22일 동양생명은 4.5% 상품을 출시했다. 흥국생명 역시 9월 4.2%의 확정금리 저축보험을 3000억원 한도로 판매했다.

여기에 한화생명은 저축보험의 최고금리를 10월 중 4.5%까지 끌어올렸다. 교보생명은 4.55%의 저축보험을 내놓았고 최근 5% 선을 뚫으며 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달 31일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저축보험은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과 동일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여야 의미가 있는데, 현재 시장 자체가 회사들이 짧은 기간에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서 어느 수준인지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옮겨 타기 가능성 높은 저축보험, 열 올리는 이유는?

저축보험의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현재 제공하는 금리를 먼저 책정한 업체들의 경우 다소 불안감이 존재한다. 보험 상품의 경우 보험증권 수령일로부터 15일과 청약일로부터 30일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 이내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소비자들의 경우 별 다른 페널티 없이 더 높은 금리의 저축보험으로 옮겨 타는 것이 가능하다.

생보사들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알면서도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자본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금리가 요동치고 있다 보니 과거 금리가 낮던 시기에 저축보험에 가입했던 이들이 해지하고 옮겨 가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높은 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에 대출원금 확보를 위한 해지 등 전반적인 해지 수요가 늘었다.

또 현시점의 경우 연말이라는 특수성도 더해진다. 퇴직연금 등 연말에 발생하는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기존 예측보다 준비해놔야 하는 현금이 많아진 상황인데, 자금 조달은 어려워졌다. 가장 대표적이고 쉬운 방법이었던 채권, 자본성 증권 등 발행이 사실상 막혀버린 탓이다.

이렇다 보니 일시납으로 큰 규모의 비용이 몰리는 저축보험 판매가 필요한데, 해당 시장파이가 한정돼 있다. 때문에 청약철회 페널티가 발생하는 기간 정도의 텀을 둘 경우 이를 타사에 뺏기다 보니 옮겨 타기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단만 놓고 보면 보험사들이 금리 과열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다만 유동자금 확보가 필요한데. 현재 채권의 경우 10%로 자본조달을 해도 미매각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때문에 실제로 더 높은 금리로 옮겨가기 위한 철회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저축보험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단순 매출경쟁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며 “보험사끼리만 비교하다 보니 엄청 고금리 같지만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의 경우 이미 6%를 넘어섰기 때문에, 큰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축보험 금리를 먼저 올린 회사들의 경우 이미 청약철회를 많이 겪고 있을 것”이라며 “가입 한 달 이내인 경우 청약철회를 해도 별다른 패널티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높은 금리의 저축보험으로 옮겨 타는 게 이득이긴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