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볼 때 이번 위기는 말 그대로 불가항력이었습니다. 사전에 아무리 대비했어도 관리가 어려울 위기였지요. 그나마 사후 위기관리를 열심히 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컨설턴트께서는 왜 이번 위기를 불가항력적이라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라고 하시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관리 주체는 좀 더 나은 위기관리를 위해 위기관리 목적의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것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지요. 이러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위기관리 주체가 전달하는 'OOO때문에 위기관리가 어려웠다'는 불가항력적 메시지는 다음 같은 문제가 있어 보다 심각하게 경계해야 합니다.

첫째, 위기관리 주체가 위기 발생 원인을 타자에게 전가하는 느낌을 주어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문제 핵심은 '전가 (轉嫁)'입니다. 그 위기 원인으로 '전가'하는 대상이 자연이나 무생물이면 모르는데, 대부분 위기 시 '전가' 대상은 이해관계자, 공중, 피해자라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칫 끓는 기름에 물을 붓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기지요.

둘째, 사전에 위기관리 주체가 해당 위기를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했다는 실토라서 문제가 됩니다. 공중이 해당 메시지를 듣고 위기관리 주체의 사전 위기 대비 역량에 대한 불필요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일부 공중은 왜 그런 당연한 예상도 하지 못했는가 질문하게 됩니다.

셋째, 위기관리 주체가 사전 위기 대비보다는 사후 데미지 컨트롤에만 의미를 둔다는 느낌을 주어 문제입니다. 사후 데미지 컨트롤은 아무리 준비해도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그것 만을 두고 불가항력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요. 사고로 죽거나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 보다 사람을 사전에 죽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넷째, 위기관리 주체의 위기관리 의지를 의심하게 해서 문제가 됩니다. 해당 메시지를 들은 공중은 위기관리 주체가 위기관리에 실패하니 사후 불가항력 핑계를 댄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 불필요한 '때문에' 메시지를 통해 위기관리 주체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전혀 없습니다.

'때문에' 메시지 보다 '불구하고' 메시지가 좀더 나은 전략적 선택입니다. '불구하고' 메시지를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는 위기관리 주체가 위기의 원인을 전가하지 않고 (리더십을 가지고), 실행했던 사전 대비 활동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또한 그에 기반한 사후 관리 활동을 설명하고, 위기관리 주체의 강력한 위기관리 의지까지 표현한 뒤에 해당 메시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여기에서 위기관리 의지는 흔히 보여지는 사후 데미지 컨트롤 의지가 아닙니다. 데미지 컨트롤은 그냥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니까요.

이 모든 전제를 강조해야 ‘그러했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 후 여론이 스스로 '아...이번 위기는 진짜 불가항력이었구나'하는 공통된 평가를 내리는 것이지요. 위기관리 주체 스스로 불가항력을 선제적으로 이야기하면 기본적으로 순서와 주체가 틀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