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복판에서 있을 수 없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이태원에서 29일 밤 할로윈 축제가 벌어진 가운데 30일 오전 집계 기준 15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초유의 압사 사고가 벌어졌다.

정부가 신속대응에 나선 가운데 이번 참사를 더욱 씁쓸하게 만드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이태원 할로윈 축제날에 나타난 현실의 빌런들이다.

먼저 실종된 시민질서의식이다. 주요 SNS 등에 공개된 29일 밤 당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좁은 골목에 몰린 사람들 중 일부는 이기주의적 행태로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앞의 사람들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뒷 편의 사람들은 무작정 밀어붙이기만 했다.

좁은 골목에 몰린 사람들. 출처=유튜브 갈무리
좁은 골목에 몰린 사람들. 출처=유튜브 갈무리

"앞에 사람이 쓰러졌어요"라고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었다. 할로윈의 광기에 취한 일부 사람들은 거리에서 다른 이들을 괴롭혔고, 말 그대로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자신이 피해를 보는 것은 참지 못하지만 남에게는 당당히 피해를 입히는 이기주의의 극치였다. 자신만 즐거우면 그만이고, 다른 이들의 고통은 생각하지도 않는 최악의 빌런들이 이태원 할로윈 참극의 진짜 빌런이었다.

또 현장의 일부 상인들은 거리에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가게 기물 파손 우려를 이유로 최소한의 구호행위도 하지 않았다. 물론 대다수 상인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 노력했으나 일부 상인들의 몰상식한 행태로 빛이 바랬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번 행사는 민간 주도 행사라 콘트롤 타워가 없었으며, 행사 상황을 미리 예견하기에는 무리였다. 다만 시민의식이 아쉬웠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구조 현장. 출처=유튜브 갈무리
구조 현장. 출처=유튜브 갈무리

두 번째는 구조대 접근이 어려운 현장 사정이다. 실제로 최초 신고가 접수된 후 구조대가 신속하게 투입됐으나 길이 좁은데다 차량들이 무분별하게 주차되어 있어 실제 구조 활동을 벌이기 어려웠다. 특히 취객들이 많아 구조대가 빠르게 움직이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증언들이 올라오고 있다. 

몇 년전부터 이태원 할로윈 축제가 벌어질 때마다 지목된 문제다.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인면수심의 행태다. 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구급대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필사적으로 CPR을 통해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다른 한 켠에서는 기묘한 축제가 벌어졌다. 구급차 불빛이 어지럽게 비추는 것을 클럽의 사이킥으로 착각한 듯한 이들이 떼창을 부르며 춤을 췄기 때문이다. 

구조 현장에서 떼창을 부르는 사람들. 출처=유튜브 갈무리
구조 현장에서 떼창을 부르는 사람들. 출처=유튜브 갈무리

수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생과사의 간극을 오갈 때도 여전히 인근 클럽과 가게에서는 흥겨운 노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옆에서 많은 이들이 구급차의 불빛에 몸을 맡긴체 떼창을 하며 춤을 추는 순간 진짜 지옥이 열렸다. 말 그대로 핼로윈의 미친 축제다. 빌런들이 추악스러운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했다.

네 번째는 사상자 조롱이다. 151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사라졌음에도 "서양 귀신축제날 뭐 얻어 먹을라고 거기까지 가서 죽었나?"등의 조롱이 난무한다. 심지어 "죽을 만 했다" "언제부터 핼로윈 챙겼나? 자업자득이다"라는, 최소한의 인간성을 상실한 말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모두 소중한 삶이고 인생이었다. 빌런들의 시대다.

구조 현장. 출처=유튜브 갈무리
구조 현장. 출처=유튜브 갈무리

마지막으로는 초유의 참사를 정치적 공방의 매개로 삼는 이들이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SNS를 통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청와대 이전 때문이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그 논리 자체도 헛점이 많다. 여기에 초유의 사고로 온 국민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지금은 사고의 수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쉽다는 평가다.

남 부원장의 SNS글은 곧 삭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