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앞에 놓인 미래는 녹록하지 않다. 반도체 시장의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사정도 불확실성의 연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속 강력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와 만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와 만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반도체 한파 몰아친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재용 회장 승진을 의결하던 지난 27일 공개된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다소 충격적이다. 연결 기준으로 매출 76조7800억원, 영업이익 10조8500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 기준으로는 3개 분기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했으나 영업이익은 다소 주춤했다.

선방했다는 평가는 나온다. 다만 반도체 사업의 DS(Device Solutions) 부문은 3분기 매출 23조200억원,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을 기록하며 기세가 크게 약해졌다. 전년 대비 약 30%나 하락했다. 파운드리는 고무적인 흐름을 보여줬으나 아직 판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그 결과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의 자리는 TSMC에 돌아갔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SDC 실적 개선세를 유지하는 한편 핵심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고객사 재고 조율에 따른 직격탄은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데이터센터 증설 재개 등으로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 개선이 전망되고 있으나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한 방이 없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뚜렷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용 회장이 사내게시판을 통해 밝힌 "세상에 없던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그 기저에는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하는 삼성전자의 현재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AI 및 데이터 측면의 '플러스 알파'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이 글로벌 경영을 통해 강력한 AI 및 데이터 인프라 전략을 가동하고 있으나 아직은 2%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이재용 회장이 디지털프라자를 방문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디지털프라자를 방문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미중 패권전쟁이 심해지며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7일(현지시간) 중국 반도체 기업인 YMTC 등 31개 기업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며 중국 반도체 굴기를 꺾으려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애플의 아이폰 낸드플래시 제공사로 YMTC와 창신메모리가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이들의 '약진'을 꺾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한국도 비상이다. 이번 조치가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겨냥함에 따라 해당 시장에 큰 존재감을 가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파급효과가 제한적이고, 역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가 멈추며 한국 반도체 인프라가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은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평가다. 미국이 중국에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정책 적용을 유예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평가다.

앞으로 미중 패권전쟁이 심해질수록 한국 경제, 나아가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외적 불확실성은 극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삼성을 지켜보는 시선
사법 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으나 지난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아 재수감된 바 있다. 지난해 8월 가석방을 받고 올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이 되면서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졌으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는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 시대에도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한편 이 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타파하고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이 정도로 삼성전자로 쏠리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회장은 이를 의식해 "인류를 위한 삼성전자"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면서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삼성전자의 진심이 대중들의 완전한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재용 부회장이 파나마 법인을 방문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파나마 법인을 방문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강력한 리더십이 관건
이재용 회장 시대가 마냥 매끄럽게 펼쳐질 가능성은 낮다. 대내외적인 위기감이 커지는데다 주요 산업 영역에서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승진은 본인의 선택 여부와 달리 일종의 의무였다"면서 "시스템의 삼성전자가 메우지 못하는 공백을 이재용 회장 리더십으로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 핵심에 바로 선명하고 입체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인수합병 카드가 나올 가능성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이에 앞서 1월 개최된 CES 2022의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인수합병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으며, 곧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 회장이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행히 내부 분위기는 좋다. 삼성전자 기술파트서 일하는 직원은 "삼성전자의 큰 그림을 그리는 콘트롤 타워가 명확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많았다"면서 "이재용 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직원들에 대한 지지, 소탈함, 그리고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이 유감없이 발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