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22일 열린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 폐막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당 중앙위원회 위원 205명이 선출된 가운데 장쩌민 전 주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후진타오 전 주석은 행사 도중 급히 자리를 뜨기도 했다.

초유의 3연임에 성큼 다가선 시 주식의 대관식이 열리던 현장에서 철저하게 조연으로 밀린 장 전 주석과 후 전 주석은 집권 당시 '중국의 개혁 개방'을 이끌었던 상징적인 인물들로 평가된다. 실제로 장 전 주석은 2011년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북한도 개혁 개방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인물이었고 후 전 주석은 2006년 소위 사상논쟁의 충돌 속에서도 "개혁 개방에 토를 달지 말아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개혁과 개방이 유일한 활로라고 믿었던 두 원로의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그 뒤에는 미중 패권전쟁의 중앙으로 뛰어들어 '자력갱생'을 외치는 시진핑 주석이 섰기 때문이다. 그 너머에서 시 주석은 강력해진 중국의 힘을 믿으며 개혁과 개방보다는 대결의 제단으로 돌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연합뉴스

시 주석 3연임 확정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다.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 회의(1중 전회)가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당 총서기로 재선출됐다. 시 주석이 2012년, 2017년에 이어 3번째로 당 총서기로 선출되며 장기집권이 본격화됐다.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를 비롯해 리시 광둥성 당서기,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등 시 주석의 최측근들이 3기 최고지도부에 합류했다. 후춘화 부총리,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는 최고지도부 진입에서 탈락했으며 리커창 총리는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앞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 폐막 행사에서 차기(20기, 2022~2027년) 당 중앙위원회 위원 205명이 선출된 가운데 시진핑 주석이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현 최고지도부 상무위원회 구성원 7명 중 시 주석과 함께 중앙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등 총 3명이었다.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4명은 리커창 총리와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한정 상무부총리였다. 그 연장선에서 결국 시 주석의 대관식이 23일 마무리됐다.

시황제의 대관식이 열린 가운데 공청단 계열의 리커창 총리가 물러나는 등 중국 최고 지도부의 위용은 완전히 시 주석의 색으로 가득찼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차기 총리로 유력하던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지도부에서 탈락하며 그 자리에 시 주석 최측근인 리창 당서기가 임명된 것은, 리 총리 시절과 달리 지도부 전체가 시 주석의 더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놓여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청단 계열인 리 총리가 시 주석을 견제할 수 있는 중량감을 가진 반면 리창 당서기는 10년 간 시 주석의 비서실장으로 일한 사실상의 '수족'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칠상팔하' 원칙이 깨진 것도 관전 포인트다. 69세의 시 주석은 물론 72세 장유사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69세 왕이 외교부장이 최고지도부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 주석의 후계자로 보이는 인물도 최고지도부에 없다는 점에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벌써부터 시 주석의 4연임을 점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 출처=연합뉴스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 출처=연합뉴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시 주석이 초유의 3연임에 성공, 사실상 일인 권력체계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3기 최고지도부의 앞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평가다.

팬데믹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된 지점이 뼈 아프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친 결과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크게 약화됐으며, 여기에 알리바바 등 자국 ICT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기율잡기'로 전반적인 성장 동력이 약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샤오캉 시대를 약속하며 3연임으로 질주한 시 주석 입장에서는 중요한 변수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3분기 경제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 발표를 전격적으로 미룬 것도 중국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이는 시 주석의 강력한 리더십에 큰 위협이 될 소지가 있다.

여기에 급변하는 국제정세도 변수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터. 출처=갈무리
우크라이나 전쟁터. 출처=갈무리

어지러운 국제정세

시 주석의 대관식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국제사회는 또 한 번의 격랑에 휘말릴 전망이다.

현재 미국 등 서방의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쉬운 싸움은 아니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크게 밀리고 있지만 미사일에 이어 이란산 자폭 드론으로 전황을 뒤흔들고 있고, 설상가상 에너지 전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당장 유럽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돌입했으나 내부 사정이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다. 2020년 기준 유럽연합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20%를 넘기는 가운데 에너지 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이에 착안해 노드스트림 밸브를 볼모로 잡고 유럽을 압박하는 중이다. 

독일의 경우 올해 말 전면 중단하기로 했던 이자르2, 네카베스트하임2, 엠스란트 등 원전 3곳의 연장 운영을 발표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에너지부 장관 시절부터 드라이브를 걸었던 탈원전 정책을 중단한 셈이다.  

미국도 비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북동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뉴잉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 부족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봤다. 지금까지는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통해 난방 수요를 관리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러시아가 포함된 OPEC+가 공격적인 감산을 선언한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재앙의 연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한편 달러패권과 석유패권도 충돌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휘청이고 있으며 경제 블록화 현상마저 가속화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폭풍전야 대만, 군비증강 일본과 호주

국제정세가 불확실성의 안개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시 주석의 3연임은 미중 패권전쟁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 주석의 중국부터 심상치않다. 강력한 대국굴기를 바탕으로 미국 등 서방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강력한 무력시위로 판을 흔들었던 상태에서 아예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당장 시 주석은 지난 7월 대만의 독립 도모를 "단호히 분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낸 후 중국 군용기 150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직후인 지난 9일 신해혁명 기념식은 물론, 16일 당 대회 개막식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 약속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전국대표대회는 20차 당 대회 폐막일인 22일 대만 독립에 대한 단호한 반대 및 억제 의지를 담은 중국 공산당 '헌법'인 당장(黨章·당헌)에 처음으로 명기했다.   

아시아-태평양 전체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우선 시 주석의 메시지에 가장 큰 위협을 느끼고 있는 대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전쟁이라는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최강자인 대만 TSMC에 눈독을 들이며 전격적인 침공에 돌입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의 방위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닛케이는 22일 "미국과 대만이 무기 공동 생산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본도 군비증강에 돌입했다.

일본은 지난해 군비 541억 달러를 썼다. 전년 대비 7.3% 증가한 수치다. 이런 가운데 최근 5년뒤 방위비를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방위비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실제로 마이니치신문은 8일 일본 정부가 2023회계연도부터 5년 동안의 방위비 총액을 43조에서 최대 45조엔(441조원) 규모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7회계연도 방위비가 10조엔을 초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2배다. GDP 대비 2%의 비율로 맞추겠다는 각오며, 중국을 견제한 군비증강이라는 것이 마이니치신문의 주장이다. 여기에 북한, 대만 등의 민감한 이슈도 군비증강의 변수라는 평가다.

여세를 몰아 호주와도 손을 잡았다. 호주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호주 서부 퍼스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안전보장 협력에 관한 신(新) 일본·호주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중국을 염두에 둔 사실상의 군사동맹이다. 이미 중국 견제를 전제로 하는 오커스와 쿼드가 가동되고 있으나 양국은 별도의 군사동맹을 통해 추가적안 안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은 꾸준히 중국을 견제하는 중이다. 당장 7일(현지시간) 중국 반도체 기업인 YMTC 등 31개 기업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중국 반도체 굴기를 꺾으려 시도한 바 있다.

심지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2일(현지시간)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며 러시아는 즉각적인 위협이지만 중국은 "경제·외교·군사·기술적 힘을 모두 갖춘 유일한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당장의 위협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극복해야 할 대등한 수준의 힘을 가진 경쟁자로 본 셈이다. 투자·제휴·경쟁이라는 3대 대중 전략 전략을 통해 향후 10년간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두 슈퍼파워의 경제는 오랫동안 패권전쟁을 거치며 어느정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보이는 중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7일 발표한 '미-중 무역전쟁 4년 경과 및 전망-양국 무역비중 및 탈동조화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무역의 경우 중국의 비중은 2017년 16.6%로 정점에 도달한 후 지속 감소해 올 상반기에 13.5%에 그쳤다. 중국 무역 중 미국 비중도 같은 기간 14.3%에서 12.5%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연장선에서 두 슈퍼파워의 힘 겨루기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출처=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출처=연합뉴스

미중 패권전쟁의 향방은

시 주석의 3연임은 결국 새로운 전쟁의 확장판이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한 중국이 미국 등 서방과 맞서며 격렬한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 연장선에서 주변국들은 일종의 전선 재편을 노리며 자국의 정치적 실익을 챙기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블록화 현상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 끝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의 승리 가능성보다는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일대오의 폐쇄적 강대국의 끝은 다극화를 전제로 하는 21세기의 세계를 품을 수 없다는 절대적 진리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 브렛 스티븐스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고마워요, 시진핑'(Thank You, Xi Jinping)이라는 칼럼을 기고하며 "중국이 (개혁 개방을 할 당시에는)세계 경제와 문화를 주도했던 고대의 영광을 되살릴 것으로 생각되었다"면서 "지금은 아니다. 신장(新彊) 위구르 주민들에 대한 탄압은 구(舊)소련 시절 강제수용소에 비교할만하고, 시 주석이 내세우는 경제 개혁은 사실상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체제로의 퇴행이나 마찬가지라며 미국 경제가 중국 경제에 추월당할 위험이 사라졌다"고 비꼬았다.

물론 제3의 길도 있다. 대결이 아닌 타협의 시나리오다. 11월 열리는 G20 회의를 통해 러시아는 물론 중국이 미국 등 서방과 극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G20을 통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기 때문에 이 역시도 무난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