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브랜드(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주요 차종에 탑재된 카카오아이 음성인식 기능이 15일 카카오 서버 화재 사고로 인해 한 때 마비됐다.

음성으로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이뤄지지 않아 운전자들의 불편이 컸다.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만약 카카오가 음성인식 기능 마비 방지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카카오에 의존한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향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을 보내고 있다.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사태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내세울 수 있는 최적의 대안 중 하나는 바로 ‘이디스(EDITH)’ 시스템이다. 

니로 플러스 택시용 모델에 장착된 올인원 디스플레이. 이 디스플레이에는 현대차그룹 자체 개발 음성인식 시스템 '이디스'가 있다. 출처= 기아
니로 플러스 택시용 모델에 장착된 올인원 디스플레이. 이 디스플레이에는 현대차그룹 자체 개발 음성인식 시스템 '이디스'가 있다. 출처= 기아

이디스는 마블(Marvel)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사용했던 음성인식용 안경에서 착안했다.

이디스는 현대차그룹 AI 전담 조직인 ‘AIRS 컴퍼니’에서 제작한 음성인식 시스템이다. 카카오나 T맵 등 다른 업체 개입 없이 자체적인 기술로 구현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 설명이다. 

이디스는 18일 현재까지 기아에서 출시한 첫 목적기반형 차량(PBV) 니로 플러스에만 적용됐다. 특히 택시 모델에만 선택할 수 있는 ‘올인원 디스플레이’ 사양 적용시 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디스에 대해 “길찾기, 전기차 관련 문의에 대한 답변 등을 제공한다”라며 “내비게이션과 연계해 음성으로 길 안내 요청 시 목적지 도착 후 예상 배터리 잔량을 알려주며 예상 배터리 잔량이 부족할 경우 충전소를 경유하는 경로를 운전자에게 먼저 제안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 올 때 전기차 충전이나 휴대용 충전기 사용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아직까지 이디스의 구현 가능 범위는 카카오아이보다 좁다. 카카오아이의 경우 음성명령으로 차량의 창문을 열거나 에어컨 온도 조절 등 차량 제어 기능을 품었지만, 이디스는 차량 제어 기능이 아예 빠졌다. 

기아가 첫 PBV 모델 니로 플러스. 출처= 기아
기아가 첫 PBV 모델 니로 플러스. 출처= 기아

현대차그룹은 테크 블로그를 통해 “보다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술 구현을 위해 자연어 이해(NLU: 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시스템 등 인공지능 대화 시스템을 추가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량 제어 기능 추가 등의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이디스의 차량 제어 기능 추가가 불가능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카카오아이 음성인식 시스템을 병행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카카오와 음성인식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등 여러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맺었기 때문에, 카카오아이 음성인식 시스템을 쉽게 버릴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SDV 전략 강화를 위해 총 1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12일 밝힌 상태다. 또 2025년부터 전 세계에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적용시키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OTA를 통해 음성인식 콘텐츠를 강화하거나, 관련 그래픽을 투입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했다. 2025년부터 OTA가 모든 차량에 활성화되면 음성인식에 대한 현대차그룹 전략 변화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