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14일 월 5500원 수준의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를 한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멕시코, 브라질 등 12개국에서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요금제는 변경 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기존 베이식 요금제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간당 평균 4분의 광고가 붙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초 또는 30초 길이 광고는 콘텐츠 재생 시작 전과 도중에 노출된다. 다만 일부 콘텐츠는 상영이 불가능하며 저장하기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영상 최고 해상도는 720p(HD)다. 480p의 해상도가 적용됐던 기존 베이식 요금제도 동일하게 해상도가 올라간다. 

광고 노출은 유연하다. 국가와 장르별로 다양한 맞춤 기능을 제공하며 광고주는 자사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 콘텐츠에 광고가 표시되지 않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이번 멤버십으로 모든 팬들을 위한 요금제를 갖추게 되었다고 믿는다"면서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개선을 이뤄 나가며 더 많은 회원분들께 이 반가운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휘청였던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팬데믹 기간 온택트 트렌드에 맞춰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둔 바 있다. 온택트 트렌드가 강화되며 OTT 넷플릭스의 존재감은 더욱 강력해졌다.

문제는 팬데믹 종료와 함께 시작됐다. 셧다운이 풀리고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넷플릭스의 기초체력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전체 구독자가 97만명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며 주춤거리는 중이다. 시장의 예상치인 200만명 감소 전망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기초체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앞서 1분기에는 유료 구독자가 20만명이나 줄어드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강력한 경쟁자들의 부상도 타격이다. 애플, 디즈니 등 경쟁자의 등장으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북미를 중심으로 가입자 상승세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OTT 후발주자인 월트디즈니가 구독수(구독자 아님) 기준 넷플릭스를 추월하는 일도 벌어졌다. 실제로 월트디즈니는 8월 10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자사가 운영 중인 스트리밍 플랫폼의 분기말 기준 총 구독수가 2억2110만명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넷플릭스의 최근 구독자 집계인 2억2070만명을 상회했다.

월트디즈니의 스트리밍 플랫폼 구독자 수 집계에는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 ESPN플러스 등이 모두 더해졌고 구독자가 아닌 구독수 기준이라 아직은 넷플릭스 비교우위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디즈니의 OTT 전략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자체 콘텐츠 제작과 더불어 북미를 중심으로 넷플릭스를 맹추격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팬데믹 기간에도 불거진 바 있으나 당시에는 온택트 트렌드를 탄 넷플릭스의 진격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온택트 마법이 사라진 상태에서 기초체력이 낮아졌고, 여기에 경쟁자들의 급부상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및 강달러 현상과 같은 대외적인 요인들도 넷플릭스의 발목을 잡았으며 K-콘텐츠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오징어게임> 이후 메가 히트작이 없다는 것도 초조함을 더해 갔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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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드라이브
지금까지 글로벌 IC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혁신 그 자체였다. 기술과 콘텐츠를 오가며 구독경제의 바람을 일으켰고 스트리밍에 중심을 둔 플랫폼 전략으로 수 많은 추종자들을 양성했다. 가입자들은 광고가 없는 넷플릭스에 환호했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을 포함한 양질의 콘텐츠로 보답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팬데믹이 종료되는 한편 경쟁자들의 비상이 강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기업에서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판을 흔들 필요가 생겼다.

넷플릭스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 돌파구로 찾은 것이 바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지한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대신 광고를 보도록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언급한 후 단 6개월만의 결과물이다.

주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일단 디즈니 플러스 등이 이미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상태고, 심지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도 중간광고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제 미디어 콘텐츠와 광고의 결합이 낯설지 않다. 

그 연장선에서 넷플릭스는 기존 광고없는 멤버십을 유지한 상태에서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소프트랜딩을 노리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일반 유튜브 비즈니스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플러스 알파' 전략은 수익성 제고와 시청자들의 불만을 조절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다.

관건은 정교함이다. 

일단 넷플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광고 전략을 가동하면서 시청자와 광고주 모두를 만족시키는 맞춤형 전략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옳은 방향이다. 다만 이 대목에서 기계적인 광고 공개가 벌어지거나 혹은 선정성 등의 부적절한 문제가 터진다면 넷플릭스의 진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가 야심차게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으나 이용자 수는 1%에 불과했던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할 만한 게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강력한 IP를 가지고 있어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교한 광고 노출 설계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콘텐츠의 '질'을 유지하려는 의지도 중요하다.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가 기존 멤버십의 보완재로 활동하며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게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 변화의 이후에도 넷플릭스의 콘텐츠 질이 유지되어야 무이미한 논란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이번 요금제 발표와 더불어 기존 베이식은 물론 새로운 요금제의 해상도를 올린 지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 트위치가 망 이용료 부담 등을 이유로 해상도를 낮춘 가운데,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가 새로운 요금제는 물론 기존 요금제 해상도를 두 배 올린 것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