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적용한다. 이를 통해 ‘SW 중심의 자동차(SDV)’로 대전환해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의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12일 그룹 유튜브 채널을 통해 SW 중심 모빌리티의 기술과 비전 등을 발표하는 ‘SW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Unlock the Software Age)’ 행사를 가졌다.

기능·성능 골라 탑재하는 구독서비스 내년 출시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내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 OTA를 탑재한다. 

OTA를 갖춘 차량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법규에 맞춰 성능을 개선하거나 다양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신 상태로 항상 유지할 수 있는 차량의 잔존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OTA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성능을 선택할 수 있는 구독형(FoD) 서비스를 내년 일부 차종의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OTA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SDV 전환 계획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차세대 공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Domain Centralized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기존 차량에 분산 장착됐던 제어기들을 통합할 방침이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차량 양산 과정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이고 기술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 주행거리 1.5배 늘린다

현대차그룹이 앞서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던 전기차 전용 신규 플랫폼 2종도 SDV 전환 전략의 한 요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eM’과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eS’ 등 두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eM은 모든 전기 승용차 차급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현재의 전기차 대비 50% 이상 늘어난다. 이와 함께 또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고 무선 업데이트를 기본화하는 기반으로 쓰일 예정이다. eS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배달, 배송, 차량호출 등 기업 고객 모빌리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를 바탕으로 eM과 eS를 개발할 예정이다. IMA는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모듈화한 개발 체계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개별 전기차 모델마다 별도 사양이 반영되는 배터리와 모터 등 장치들을 IMA 아래 표준화해 차급별로 유연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차량 라인업을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제어기, 4개 기능영역으로 분류 탑재…개발 효율↑

현대차그룹은 차량 기능을 더욱 체계적·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자동차 제어기를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고객에게 각종 전자장치별 기능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차량 제어기를 4가지 기능별 영역으로 각각 통합시킨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를 개발하는 중이다.

향후 이를 차량에 적용할 경우 제어기와 연동한 소프트웨어(SW) 시스템을 더욱 손쉽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통합된 제어기는 국가별로 다른 전략 차종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OTA 기능을 더욱 발전시키는데 활용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두 분야별 기능에 대한 통합 제어기를 양산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전자·편의(Comfort), 주행성능(Driving) 등 나머지 두 분야별 제어기도 통합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통합 제어기에 최적화한 고사양의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ccOS)를 지속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ccOS는 모든 제어기에 적용할 수 있는 SW 플랫폼이다. 고도화한 컴퓨팅 파워를 통해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 수준으로 끌어낼 수 있는 특징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의 유력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와 협업해 고성능 정보처리 반도체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드웨어를 ccOS에 탑재했다. 커넥티드 카가 생성하는 대량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처리하기 위한 결단이다.

현대차그룹은 “컴퓨팅 파워가 고도화하면 통신 처리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며 “이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용, OTA 실시 등 상황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레벨3 수준의 원격자율주차 기술 도입한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통합 제어기와 SW 플랫폼 등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여러 센서가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분석·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ccOS로 확보할 수 있다.

장웅준 현대차그룹 자율주행사업부장(전무)은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말 2세대 통합 제어기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레벨 3 기술인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시스템을 공개한다”며 “아울러 자율주행 레벨 3 수준의 원격 자율주차(RPP) 기능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를 기반으로 3세대 통합 제어기를 선행 개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양산 적용 중인 2세대 제어기보다 더욱 향상된 성능을 갖춘 CPU를 탑재하고 통합 수준을 높인 특징을 갖출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연산 작업을 더욱 빠르게 수행하고 차량 기능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3세대 통합 제어기는 방열·소음 개선, 비용 효율화 등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레벨 3 기술을 더욱 많이 양산하고 자율주행 레벨 4·5 등 수준의 기술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데이터 플랫폼 구축 중…신규 서비스 개발목적

현대차그룹은 설계, 생산, 판매, 운행, 중고 거래 등 차량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생성되는 데이터를 서로 결합·가공하는데 쓰이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수천만 대의 커넥티드 카가 생성하는 교통신호, 사물 정보, 지도 정보 등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해당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한 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가치 있는 정보를 확보하고 서비스를 구축할 방침이다.

향후 현대차그룹은 SW 서비스를 개방해 외부 사업자도 차량 서비스 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물류, 숙박 등 이종 산업의 사업자들과 제휴할 계획이다.

진은숙 현대차그룹 ICT혁신본부장(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데이터 플랫폼은 단순히 자동차의 주행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의 모든 라이프 사이클과 연결하는 것”이라며 “이는 고객에게 편리하고 다양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SW센터 설립…모빌리티 SW 솔루션 개발

현대차그룹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글로벌 SW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글로벌 SW센터는 미래 모빌리티, 물류(로지스틱스) 등 시장에 현대차그룹이 본격 진출할 수 있도록 SW 중심의 모빌리티용 디바이스·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자체 개발한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현재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고객들에게 익숙해진 모바일 생태계와 연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SW 개발 키트(SDK)를 공개해 다양한 앱들을 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도 조성할 방침이다.

글로벌 SW센터는 장기적으로 방대한 모빌리티 데이터와 AI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 의도를 파악하고 명령의 맥락을 이해하는 SW 중심 모빌리티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이 굳이 복잡한 기술과 사용법을 습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총체적 사용자 경험(Holistic User Experience)’을 제공할 계획이다.

나아가 모빌리티 디바이스들이 하나의 도시 운영체계 아래에서 서로 연결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 예정이다. 하나의 계정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AAM, PBV, 로보택시, 로봇 등 현대차그룹 신규 디바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TaaS본부장(사장)은 “미래에는 SW 중심의 차량이 보편화한다”며 “이동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수단이 바뀔 것이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가 등장해 이동 산업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기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위해 투자

현대차그룹은 SW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를 개발하는데 속도를 내고 정보기술(IT) 기반 모빌리티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인력과 조직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SW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30년까지 현대차·기아 양사가 18조원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신사업 분야에 관련된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이나 연구기관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등 과정에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SW 인력을 대대적으로 채용하고 SW 개발 조직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사적으로 SW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IT 기반 조직문화를 조성할 방침이다.

차량 개발·제조단가 절감…구독 등 서비스 매출 확대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SDV 개발 체제를 가속화하면서 신규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기업의 수익 구조가 크게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SDV를 개발하기 위해 공용화한 하드웨어·SW 플랫폼을 차량에 적용함에 따라 기획, 설계, 제조 등 일련의 양산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플랫폼을 공용화할 경우 차급과 관계없이 부품을 공유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차량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제조원가를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을 판매한 이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SW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서비스 판매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뿐 아니라 글로벌 SW센터를 설립함에 따라 신사업에 진출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글로벌 SW 센터를 앞세워 다양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할 경우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제품 상품성 강화, 신사업 발굴 등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박정국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 위에 우리만의 최적화된 전용 SW 기술을 더하고 적용 영역을 확대해 보다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현대차그룹과 함께하는 고객들은 보다 풍요로운 삶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