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방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 군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이 크름대교 폭발 사고가 벌어지는 한편 키이우 곳곳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졌다.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 군대가 수세에 몰린 가운데 미사일 등을 통한 전선 외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입주한 키이우의 건물이 러시아 미사일 피해를 입었다. 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입주한 키이우의 건물이 러시아 미사일 피해를 입었다. 출처=연합뉴스

미사일 떨어져..."시내 중심부 타격"
로이터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10일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졌다. 수도 중심부의 셰브첸스키 지구 등 다수 지역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이 떨어진 시간대가 출근시간인 오전이라 피해가 더 컸다는 설명이다.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입주한 건물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한국인 주재원 등은 인근 국가로 긴급히 피신하고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이 떨어진 곳은 키이우 외에도 서부 드비우를 비롯해 중남부 드니프로 등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국경을 면한 동부에 집중된 관계로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번 미사일 공격으로 전황은 다시 한 번 출렁이게 될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공습경보가 끊이지 않으며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와 시민을 노리고 있으나 정부는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름반도에 폭발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크름반도에 폭발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전쟁의 막바지? 파국?
러시아의 이번 미사일 공격은 이틀 전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에서 벌어진 폭발과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크름대교에서 폭발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러시아는 이를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단정한 후 강력한 보복을 선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크름대교 폭발을 두고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안보회의 부의장이 강경 대응을 선언한 후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진 셈이다.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동부 일부 점령지역을 정식으로 자국 영토에 합병시킨다고 선언했으나, 전쟁의 큰 흐름은 러시아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키이우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결국 '공세 극대화'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전선에서 다소 밀리는 상황에서 미사일을 통한 공격을 의존할수록 민간인 피해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가 크다. 나아가 러시아가 동부 전선의 전황을 단기간에 뒤엎을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격을 시도한다면 전술핵 운용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여지도 있다.

다만 러시아가 전선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사일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러시아가 이제 '공세 종말점(공격의 끝)'에 이르렀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름반도 탈환을 이번 전쟁의 최종 목표로 정한 상태에서 당분간 미사일 등을 통해 전쟁의 향방을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 시계제로

11월 중간선거를 앞 둔 미국은 최근 중국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압박을 크게 키우고 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7일(현지시간) 중국 반도체 기업인 YMTC 등 31개 기업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중국 기업이 '민감한 기술수출을 책임있게 다를 수 있을지 신뢰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다. 앞으로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 등은 중국 반도체 기업에 제공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는 한편, 미국의 기술이 중국 반도체 회사를 통해 중국 정부에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중국의 군사 프로그램 강화를 막으려는 의도도 깔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는 순간 첨단 군사 프로그램 진행도 더디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도 크게 출렁이며 당분간 국제정세는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그 연장선에서 글로벌 공급망 및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