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기업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패권전쟁의 시대다.

바이든 미 대통령. 출처=갈무리
바이든 미 대통령. 출처=갈무리

노골적인 견제구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7일(현지시간) 중국 반도체 기업인 YMTC 등 31개 기업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중국 기업이 '민감한 기술수출을 책임있게 다를 수 있을지 신뢰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다.

앞으로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 등은 중국 반도체 기업에 제공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는 한편, 미국의 기술이 중국 반도체 회사를 통해 중국 정부에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중국의 군사 프로그램 강화를 막으려는 의도도 깔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는 순간 첨단 군사 프로그램 진행도 더디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애플의 아이폰 낸드플래시 제공사로 YMTC와 창신메모리가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이들의 '약진'을 꺾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가뜩이나 업황 악화에 시달리는 반도체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된 중국 기업은 물론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타격이 큰 전망이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반도체 주가들이 추풍낙엽으로 떨어진 이유다.

한국도 비상이다. 이번 조치가 중국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겨냥함에 따라 해당 시장에 큰 존재감을 가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파급효과가 제한적이고, 역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가 멈추며 한국 반도체 인프라가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은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평가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앞으로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건별로 별도 심사를 거쳐 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가운데 미 정부가 당장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미중 갈등이 심해질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공포가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갈무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갈무리

중국의 반응은
두 슈퍼파워의 경제는 오랫동안 패권전쟁을 거치며 어느정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보이는 중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7일 발표한 '미-중 무역전쟁 4년 경과 및 전망-양국 무역비중 및 탈동조화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무역의 경우 중국의 비중은 2017년 16.6%로 정점에 도달한 후 지속 감소해 올 상반기에 13.5%에 그쳤다. 중국 무역 중 미국 비중도 같은 기간 14.3%에서 12.5%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탈동조화가 심해졌고, 그와 비례해 전쟁은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 정부가 이번 발표를 통해 시스템에 이어 중국 메모리 반도체도 압박하면서 당분간 치열한 패권전쟁이 더 이어질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회원국 간의 독자적 지불 및 결제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자고 제안하는 등 패권전쟁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시 주석의 대관식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시 주석의 역사적인 3연임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은 미국의 압박을 외부의 견제로 인식, 내부결속의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패권전쟁의 전선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전쟁은 물론, 러시아와의 대립과 더불어 중동과의 석유 패권전쟁도 벌이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축인 산유국 연합체 OPEC플러스(OPEC+)가 5일(현지시간) 2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감산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도 미국의 달러와 중동 및 러시아의 석유권력이 충돌한 것이라는인식이 강하다.

중간수출국인 한국의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킹달러' 후폭풍으로 외환보유액이 빠져나가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이 겹쳐지면 물가 상승이 가팔라지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완성될 수 있다. 킹달러 영향으로 국내 자본 유출이 심각해지고 기업 재무 구조가 나빠질 수 있으며,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의 마중물이 되어 한국경제를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중국 메모리 반도체 압박까지 겹치며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최근의 사례를 돌아보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노골적인 자국 중심주의 정책을 볼 때 최악의 상황이 오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