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업황 둔화로 조정을 지속했던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반등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하락 싸이클이 정점에 가까워지며 주가가 먼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유입되면서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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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4거래일(9월30일~10월6일) 동안 8%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10% 이상 올랐다.

올해 내내 하락세를 지속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9월 30일까지 연초 대비 30%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35% 이상 밀렸었다.

이날도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중 한때 하락했지만 이후 이를 대부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도 상승 마감했다.  

최근 반도체 기업을 보는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발표에 수요 둔화 영향이 상쇄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50% 축소하고 연말과 연초 공장 가동률을 5%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키옥시아 역시 이달부터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30%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매수 리포트도 반도체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8월 ‘메모리(반도체),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를 경고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자극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국과 대만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하고, SK하이닉스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재고 조정 사이클의 문제로 올해 실적이 저조했다”며 “(다만) 반도체 사이클상 최악의 시기는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업황에 선행하는 특성이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가 정점을 찍으면 주가가 먼저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는 반도체 산업의 대응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듯하지만 업계는 강도 높은 Capex(설비투자) 축소와 더불어 감산까지 발표하며 상수라고 생각했던 공급에 하향 변수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역사적 최저 수준의 공급 빗그로스(BitGrowth) 사이클에 진입한 상황에서 공급 하향 변수는 수요 둔화에 대한 업황 민감도를 낮출 것이며 다운 사이클이 지나고 업사이클이 돌아오는 순환 고리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장의 수요 하락이 넘어야 할 산임에 틀림없지만 공급 제약 심화를 바라본다면 반도체 재고 하락은 시간이 해결 할 것”이라며 “감산이라는 키워드는 밸류에이션 저점의 하향 이탈을 이끈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가정을 완화시키며 낙폭과대 개별주에 대한 관심도를 점증시키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